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도 경제에 나서라"… '경제통' 전면北 경제상황 심각…'먹고 사는' 문제 해결 최우선북한군 기본 전투력 유지하면서 경제에 매진'장성택 사람' 중 경제인 온전, 나머지 피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이 현영철로 전 총참모장으로 교체됐다. 이는 조선중앙방송이 25일 평양 과학자주택단지인 위성과학자거리 건설현장에서 전날 열린 군민궐기대회 소식을 전하며 "인민무력부장인 조선인민군 육군대장 현영철 동지"를 대회 보고자로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북한 매체는 이달 4일만 해도 인민무력부장을 장정남으로 호명했다. 장정남은 작년 5월 김격식의 후임으로 인민무력부장에 오른 지 1년 1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게 됐다.

현영철은 2012년 7월 군부 1인자로 통하던 리영호 총참모장이 해임된 뒤 그의 후임으로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됐던 인물이다. 그러다 작년 5월 다시 총참모장 직을 김격식에게 물려주고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번에 현영철이 인민무력부장으로 '컴백'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게 됐다.

이렇게 북한 군 수뇌부가 빈번하게 교체되는 것을 두고 다수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군에서는 드물게 '경제통'이고, 물러난 장정남 전인민무력부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발탁한 인물이란 점에서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북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군까지 경제일꾼으로 나서야 하는 북한 내부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 함경남도에 있는 함흥버섯공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현영철 신임 인민무력부장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봤다.

軍 수뇌부 빈번한 물갈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2011년 12월 사망한 이래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 북한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북한에서 군이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 인민군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4대 핵심직위 수장들이 빈번하게 교체되는 것도 김 제1위원장의 군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 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는 리영호 총참모장은 2012년 7월 현영철로 교체됐고, 작년 5월엔 김격식으로 바뀌었다가 같은 해 8월 리영길이 총참모장에 올랐다.

인민무력부장도 김영춘→김정각(2012년 4월)→김격식(2012년 12월)→장정남(2013년 5월)에 이어 최근 현영철로 바뀌었다.

총정치국장 역시 최룡해에서 지난 5월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으로 교체됐다.

이러한 군 수뇌부의 잦은 교체는 김일성ㆍ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일로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자 김 제1위원장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밝고 그곳 수뇌부들과도 교류가 깊은 중국 내 대북 소식통들은다른 해석을 한다. "군 수뇌부가 자주 교체되는 것을 김정은 제1위원장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장성택 처형 전과 이후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끌어 간 것은김정은 제1위원장이 아니라 장성택 전 부위원장이다. 장 전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 부장은 상징적인 힘이 됐고,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 박봉주 총리, 현영철 총참모장,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 등이 모두 '장성택 사람'으로 당과 군에서 장 전 부원장을 뒷받침했다.

선군(先軍)에서 선당(先黨)ㆍ선경(先經) 주역들

앞서 거론된 '장성택 사람'들의 특징은 김일성ㆍ김정일시대를 지탱해 왔던 '선군(先軍)에서 탈피, 장성택 전 부위원장이 주창했던 선당(先黨)ㆍ선경(先經)의 주역들이라는 점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의 최대 현안을 '경제'로 보고, 이에 부합하는 역량 있는 인사들을 당과 군에 전진 배치했다.

대표적 인물이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이다. 최룡해는 1980년대 노동당의 핵심 외곽조직인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에서 장성택과 인연을 맺은 이래 부침을 하면서 동지적 관계를 이어왔다. 군 경력이 전무한 최룡해는 2010년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대장 계급장을 단데 이어 2012년 4월 당 대표자회에서 차수로 승진하면서 최고 요직인 군 총정치국장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이는 장성택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로 군부의 힘을 빼기 위한 고려와 함께 최룡해가 김일성대 경제학과를 나온 '경제통'이란 점이 상당히 감안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영철 신임 인민무력부장 역시 북한 군에서는 드문 '경제통'으로 장성택의 '선경(先經)' 노선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현영철은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 북한과 중국의 국경수비를 담당하는 8군단장 출신으로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무역 및 국경지대 거래까지 총괄하는 등 '경제'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그가 2002년 2월에 중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0년 9월 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데는 장성택의 힘이 작용했고, 2012년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의 뒤를 이어 파격적으로 총참모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군에서 '경제'를 중시한 장성택의 전략전 배치 덕이었다.

그밖에 박봉주 전 내각 총리이자 경공업부장이 중용된 것도 그가 원래 장성택 사람이란 점 외에도 2003년 내각총리에 올라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을 정도로 실물경제에 밝은 인물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에 물러난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은 장성택의 친형인 장성우(인민군 차수, 2009년 사망)에 의해 성장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2013년 5월 김격식을 대신해 인민무력부장에 올랐다. 당시 장정남은 50대인데다 대장 또는 차수가 맡아왔던 인민무력부장에 상장(우리의 중장)인 그를 파격적으로 기용한 것은 군 세대교체와 함께 군도 '경제'에 나서라는 장성택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현영철 등장과 장정남 퇴진 의미는

최근 같은 '장성택 사람'인 현영철이 인민무력부장에 오르고 장정남이 물러난 것은 많은 함의를 지닌다.

분명한 것은 군의 '경제통'인 현영철이 전면에 나선 것은 군도 경제일꾼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다. 심하게는 군도 기본적인 전투력만 유지하고 인민을 먹여 살리는 '장사'라도 하라는 의미다. 이는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상당한 군 인력을 '경제'쪽에 배치할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군이 무역에 나서거나 중국과 러시아에 들어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적잖은 북한 군인들이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장정남의 퇴진은 그가 군에서만 성장한 야전군인데다 장성택 사람이란 점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당역사일지'에서 장성택 부분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더 많은 장성택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