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새가 발톱으로 새끼들을 어루만져 주는데 너무 심하게 만져 그만 죽게 된다.

아버지 새는 어미 새 때문에 어린 새끼들이 죽음을 맞았다며 가슴을 쥐어뜯는다.

아버지 새의 가슴에서 피가 흐르면 죽어 있던 새끼들은 피를 받아먹고 다시 살아난다.

이 같은 일화 때문에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물새인 펠리컨은 가슴에서 흐르는 피를 먹이면서 새끼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은 새끼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있기 때문에 펠리컨은 ‘성스러운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떠올려 주는 상징물로 추앙 받고 있다.

예수 행적을 찬양하는 문학 작품 속에서도 ‘찢어진 가슴에서 흐르는 피로 죽어 가는 자식들을 구한 펠리컨처럼 예수께서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셨다’는 문구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태리 시인 단테는 『신곡』 중 ‘천국편’ 25곡 113절을 통해 ‘인간을 위해 피를 흘린 예수는 펠리컨’이라고 추앙한 바 있다.

알란 파쿨라 감독의 <펠리컨 브리프 The Pelican Brief>(1993)는 법학생 다비가 작성한 보고서 펠리컨 브리프로 인해 스승이자 연인인 캘러한 교수가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펠리컨 브리프’는 돈에 매수된 정부와 대부호 소유의 정유회사들이 유전개발을 위해서 멸종 위기 조류인 펠리컨의 서식지를 파괴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

이익을 위해 자연생태계 파괴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기업들의 속성을 곧 사라지게 되는 조류 펠리컨의 행적을 통해 고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