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의혹 도마에… 친박-비박 격돌MB·친이계 주요 인사들 '정조준'… 친이계, 세 결집 '사자방' 맞대응

이명박정부 '비리'에 수사 전방위… 자원외교 전면조사 연초 정가 폭탄
검찰, 칼 끝 MB정부 인사들 겨눠… 청와대 사자방 사정 속도내는 내막

새해 들어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전방위 조사가 2015년 연초 정국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사자방 조사가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친박계(친박근혜계)의 파워게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원외교 비리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결하고 100일 간의 국조에 착수키로 했다. 이번 국조는 '사자방' 공세에 주력해온 야당이 이명박정부 시절의 문제점을 위주로 맹공을 펼치는 반면, 여당은 방어에 주력하면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끌어들여 역공을 펴는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여야는 출발부터 국조 범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국조특위에 각각 친이(친이명박)와 친노(친노무현)계 의원들을 전진 배치해 정국에 파장이 적지 않을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에게 간사를 맡기고,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을 특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친노로 분류되는 노영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홍영표 의원을 간사로 각각 정하고 김현ㆍ최민희 의원을 명단에 올렸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권성동 여당 간사(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야당간사가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사항에 대해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이번 국조가 이명박정부의 '흠집내기'로 흐를 것을 우려해 정권별로 기간을 구분하지 말고 원유, 셰일가스, 희토류 등의 사업별로 역대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의 조사 필요성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전체의 자원외교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도적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을 보는 것이지 특정 정부에 관심을 두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다르다. 노영민 새정치연합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는 정권의 치적 쌓기나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야당이 이명박정부를 겨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조특위는 우선 한국석유공사가 2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부문 사업체(NARL)를 200억원만 받고 매각한 사례,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으로 미화 4억달러를 투자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 등을 중심으로 당시 투자 결정이 이뤄진 배경과 관련자 비리 의혹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방 놓고 여야 동상이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근들과의 송년 만찬에 새누리당 이재오(왼쪽), 조해진(오른쪽) 의원과 함께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연말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바 '사자방' 비리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검찰수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경실련은 '사자방' 비리 의혹과 관련, 이명박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야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경실련은 "이명박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사자방은 예산낭비와 투자실패, 부정·비리 등 의혹으로 얼룩져 있다"며 "철저하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와 검찰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잘못된 입찰방식으로 사업비가 부풀려져 예산이 낭비됐고 건설사 입찰비리와 비자금 조성의혹도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는 보 건설 후 회복 불능 사실을 알고도 사업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원외교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총 41조원을 투자해 35조원의 손해를 봤고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부채가 4배가량 불었다"며 "공문서와 납품단가 위조, 가격 부풀리기 등 방위산업 비리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사자방 사업에 낭비된 혈세는 최소 100조원에 이르며 앞으로 얼마가 더 쓰일지 모른다"면서 "지금은 어떤 논의를 거쳐 사업들이 진행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고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대강 비리 책임자에 대한 일벌백계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사자방' 조사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권은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세우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최근 공개 회의석상에서 "국조에 누구나 응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포문을 열었고, 노 위원장도 "이명박 정권의 국부유출이 70조원에 이른다.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출석을 촉구했다.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자원외교를 총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현 정부의 고위 인사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주장할 방침이다. 특히 최 부총리와 윤 장관에 대해서는 공정한 국조를 위해 장관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등 야권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요구는 무분별한 정치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입증돼야만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주무부처인 산자부 장관을 불러서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한데도 무조건 대통령을 부르겠다는 것은 정치공세로 일관하겠다는 야당의 의도"라며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망신을 주고 폄하하려고 한다면 정상적으로 국조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행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도 지난 12월 18일 송년모임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러느냐"라며 출석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처럼 국조 범위와 증인 채택을 놓고 초반부터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각에서는 "당초 합의대로 국조 계획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자방'에 떨고 있는 사람들

새정치연합은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가운데 이른바 '3대 실패 사례'를 꼽고 이를 집중추궁할 방침이다. 자원외교 3대 실패는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사 인수(석유공사)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개발(광물공사)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인수 건(광물공사) 등이 꼽힌다.

국조특위 가동 이틀 전인 지난 2일 감사원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하베스트 정유사 인수건 관련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이 특정 기관장 업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정유부문 계열사가 매각돼 손실이 현실화 됐기 때문에 전 사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한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2009년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사 인수 과정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요구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는 총체적 부실이었다"라고 규정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적지 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베스트사 인수는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의 대표적인 부실 사례로 거론돼 왔으며, 지난해 정유부문 계열사인 날(NARL)을 매각하며 주목된 바 있다.

