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목동 수락폭포
인적 끊긴 오지에 숨은 아름다운 산수
회목동은 예로부터 콩으로 이름났고 산나물, 버섯, 약초 등 임산물이 넘쳐났다. 야생 뽕나무도 많이 우거져서 산 아래 읍내 사람들도 뽕 따러 힘든 산길을 올라올 정도였다. 조상 대대로 터 잡아온 주민들은 이 선택받은 산촌에서 화전을 일구고 임산물을 채취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갔다. 그러다가 1970년대 화전민 정리사업에 따라 모두 산에서 내려와 이제는 빈터만 남았다.
사람이 자연을 떠날지라도 자연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도리어 더욱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인적 끊긴 오지에 숨은 아름다운 산수는 처연하기만 하고, 회목동 사람들의 쉼터였던 수락폭포는 이러한 이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우렁차게 벼랑을 뒤흔든다. 이 폭포를 왼쪽으로 하고 급경사 언덕길을 오르면 회목동 옛터. 그러나 사람 떠난 지 너무 오래인지라 흔적도 없이 길이 묻혀 발자취 찾기도 힘들다.
경반종 울리며 소원도 빌어보고
이제 튼튼한 두 다리에 감사하며 걸을 차례. 옛날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거울처럼 투명한 물에 몸을 비추며 몸치장했다는 전설에 따라 경반천(鏡盤川)이라 불리는 맑은 계곡(일명 배골계곡)과 울창한 잣나무 숲이 마음을 평온히 감싼다. 호젓한 오솔길 따라 걷다가 시원한 물살을 여러 차례 건너면 40분 남짓만에 폐교된 경반분교에 닿는다. 경반분교 운동장은 TV 프로 1박2일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오지 캠핑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경반분교를 지나면 이내 안골(내곡)마을에 이른다. 예전에는 20여 가구나 살았다는 안골마을에는 이제 단 한 가구만 남았다. 토담집 주변으로 옥수수, 콩, 고추, 감자 등을 심는 텃밭이 펼쳐지고 방목하는 닭, 겨울철 김장독을 넣어두는 주저리, 가지런히 쌓아올린 장작더미 등이 눈에 띄어 고향이 절로 그리워진다.
안골에서 15분 남짓 오르면 경반사라는 아담한 사찰과 10미터 길이의 와폭인 용궁폭포를 만난다. 그러나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반종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세 차례에 걸쳐 세 번씩, 총 아홉 번 종을 울린 뒤, 크게 소리 지르고 웃으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고 쓰인 안내판이 발길을 잡는다. 경반종을 치는 자리에 서니 산과 산 사이로 절묘하게 드러난 파란 하늘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청아한 종소리는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종치며 소원 하나쯤 빈다고 누가 뭐랄까?
'물떨어지' 아래에서 즐기는 일급 피서
폭포 아래에는 웅덩이가 없는 대신 크고 너른 바위들이 울툭불툭 솟아 있다. 여기서 폭포 위로 고개를 올려다보니 흡사 산꼭대기에 뚫린 깊은 굴속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하늘과 맞닿은 기나긴 동굴로부터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시 폭포가 하늘과 연결된 것은 아닐까?
폭포 가까이로 다가서서 주변 암벽을 유심히 살펴보니 흙도 없는 바위틈을 비집고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와 풀들이 상서로운 기운 감도는 폭포의 신비를 한결 돋운다. 어느덧 바람결에 흩날린 물보라가 땀을 식혀준다. 기껏 10분쯤 앉아 있었을까. 한여름인데도 으스스하다. 그래서 물방울이 미치지 않는 너럭바위를 찾아 큰 대자로 누운 채, 우거진 숲 사이로 비치는 가느다란 햇살 아래서 일광욕을 즐긴다. 피서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행 메모>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은 경춘선 전철이나 ITX 청춘열차, 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가평에서 내린다. 가평에서 칼봉산 자연휴양림 방면 버스는 없으므로 택시 이용.
# 맛있는 집
경반리의 훔친오리카페(031-582-6475)는 오리요리 전문점이자 펜션이다. 식이유황을 먹여 친환경으로 사육한 오리로 참나무장작구이, 로스구이, 갈비바비큐, 오리전복백숙 등을 맛깔스럽게 요리해 인기를 끌며 닭백숙과 닭볶음탕도 낸다. 곁들이는 채소들도 직접 무공해 재배한 것이어서 신선하다. 식사를 예약할 경우, 가평역이나 터미널에서 칼봉산 자연휴양림까지 왕복 픽업 서비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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