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출신·친박 지원에 '대권' 힘받아… 총리 역할 평가따라 좌우악화된 여론과 당 압박 등에 '이완구 총리 카드' 꺼내박 대통령과 인연, 충청권 배려 작용… '대선주자'부상 주목

새총리에 내정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을 방문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새 총리로 내정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이 원내대표는 사실 개각론이 불거질 때마다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돼 왔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한 데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 현 정부에서 홀대받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충청권 출신이란 점 등이 두루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 파문과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반전 카드로 이 원내대표를 새 총리로 내정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새 총리 후보로 이 원내대표를 낙점한 시점과 이 원내대표의 당 안팎에서의 위상, 당내 친박-비박 구도 등이 맞물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위기의 박근혜정부가 꺼낸 '이완구 총리 카드'의 배경과 정치권에 가져올 영향 등을 살펴봤다.

악화된 여론 조직개편 앞당겨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정홍원 총리를 잇는 새 총리에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 2001년 4월 3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오른쪽)와 이완구 총무가 의사당을 나서는 모습.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후 청와대 조직개편이나 큰 폭의 개각은 물 건너간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개각에 대해서도 일부 장관 교체를 시사하는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한 청와대 기류를 바꿔놓은 것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여론과 이에 따른 당의 반발(압박)이었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를 경신해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새해 1월 2주차(12~16일) 주간집계 결과, 박 대통령의 취임 99주차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1주일 전 대비 3.8%포인트 하락한 39.4%로 나타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대상으로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전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이는 지난 2014년 12월 2주차(39.7%)에 기록했던 집권 후 최저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의 지난 20~22일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에 머물며 집권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에 대한 휴대전화 설문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0%를 기록해 긍정과 부정률 격차가 기존 20% 포인트에서 30% 포인트로 벌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추락은 새누리당에 대한 동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당 안팎에선 비박(비박근혜)ㆍ친박을 불문하고 청와대 개편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와 비박계는 4월 보궐선거 참패 등을 우려하며 청와대에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조기에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는 악화된 여론과 당 쪽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에 따라 당에서 친박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비박계가 득세하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완구 카드' 꺼낸 배경은

박 대통령이 조직개편의 승부수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총리로 내정한 데는 그의 업무 능력, 박 대통령과의 인연, 청문회 통과, 충청권 배려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차기 대선과 관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면서 친박계 잠룡에 힘을 실어준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오른 뒤 세월호 정국에서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세월호특별법 등 법안·예산에 대한 여야 협상을 비교적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거쳐 경찰에 투신, 충북ㆍ충남경찰청장을 역임하고 1995년 정계에 들어선 후 충남지사, 3선 의원으로 여당과 야당(자민련) 원내 사령탑을 지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한 점이 총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격자라는 평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이번 총리 내정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 원내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후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다가 도지사직까지 사퇴하기도 했다. 당시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면서 '범(汎)친박'으로 분류돼 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충남도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지난 5월 원내대표가 된 후엔 당에서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당청 간 긴장 관계를 조율하는 등 수완을 발휘해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부터 신임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원내대표가 충청 출신(충남 청양)이란 점도 새 총리로 내정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충청권과 충청 출신이 많은 인천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승리함으로써 당선자가 될 수 있었다. 충청표가 박 대통령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청와대나 장관, 정부 기관 등의 요직에 충청 출신의 기용이 거의 없다시피하면서 현 정부에 대한 충청권의 불만이 팽배했다. 이는 지난해 6ㆍ4 지방선거에서 충남ㆍ충북지사, 대전시장 등을 비롯해 충청권에서 야권이 선전하는 빌미가 됐다. 이번 이 원내대표의 총리 후보 내정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내년 총선, 나아가 차기 대선까지 고려해 충청권의 민심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차기 대선주자 '날개' 달아

이 원내대표가 새 총리 후보로 내정되면서 단번에 여권의 차기 대전주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로써 김무성-김문수-정몽준-홍준표 등으로 이어지는 여권의 대선주자 지지율에도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텃밭이던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겨 원내총무와 대변인 등을 역임했으며,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충남지사에 당선되면서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통할 만큼 충청권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2009년 지사직을 내려놓은 이 원내대표는 다발성골수종(혈액암) 때문에 2012년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 '대권'과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4월 충남 부여ㆍ청양 재보선에서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재기에 성공한 이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돼 왔다. 이 원내대표도 가까운 지인에게나 사석에서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로 내정된 것은 향후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단 것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원내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완구 총리 카드'는 많은 함의를 지닌다. 2017년 대선 상황에 따라 이 원내대표는 여권의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여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 소원한 비박계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혁신위원장, 정몽준 전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은 전례에 비춰 언제든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공격까지 할 수 있는 인사들이다.

반면, 친박계엔 대선주자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청와대와 친박 인사들 사이에 차기 주자로 자주 거론되는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이런 가운데 이 원내대표는 친박계 대선 주자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 원내대표 역시 충남지사 시절부터 '대권'에 대한 생각을 키워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은 "이 대표는 자신을 '포스트 JP'로 충청권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대권에 도전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대권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왔다고 털어놨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는 '이완구 대망론'에 대해 견해가 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한 정치평론가는 "이 원내대표를 대선주자로 인식하는 여론은 여태 미미했다"며 "이번 총리 내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명실상부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충청'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자의 경우 반기문 유엔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와 같은 '특별함'을 이 원내대표가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충청 출신의 한 교수는 "이 원내대표가 JP처럼 충청권을 대표하는가에 대해선 솔직히 회의적"이라며 "그가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되려면 총리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치권 출신 한 전문가는 " '총리'라는 위치는 국민의 주목을 받는 자리다. '대권'과 연계시킬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며 "이 원내대표가 '충정' 출신이란 점은 향후 대권 행보에서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다수 정치평론가들은 이 원내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그의 역할과 이에 대한 평가에 따라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고, 반대로 박 대통령의 '대리인'에 불과할 경우엔 다른 주자들에 밀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원내대표는 새 총리로 내정된 23일 "대통령에게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느냐 여부는 그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