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 공사 수주 A사 임원진에 국토관리청 공무원 대거 포진각 지역 영업 담당하며 관급 도로 공사 독식, 감사 적발도 없어 타 업체보다 높은 단가에도 수주… '관피아' 활약 수년새 급성장

정부와 국회가 관피아(관료+마피아) 규제 방안을 마련해 관피아 척결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철도에 이어 국도 등 도로공사에도 관피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관리청 공무원들이 퇴직 후 특정 기업에 임원으로 취업해 관급 공사 영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각 지역의 전직 국토관리청 공무원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한 뒤 이들에게 과거 근무했던 지역 공사 수주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업체는 이들 ‘관피아’의 활약으로 최근 수년 사이 급성장했으며, 전국 곳곳의 도로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업체는 타 업체보다 단가가 현저히 높은데도 공사를 수주했는데, 업계에서는 차익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공무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도로 공사 업체-관피아 커넥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관피아 방지법’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2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업무관련성의 판단 기준을 ‘소속 부서의 업무’에서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했다.

취업제한 규정 위반에 따른 처벌도 강화됐다.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변호사ㆍ공인회계사ㆍ세무사 자격증 소지자가 각각 법무ㆍ회계ㆍ세무법인에 재취업하는 경우에도 재산등록의무자인 고위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은 취업심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관피아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심각한데 비해 규제와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일명 ‘솜방망이 규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로 공사 ‘관피아’ 개입 관련 문건을 살펴보면 이 같은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공연하게 커넥션이 자행될 것 같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관피아가 비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2,000만원의 벌금은 관피아 척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철도 마피아 이른바 ‘철피아’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시점에 경상도 강원도 등 각 지역의 도로 공사 관련 ‘관피아 비리’가 만연하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도 적지 않다. 이 중에서 충청북도의 한 지역 국도 공사 관련 문건을 보면 다른 지역에서 불거지는 소문들도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건에 따르면 충북 모 지역의 국도 공사를 발주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드러난다. 조달청이 발주한 해당 지역 국도 포장공사는 B사가 시행했는데, 이 회사는 A사의 특허공법을 이용해 공사를 추진했다. 문제는 B사가 이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사를 수주한 B사와 하청업체 A사간에 마찰이 생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사는 공법과 자재는 A사의 것을 사용하되 공법을 수행하는 공사 장비는 다른 업체를 통해 공급받겠다고 A사에 밝혔다. A사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A사는 “우리 회사의 공법과 자재를 사용하려면 우리 회사 장비를 사용하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그게 아니라 공법과 자재는 우리 것을 쓰면서 장비는 다른 회사 장비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왔다.

A사가 공사에 불참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양사 간의 갈등은 깊어졌다. 여기서 문제는 국토관리사무소 측의 태도다. B사가 다른 회사 장비를 사용해 공사하겠다고 하자 사무소는 A사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사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소의 이런 반응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사무소와 A사가 작성한 합의서를 보면 공법시행에 필요한 자재는 A사에서 조달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공사 장비는 낙찰업체 즉, B사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다른 업체 장비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공사와 관련해 건설기술진흥법 신기술사용법 조항에 따른 것으로, 조달청이나 국토교통부도 이에 대해 특허기술공법과 관련해 재료와 기술은 해당사에 국한되지만 장비는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피아 업체 특혜 주려 협박도

그러나 A사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건에 드러난 내용을 보면 A사는 변리사 등에 자문을 거쳐 계약서의 특허공법시행과 관련해 기술, 자재뿐만 아니라 장비도 자사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소는 이 점을 내세워 A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무소 관계자는 A사와 B사의 마찰에 대해 ‘관피아’ 의혹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두 회사는 서로 하도급률이 안 맞아 갈등을 겪은 것이지 우리가 A사 편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본질적으로 두 회사는 하도급률이 안 맞아 갈등을 겪는 것이 맞다. 문제는 사무소가 왜 A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있다.