감사원의 형사 고발에 따라 자원외교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게 됐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사 인수 시 부실한 정유회사인 날을 M&A 실적부진 만회를 위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매수했다. 날은 정제마진 감소 등으로 대규모 투자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곤란할 만큼 심각한 경영상황으로 당초 인수대상에서 제외했었으나, 하베스트사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함께 매수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강 전 사장은 시장가격인 주당 7.31달러보다 훨씬 높은 10달러에 매수토록 지시해 계약을 체결하고, 이사회로부터의 고가 구매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날 평가가치의 80%에 싸게 인수하는 대신 그만큼 프리미엄을 더 준 것처럼 꾸민 '사업 추진계획'을 이행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실제 9억4,100만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날을 12억2,000만 달러에 매입해 2억 7,900만 달러(3,133억원 상당)를 추가로 지출했다. 석유공사는 계약 이후 날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지난해 8월 불과 350만 달러에 매각했고 1조 3,371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정치권과 자원개발 업계는 감사원에 의해 고발당한 강 전 사장에 이어 이번 국조 증인 출석 과정에서 지난 정부 자원외교의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야당이 국조에서 겨냥하는 핵심 5인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박영준 전 차관이다. 박 전 차관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하며 자원외교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2년)과 원전비리 등 혐의(6개월)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해 11월 13일 출소했다. 박 전 차관이 지난 정부 자원외교 과정에 공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 입증되면 만기출소한 후 6개월 안에 감옥에 재입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당시 담당부처 공무원으로 재직한 현 정부 고위 관료들도 책임추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경환 부총리는 당시 자원개발사업 담당부서인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을 거쳐 청와대와 정부를 연결하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증인 출석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야당은 이들이 공직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최 부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친MB계 대응 정치권 주목

'사자방' 국조가 본격화되면서 친이계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은 오는 19일 이 전 대통령과의 만찬을 계획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미묘해 정치권에서는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는 "이날은 이 전 대통령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이자, 17대 대선에서 당선된 날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날 친이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군현 사무총장 등 핵심 측근들이 참석하는 만큼 '사자방' 국조에 대한 대응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임에는 안경률 전 의원 등 전·현직 30~40명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에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 측근 10여명과 만찬 모임을 한 바 있어 만찬을 빙자한 대책회의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날 모임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최근 정치권에서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향후 4대강 사업 공세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자방 국조를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은 1월 중 재임 시절 국정운영 경험을 담은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부터 회고록 준비에 착수해 현재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마무리 퇴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고록에는 경제·복지·외교·안보 등 분야별로 이명박정부가 중점 추진한 사항과 국정백서에 싣지 못한 일화 등이 기록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늘어나는 이 전 대통령의 외부활동을 두고 정치권의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당내 계파 갈등(친이, 친박)이 재점화되는 분위기에서 친이계가 세(勢) 결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문제가 전면에 부상할 경우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이계는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 결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이처럼 친이계가 세 결집에 나선 가운데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현실화 되고 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연일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당 중진회의에서 검찰의 정윤회 문건 파문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청와대에서 유출됐고, 연말에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한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한마디 한다고 무조건 금과옥조로 따라가는 것은 구시대의 관계이고,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며 "당이 때로는 청와대를 리드할 때도 있고, 청와대가 당의 입장을 이해할 때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가 좀 더 분명한 입장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현재의 당·청 관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언급, '정윤회 문건 파동'을 몇몇 개인의 사심에 의한 일탈로 선을 그은 청와대 및 당 지도부와 다른 입장을 드러내 새누리당 내부 계파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편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지난 정부 에너지공기업 사장도 좌불안석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에너지공기업 사장들은 대부분 이 전 대통령과 학연, 지연, 교회연으로 엮여 있다.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강영원 전 사장은 소망교회 인맥이며,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은 고려대 선후배,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현대자원개발 대표를 지낸 '현대맨'으로 통한다.

업계에서는 이들 에너지공기업 사장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을 하며, 자원개발 사업을 과도하게 추진했다고 입을 모은다. 절차상 공기업은 해외 투자할 때 이사회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만큼 이사회 위원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공기업 이사회는 의장을 사장이 겸임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포스코,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등 산업계도 몸을 사리고 있다. 자원외교의 가장 대표적인 희생자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이 꼽힌다. 포스코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으며 지난 2013년 말 자진사퇴한 바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