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본격 수사 MB정부 겨냥… 친이계 연루설… 정계 지각변동 오나MB정권 방산비리 연루 로비스트 수사 연말 정치권 흔들 수감사원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추진 실태 조사' 내막

최초 국산 수상구조함 '통영함' 진수식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방위산업체 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사정기관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야는 이례적으로 방산비리 척결을 촉구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복잡한 정치적 함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 일부에서 청와대가 지난 MB정권을 향해 정면으로 칼을 겨눌 것이라며 후폭풍을 예고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했던 여러 국방사업과 관련,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부분 중 전 정권 실세의 방산비리 개입부분을 검찰이 본격적으로 들출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이렇게 될 경우 검찰 수사의 불똥이 MB정권 핵심으로 분류됐던 친이계 인사들에게까지 옮겨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선 "박근혜정부가 친이계를 타깃으로 방산비리 수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의 칼끝이 친이계를 겨냥할 경우 방산비리 수사는 연말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야권 한목소리 배경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방산·군납 비리와 같은 예산집행과정의 불법행위는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에 국민들께 약속드린 국가 혁신을 일관되게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그럼에도 아직도 공직과 우리 사회는 부패와 비리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경제 재도약을 이루고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직 혁신과 부패척결을 이루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의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사정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방산비리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방산비리 수사가 MB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청와대가 친이계를 비롯한 비박계 사정을 위해 강도 높은 방산비리 수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또 여권 내부적으로 방산비리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살생부 논란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친이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야권도 청와대의 방산비리 척결 의지에 힘을 보태면서 친이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는 야당에, 안으로는 친박의 협공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6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4자방(4대강 사업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에서 소속의원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4자방'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의원총회를 가졌다.

이날 의총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지난 7년간 집권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경제를 외쳤지만, 서민경제는 얼어붙고 나라는 빚더미에 올랐다"고 지적한 뒤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관련자에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며 국정조사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최근 새누리당과 사사건건 이견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는 야권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여권분열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서 청와대와 야권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이 '방산·군납비리'를 '4대강'·'자원개발의혹'과 묶어 '사자방'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하루 앞선 지난 5일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은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 내 비박계에서도 4자방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형상되고 있어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가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야권의 요구에 따라 강력한 대책마련에 나서면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빅딜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야당이 받아주는 대신 여당은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MB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친이계로 그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친이계의 반발 등 정치권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 비리 연결고리 수사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검찰 등 사정기관의 수사가 어디까지 이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가 정치권, 특히 여권 내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방산비리와 관련, 비리 연루자들의 주변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이미 방산비리와 관련해 상당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동시에 수사가 MB정권 때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정권은 정권 말기인 2012년 14조원에 이르는 무기도입사업을 추진했다. 이 중 8조는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FX 사업으로 5세대 전투기 60대가 들어오기 위하며 예산 8조 2천억 원이 투입, 2012년 10월 중 구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했다.

전투기는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보잉사 F-15SE, 그리고 스텔스 기능 등을 탑재한 F-35였다. 이외에 대형공격헬기(AH-X·1조8,384억원), KF-16전투기 성능개량(1조8,052억원) 및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HUAV·5,002억원)와 해상작전헬기(5,538억원) 등을 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의 2011 회계연도 무기수출액 461억달러(약 50조원)의 30%에 가까운 것으로 전례가 없는 규모였다. 차기전투기와 대형공격·해상작전헬기 3개 사업만 따져도 2012년 국방예산(약 31조400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이후 30년간 운용비용까지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무기도입 사업은 대략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짜리 무기도입사업이라고 여러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당시 사정당국은 한미FTA가 날치기 통과되는 시점에 한국에 많은 무기로비스트들이 대거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방위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비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미국은 2012년 시점에 경제악화로 인하여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국방예산이 삭감되었다. 그 액수는 종전 예산에서 9% 줄어든 6,130억달러다. 이에 비상이 걸린 미국 방산업체들이 해외판매를 늘여 줄어든 30% 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가 무기 구매로 들인 14조원이 방산업체들이 목표한 30% 판매증대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방산업계에서는 무기 로비스트들이 총사업비의 1~3%를 커미션으로 챙기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14조원 규모의 무기 거래가 이뤄지면 커미션 규모가 대략 4,000억원 선정도인 셈이다.