또 편들기가 아니라는 사무소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변리사의 의견과는 별도로 관급공사는 관련 규정을 따르게 돼 있고 이는 협약서나 계약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로 사무소와 A사가 체결한 신기술(특허공법) 사용협약서를 살펴보면 제4조에 ‘제2조에 따른 신기술(특허공법)이 사용되는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기술보유자의 기술적 노하우를 사용하지 않거나 기술보유자가 보유한 특별장비 등을 사용(낙찰자가 사용가능한 경우는 제외)하지 않으면 시공 및 품질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을’은 ‘낙찰자’와 해당 부분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에 참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특허 기술이나 재료는 달라도 공사 장비는 다 똑같기 때문에 특허와 무관하다. 따라서 관련 규정도 장비는 기술사용 규정에서 예외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소는 B사에 A사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다른 업체의 장비 사용을 불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사의 장비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으름장도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사가 사무소의 지침에 반발하자 사무소의 한 책임 있는 관계자는 B사 관계자에게 “그러면 공사를 줄여 단가를 지금 공사의 10% 수준에도 못 미치게 하겠다”거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좋을 게 없다. 누가 이기는지 해볼 생각이냐”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B사 관계자의 수첩 메모에도 담겨있다.

더 주목을 끄는 점은 사무소가 A사와 특허사용 계약을 한 배경이다. A사는 단가가 다른 회사보다 최대 20% 이상 높은데도 각종 입찰 등을 통해 관급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배경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증언을 했다.

이 관계자는 “A사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회사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 회사가 급성장 한 것은 관피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국토관리청 출신 전직 공무원 다수가 이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C씨와 P씨는 영업담당 임원으로 영입돼 이 회사의 관급공사 수주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C씨는 전직 국토관리사무소장 출신이고 그 전에 사무소의 구조물과장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전관예우 형태로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A사 내에는 이들 외에도 같은 공무원 5명이 더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관급공사 수주를 위해 영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업체 관계자와 국토관리사무소 주장 왜 다른가?

국토관리사무소 "A사와 사전 협약을 거친 것일 뿐 특혜 아니다"
업체 B사 "국토관리사무소의 압력에 못이겨 부득이 A사와 협상"

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A사와 사무소는 공사 발주 전 사전 협약을 맺고 사업자를 선정했다. 협약 내용은 해당 공사는 A사의 특허공법을 사용해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사와 사무소의 특혜 의혹에 대해 사무소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협약이 된 상태에서 공사를 발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법을 변경할 경우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시공도 까다롭기 때문에 공법을 변경할 수 없다. 이 때문에 A사와 사전 협약을 거친 것일 뿐 특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핵심을 비켜간 궤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소와 A사 간의 협약 내용에는 장비 사용이 의무적이라는 조항도 없고 오히려 낙찰자인 B사가 임의로 장비 업체를 선정해 하청을 줄 수 있는 것인데, A사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B사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사무소가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업계에는 이미 전직 국토관리사무소장이었던 A사 관계자와 사무소가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소문도 무성해 이 관계자의 설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이 관계자는 “사무소 측은 B사에 장비 대여 업체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줬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적 없다”며 “내가 알기로 사무소 측은 B사가 장비를 다른 곳에서 조달할 경우 공사규모를 대폭 줄여 B사가 공사를 일부만 하고 빠지도록 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도로 공사 관련해 관피아가 개입하지 않는 지역이 없다. 특히 A사는 관피아와 연결해 사업을 수주하는 것으로 소문이 파다하며, 이 업체와 공사를 할 경우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올 한해 A사는 전국 국도 도로공사 물량을 상당부분 독식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또 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A사와 B사는 협상이 서로 잘 돼 공사를 다 마무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B사에 직접 확인해 보니 전혀 달랐다.

B사 관계자는 “A사와 협상이 잘 돼 공사를 마무리 한 게 아니라 국토관리사무소의 압력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이익도 없는 공사를 했다”며 “우리는 A사의 장비를 쓸 경우 마진이 없어서 다른 곳의 장비를 쓰려 했는데, A사가 반발했고 사무소도 ‘그렇게 할 경우 공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식으로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