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권력형 비리' 수면 위로 '친이계' 다치나… 정국 폭풍전야'군피아' 수사 공권력 총동원령… MB정부 국방 핵심사업 도마에MB 실세 연루 기업들 비리 포착… 정치권 불똥 튀면 정국지형 바뀌어

방위산업 비리를 전담하는 범정부 협업조직인 방산비리특별감사단 현판식이 11월 24일 서울 감사원에서 열려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영호 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현판 가림막을 걷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문호승 단장(감사원 제2사무차장), 김영호 사무총장, 황찬현 원장, 김병철 수석감사위원. /=연합뉴스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대규모의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 11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현판식을 시작으로 방위사업 전반에 걸친 비리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이후 현재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합수단은 우선 방위력 개선사업이나 군수품 납품 계약 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각종 범죄와 비리를 적발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의 무기체계 도입 계획과 같은 군사기밀을 빼내거나 각종 시험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범행을 집중 수사하게 된다.

이를 위해 합수단은 단장을 포함해 검사 18명과 군 검찰관 6명 등 105명 규모로 모두 4개의 팀이 구성됐다. 여기에는 국방부와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46명을 각각 팀별로 배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벌써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군과 관련된 비리를 그 뿌리가 매우 깊고 권력과 고질적으로 유착돼 있어 발본색원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번 방산비리 척결이 정치적인 목적이 투영돼 있는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군피아' 척결 공권력 총동원

이명박 전 대통령
일단 박근혜 대통령은 군피아 척결에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5일 최근 불거진 방산 비리 등에 대해 "이것은 타협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반드시 밝혀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우리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이나 모든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내려온 방위사업 비리 문제를 단호하게 가려내 국민 앞에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합수단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방산비리의 출발점부터 추적하고 있다. 합수단은 시험성적서 등을 위ㆍ변조하거나 묵인하는 범행,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군인이 군수품 납품 등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이른바 '군피아'를 잡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업체로 선정된 후에도 계약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원가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불량품을 납품한 경우가 있는지, 납품 편의를 위한 뇌물을 수수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군피아 척결을 위한 전방위적 수사에 감사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감사원은 같은 달 24일 방위산업비리를 전담할 범정부 협업조직인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설치하고 본격조사에 착수했다. 또 감사원은 이를 통해 개별적으로 운영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연계, 범정부 차원의 합동 대응을 할 예정이다.

납품비리 의혹이 제기된 차기수상함구조함(ATS-Ⅱ) 통영함(3,500t.사진 왼쪽)이지난달 26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해 있다. 사진오른쪽은 해군이 운용하는 수상함구조함 중 1968년에 건조된 광양함. /=연합뉴스
감사원은 이날 제1별관 앞에서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영호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감단 현판식을 열고 감사업무에 착수했다. 특감단은 감사부단장 산하 기동감찰 1, 2과와 법률지원부단장 산하 법률지원 1, 2팀으로 구성됐다.

감사원 외에 검찰청,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정예인력 33명이 참여한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감사를 주도한 문호승 제2사무차장이 특감단장을, 통영함 납품비리와 소해함 노무비 원가조작 등을 감사한 이영하 국방감사 1과장이 부단장을 각각 맡기로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친 경력이 있는 박길배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법률지원을 담당한다.

특감단은 현장감사 기간을 정해놓고 인력을 투입하는 일반적인 감사방식과 달리 '무제한 기동감찰' 방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비리혐의 정보를 입수하면 소규모의 감사팀을 현장에 즉각 투입해 기간제약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이다. 특감단은 비리 혐의를 입증했을 경우 정부합동수사단에 바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공조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MB정부 '권력형 비리'가 핵심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산비리수사 지시는 과 그 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한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합수단의 칼날이 전 정권뿐만 아니라 친이계 인사들에까지 미칠 것"이라며 우려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합수단이 조사 중인 해군 통영함ㆍ소해함 등 거액의 군함 건조사업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명박 정부는 최첨단 군함 건조와 함께 방위산업을 국가 주요 핵심사업을 지정하고 2020년까지 국방산업 수출 및 국방기술 분야에서 세계 7대 국가 대열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정권 말기인 2012년에는 14조원에 이르는 무기 도입사업도 추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MB정부는 무인기 사업을 비롯해 한국형 헬기사업, 한국형 개인화기 개발사업 등 각종 사업을 추진했으나 해당 사업체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가 하면 개발된 무기와 관련해서도 각종 결함과 의혹으로 범벅돼 권력형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들에 박 대통령이 칼을 뽑자 이를 보는 시각은 양분된다. 일부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의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 "박근혜 정부가 친이계를 타깃으로 방산비리 수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합수단이 수사하고 있는 방산업체들 중 A사와 B사 등은 친이계 인사들이 이 회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이 업체는 MB정부 당시 국방사업에 참여한 대표적인 업체로 알려졌다. 또 B사의 경우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특혜에 가까운 정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B사에 대한 의혹은 곧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방사업과 관련해 상장한 뒤 먹튀 논란을 일으킨 C사도 조사대상이다. 이 회사 역시 정권실세 P씨와 L씨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씨와 더불어 정권 실세 S씨는 이 회사를 통해 상당한 비자금을 챙긴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C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C사의 비리 의혹에는 새누리당의 고위 관계자 D씨도 일부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D씨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D씨 측은 "C사가 어떤 회사인지 전혀 모르고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주변에서는 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기업이 연루된 군납 비리 수사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2009년 대구지방법원은 H그룹 회장의 동서가 대리인을 두고 운영하던 방산업체 로우테크가 정부를 속이고 2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해당 그룹 오너가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비리의 '몸통'으로 의심되는 이 그룹에 대한 수사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오너의 동서만 기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하지만 당사자는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에 범죄인 인도요청까지 돼 있다.

한편 MB정권은 정권 말기인 2012년 14조원에 이르는 무기도입사업을 추진했다. 이 중 8조는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FX 사업으로 5세대 전투기 60대가 들어오기 위하며 예산 8조 2,000억 원이 투입, 2012년 10월 중 구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했다.

전투기는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보잉사 F-15SE, 그리고 스텔스 기능 등을 탑재한 F-35였다. 이외에 대형공격헬기(AH-Xㆍ1조8,384억원), KF-16전투기 성능개량(1조8,052억원) 및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HUAVㆍ5,002억원)와 해상작전헬기(5,538억원) 등을 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의 2011 회계연도 무기수출액 461억달러(약 50조원)의 30%에 가까운 것으로 전례가 없는 규모였다. 차기전투기와 대형공격·해상작전헬기 3개 사업만 따져도 2012년 국방예산(약 31조4,00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30년간 운용비용까지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십조~수백조원짜리 무기도입사업은 효율성이 의심스럽다"고 '검은거래'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