이번에도 용두사미 수사되나

정치권에서는 꼬리 자르기로 끝난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연루된 군납 비리 수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대구지방법원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동서 주관엽씨가 대리인을 두고 운영하던 방산업체 로우테크가 정부를 속이고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육군과 방사청에 대대급 마일즈 장비와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 등을 납품하면서 여러 곳의 위장 분사업체를 거치는 방법으로 20만원짜리를 80만원으로 둔갑시키는 등 단가를 크게 부풀려 이득을 챙겼다. 여기에 조 회장의 아들, 조 회장의 동서, 조 회장의 처제 등 친인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비리의 '몸통'으로 의심되는 효성에 대한 수사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조 회장의 동서만 기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조 회장의 동서 주관엽씨는 미국으로 도피했고, 기소중지에다가 범죄인 인도요청까지 돼 있는 주 씨는 미국에서 여전히 한국 방사청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

군납 비리로 챙긴 돈이 효성의 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철저하게 '비껴 가기'로 일관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조 회장 두 아들의 LA에 대저택 구입비용 역시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무성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산비리는 제대로 척결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꼬리자르기로 끝나거나 오히려 관련자들이 보란 듯이 더 활발히 사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정적을 압박하려는 청와대의 정치적 쇼일 뿐 진실성은 없다. 따라서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벌써 나온다.

예컨대 과거 불과 1만~2만원짜리 평범한 USB(보조기억장치)가 개당 95만원에 군에 납품된 사실이 적발된 적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사용'이라는 이유로 국내 모 방산업체에 USB를 주문해 660개를 납품 받았다.

국방부 측은 "작전 요구성능에 맞추고 보안성을 고려하다 보니 가격에 상관 없이 USB를 특별 제작했다"며 "군사용 UBS는 영하 32~50℃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충격과 진동 등을 감안, 제작과정 자체를 설계해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중에서 유통되는 1만원짜리 저가 UBS도 영하 30℃~영상 60℃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이뿐만 아니라 또 1개를 정비하는 비용으로 74만원을 쓴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링스헬기가 두 차례 추락했을 때도 해군은 원인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2010년 4월 15일 진도 앞바다에 추락해 4명의 해군장병이 사망하자 해군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조종사의 비행착각'이라고 했고, 4월17일 서해 소청도 해상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의 원인은 전파 고도계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사고 직후 해군군수사령부와 헬기 정비계약을 맺은 방산 업체들이 고가의 부품을 교환하지 않고도 교환한 것으로 속여 온 사실이 들통이 났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개 업체가 그간 추락하거나 불시착한 링스헬기의 정비에 관여해 왔으며, 이런 방법으로 부당하게 편취한 액수는 업체당 7억원에서 14억원에 달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총장 재직 시 군장병의 복지에 사용토록 돼 있는 수억원의 복지지금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쓴 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또 해군전력 증강사업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체들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군사기밀을 넘기는 대가로 장기간에 걸쳐 수십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상태 전 총장은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에 8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한 70억원대의 사설 비행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리 사슬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통영함과 소해함의 장비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고 방위사업청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예비역 해군 대령을 입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지난 6일 국내 무기중개업체 O사의 부사장 김모(61·해사29기) 전 대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대령은 미국 방산업체 H사 대표 강모(43ㆍ구속)씨로부터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본부 상륙함사업팀 소속 최모(46ㆍ구속기소) 전 중령 등 방사청 관계자들을 소개해준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대령은 해군 함정건조사업을 총괄하는 조함단 사업처장을 역임하고 무기중개업체에서 활동했다. MB정권 때는 해군과 방사청 등 군 관계자들과의 두터운 인맥에 기반해 방산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대령이 강씨로부터 금품을 받는 대신 H사가 소해함의 가변심도음탐기(VDS)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가변심도음탐기는 예인체(크레인)에 소나(음파탐지기)를 연결해 해저로 내린 뒤 수중 기뢰를 탐지하는 소해함의 핵심 장비다. H사는 지난 2011년 1월 631억6,700여만원 규모의 가변심도음탐기 구매계약을 방사청과 체결한 바 있다.

검찰은 무명 업체였던 H사가 지난 2009년~2012년 통영함이나 소해함에 탑재될 고정음파탐지기, 무인탐사정(ROV) 등 핵심장비 사업과 관련해 10여 건의 계약을 성사시켜 2,000억원 규모의 장비를 납품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또 검찰은 H사가 방사청과 각종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령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령이 전역 이후에도 후배 장교들에게 접근해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통영함과 소해함에 탑재할 장비의 성능 기준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 관련 문서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방사청 상륙함사업팀장 오모(57·해사 33기·구속기소) 전 대령과 같은 팀 최 전 중령 역시 김 전 대령의 후배들이다.

김 전 대령은 H사 대표인 강씨를 이들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령은 황기철(57ㆍ해사 32기) 해군참모총장의 3년 선배이기도 하다. 황 총장은 2008년 12월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취임한 뒤 2009년 1월 통영함의 소나 기종 선정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대령이 황 총장에게도 접근해 계약 관련 청탁을 했는지 조사 중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황 총장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황 총장은 지난 9월 감사원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