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별장이나 군 시설서 휴가 즐겨이승만 화진포 사랑… 이웃은 김일성박정희ㆍ박근혜 부녀 '청해대'이용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원군 소재 청남대 본관. 이곳은 대통령들이 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숙소로 사용했다. 1983년 건설된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하다 2003년 4월 18일 충북도로 관리권을 이관했다. 이후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청남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활용… 노무현ㆍ이명박 군 시설 이용해 휴식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여름휴가를 청와대 관저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와 각종 현안으로 인해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년 호화 휴가 논란에 휩싸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비교한다면 박 대통령은 사실상 휴가다운 휴가는 포기한 셈이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국 정상들처럼 몇 주간의 휴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휴가지 첫째 조건은 '경호'

대통령의 휴가 기간은 통상 7월 말~8월 초다. 더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국내 모처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게 관행이다. 대개 경호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시기와 장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데, 대략적인 날짜는 한달 전쯤 통보한다. 대통령의 휴가 계획에 따라 청와대 수석, 행정관, 비서관은 물론 각 부처 장차관, 사무국장, 사무관 등의 휴가날짜가 조정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연쇄효과가 있는 만큼 대통령의 휴가는 늘 관심거리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주로 전용별장이나 군 시설 등을 휴가지로 애용한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통령들은 안전을 고려한 전용별장을 지어 활용해 왔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휴가를 맞아 경남 진해의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도 화진포의 전용별장을 자주 찾았다. 화진포는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불과 1.5km 떨어진 곳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의 별장도 있다. 낚시를 좋아하던 이 전 대통령에겐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이곳을 수시로 찾아 미국 선교사들과 공부와 수양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 현재 화진포 별장은 이 전 대통령의 삶과 한국 근대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다의 청와대… '저도의 추억'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남 진해의 '저도'와 인연이 깊다. 저도는 해송으로 뒤덮여 있는 작은 섬인데 아름다운 물빛과 만나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1972년 대통령 공식별장으로 지정된 후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을 지닌 '청해대(靑海臺)'로 불리고 있다. 인공 백사장과 9홀 규모의 골프장, 경호원 숙소, 산책로, 전망대, 자가발전소 등을 갖추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곳 해변에서 윗옷을 벗은 채 경호원들과 함께 배구를 하거나 수영을 즐겼다.

박근혜 대통령도 저도와 함께한 추억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첫 여름휴가 당시 저도를 찾아 '휴가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추억 속의 저도'라는 글에서 "35여년이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편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적었다.

대통령들이 사랑한 '청남대'

2005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말을 맞아 진해 해군기지를 찾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 노무현재단 제공
저도가 바다의 청와대라면 남쪽에도 청와대가 있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이후 속전속결로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靑南臺)가 지어졌다. 청남대는 대청호 주변 50여만평의 부지에 규모 2만9,353평으로 지어졌다. 별장은 2층으로 5~6개의 방과 회의실, 식당을 갖추고 있고 6홀짜리 미니골프장과 잘 다듬어진 정원, 운동장 등이 있다.

청남대는 대통령들의 안식처로 사랑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가족, 경호실 직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축구를 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 마니아답게 청남대에서도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를 가장 사랑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휴가가 아니더라도 휴식이 필요할 때면 청남대를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와 마지막 해를 제외하곤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냈다. 학구파답게 청남대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청남대를 일반에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전이나 강원도 용평의 군 시설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해의 해군 휴양소나 저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국민 눈치 보는 '일벌레'

우리나라 대통령의 평균 휴가기간은 채 3~4일에 불과하다. 휴가를 떠나서도 대통령은 업무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올해 박 대통령의 경우처럼 사실상 휴가를 반납하고 청와대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일도 허다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에는 탄핵사태, 2006년에는 수해,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예정된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에 머물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퇴임 후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을 치르느라 집권 첫해에 3년만의 휴가를 가기도 했다.

대통령들은 휴가지에서 각종 현안 보고를 받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정국 구상을 내놓기 위해 고민을 하기도 한다. 선진국의 정상들이 일주일 이상 휴가를 즐기다가 '호화 휴가'논란에 휘말리는 것에 비하면 '일벌레'이니 박수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정상이 휴가를 가도 정부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없을 만큼 사회가 안정됐다는 얘기도 된다. 오랜 기간 고민 끝에 청와대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 박 대통령이 앞으로는 편안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