'7인회' 막후 '인사 참극' 배경 지목 심각한 부작용… 朴정부 발목 잡나김기춘 비서실장 주축 7인회 무소불위 막강 인사권 휘둘러박정희·근혜 부녀와 각별한 인맥4명 총리 후보 중 3명 탈락 사태… 인사시스템 치명적 결함 드러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망언들이 잇달아 공개되고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낙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현 정부가 지명한 4명의 총리 가운데 3명이 국회인사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셈이 된다.

청와대는 이번 일로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에 이어 허술한 인사시스템을 또 한번 드러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건 박근혜정부 막후실세로 통하는 이른바 '7인회'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을 주축으로 한 '비선라인'이 휘두른 인사권이 이번 '인사참극'을 불렀다는 평가다.

'7인회' 비선라인 인사 부작용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첫 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불과 5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가장 기본적인 인사검증 항목들인 부동산 투기와 아들의 병역 문제, 그리고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 등의 논란거리가 발생하면서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퇴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관예우에 따른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 논란으로 6일 만에 낙마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
청와대는 이후 2주 동안 물색작업을 벌였다. 그 끝에 중앙일보 주필 출신의 문창극 후보자를 '깜짝카드'로 내놨다. 그러나 이번엔 불과 하루 만에 과거 극우 성향의 칼럼을 시작으로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운 과거의 망언들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파장은 컸다. 문창극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은커녕 도중 하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명의 총리 후보 중 3명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치명적인 결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인사참극'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정치권 안팎에선 전현직 보수정치인 7명으로 이뤄진 이른바 '7인회'가 낳은 인사 부작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7인회 멤버는 누구로 구성?

7인회는 과 , , , (전 조선일보 부사장), ,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은 인물들이다.

김용갑 전 국회의원
먼저 김기춘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박 대통령 집안과 인연을 맺어왔다. 김기춘 실장은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다닐 때 5ㆍ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검사 시절에는 유신헌법 기초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의 범인인 문세광에 대한 수사를 맡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어머니의 원수를 수사한 김기춘 실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할 당시 7인회 멤버로서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과 김용갑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다. 정치권에 진출한 이후 줄곧 친박 행보를 이어왔다. 김용환 전 장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 당시 경제기획원에서 요직을 담당한 바 있는 인물이다.

현경대 수석부의장은 김기춘 실장과 마찬가지로 정수장학회 장학생이다. 장학생들이 졸업 뒤에 가입하는 '상청회'라는 모임에 김기춘 비서실장과 나란히 가입돼 있기도 하다. 현경대 수석부의장 역시 그간 친박 성향을 보여왔다.

최병렬 전 대표는 조선일보 정치부장 시절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안병훈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오랫동안 조선일보의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
이들 가운데 안병훈 대표가 문 후보를 김기춘 실장에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기춘 실장도 문 후보와 구면이다. 김기춘 실장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낼 당시 문 후보가 이사를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안병훈 대표가 문창극 후보와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지다. 답은 '학연'에 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인력풀의 한축을 맡고 있는 '서울고 인맥'으로 엮여 있다. 안병훈 대표가 문창극 후보의 선배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지 학연만이 아니다. 서울고 출신의 언론인 모임인 '서울고 정론회'를 통해서도 이어져있다. 모두 언론계 출신인 문창극 후보자와 안병훈 대표는 해당 모임에 함께 몸을 담으며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춘 실장 무소불위 인사권

물론 청와대에도 인사시스템은 있다. 그러나 사실상 김기춘 실장이 무소불위의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김기춘 실장에게 부여된 법적인 권한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지난 2월 개정된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 제6조에 따르면 김 실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 등에 대한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에 인사위원회를'(1조) 둬 '인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비서실장이 정하도록'(4조) 권한을 부여받았다.

뿐만 아니라 직제 7조는 대통령비서실 내에 특별감찰반까지 둬 과거 민정수석실과 부속실에서 하던 일까지 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특별감찰반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ㆍ단체장ㆍ임원,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한다.

사실상 김기춘 실장이 박근혜정부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김기춘 실장에 '만기친람', '기춘대원군', '부통령'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연히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김기춘 실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현재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선 문창극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인사 추천과 검증을 주도한 김기춘 실장의 '동반사퇴론'이 비등하고 있다.

김기춘 실장은 앞서 지난해 8월 임명 이후부터 꾸준히 야권의 사퇴압박을 받아온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신임을 바탕으로 사퇴압박을 견뎌냈다. 그러나 이제는 김기춘 실장을 계속 유임시킬 경우 그 부담을 고스란히 박근혜 대통령이 져야 할 상황이다.

최병렬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 대표
아직까지 청와대는 총리와 비서실장을 동시에 교체할 경우 심각한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김기춘 지키기'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창극 후보자의 낙마로 연이어 총리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도 김기춘 실장을 방어하기 쉽지 않다.

김기춘 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을 주도할 경우 인사에 실패한 인물이 또다시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