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가족사 박 대통령과 인연… 정씨 '실체'는 미스터리박 대통령 정치 입문부터 관여… '배후실세설' 제기돼

정윤회씨의 정체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그의 외모가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아는 이들도 많지 않다. 최근 모 일간신문이 그의 최근 모습을 공개했지만 실제 그가 활동하거나 특정 장소에 있는 모습이 아니고 그야말로 증명사진처럼 찍힌 사진이 전부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K씨에 따르면 정씨는 최태민 목사의 운전기사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학력이나 경력은 철저히 미궁 속이다. 또 정씨는 종교적으로 최씨를 따랐으며 이 때문에 그의 딸과 결혼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국정원이 지난 2007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X파일’에도 등장하는데, 당시 박근혜 파일에 대해 알고 있는 또 다른 전직 국정원 직원 L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윤회씨는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활약했다. 그를 통해 캠프가 움직였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박 후보의 의존도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정씨를 통해 박 후보를 만나는 이들이 있었다. 정씨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박 후보에 있어 그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할 말이 좀 더 있지만 요즘은 시기가 민감하기 때문에 더 밝히지는 않겠다.”

2007년 여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서 박근혜 X파일 공개를 놓고 이명박 캠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는 소문은 아직도 정치권에 맴돌고 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은 이 파일을 여론에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상득 전 의원이 이를 막았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때는 박근혜 캠프에서 BBK의혹 등으로 이명박 캠프에 맹공을 퍼부을 때였다.

정씨와 최근 이혼한 것으로 알려진 부인은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이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20대 때 말동무로 지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는 최씨가 가끔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말도 돌았다.

일부에서는 최 목사를 따른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이 그의 후계자격인 정씨를 크게 신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 과거 박지만씨는 최태민씨를 매우 불신했는데, 이는 불신을 넘어 경멸의 수준이었다. 최근 정씨와 박씨가 마찰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출발이 바로 이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씨는 과거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는 아버님 재직시 아버님의 눈을 속이고 우리 누나인 박근혜의 비호 아래 치부하였다는 소문이 있다. 최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봐 계속해서 누나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삼아 왔다”고 최씨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보면 최씨의 신뢰를 얻어 그의 딸과 결혼한 정씨를 박지만씨가 고운 시선으로 볼리 만무하다.

공교롭게도 정씨는 최태민 목사가 1994년 죽고 난 뒤 칩거 중이던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할 때 동시에 나타났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는 밑거름이 됐고 이후 박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특히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 총재로 취임했을 때는 총재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는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시작했다. 특히 정씨가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비선 조직인 ‘삼성동팀’을 이끌었다는 설도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