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방산 로비스트' 정조준MB정부 때 막대한 자금 움직인 외국인의 정체로비스트 A씨 지난 정부 핵심실세와 연결 정황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지난달 29일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입구.
[주간한국 윤지환 기자]박근혜정부가 지난해 11월 합동수사단을 설치해 대대적으로 방산비리 척결에 나선 이후 그 결과물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직후 야권은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사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로비스트가 개입해 방위사업 곳곳에서 방산비리가 발생했다며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해왔다.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군피아(군+마피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방산업체-예비역 장성 및 간부-현역 장성·장교가 연결된 비리 사슬고리는 그 뿌리가 깊어 합수단 수사가 미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 같은 비리실태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여권도 방산비리와 관련해 더욱 철저히 수사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컨대 방산비리 사범을 '이적죄'로 처벌토록 하는 내용의 형법 및 군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방산비리 수사가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들이 사정기관 주변에서 나온다. 일부에서는 역대 정권 때마다 불거진 방산비리가 대부분 권력형이었던 점을 들어 "합수단이 이명박 정권과 무기브로커의 커넥션 정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정권이 대규모 국방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린다김이나 조풍언 같은 로비스트 또는 무기브로커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방산비리 수사에서 정치권에 줄을 댄 국제급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방산비리에 침묵할 수 없는 여권

국회 국방위원회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방산비리 관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적죄로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군형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군형법 개정안은 '이적의 죄'를 규정한 군형법 14조에 "방위사업과 관련한 수뢰·뇌물·사기·사문서위변조·사기·횡령·배임 등의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형법 개정안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의 형법 99조에 새 조항을 신설, "방위사업 관련 뇌물죄, 횡령·배임죄, 사문서위조·행사죄 등 비리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방산비리에 연루된 이들 상당수가 중형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최근 적발한 내용만 살펴봐도 방산비리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감사원은 방위산업 10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벌여 상당수 대형 비리를 적발했다. 감사원 측은 "경천동지할, 어마어마한 대형비리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것만 봐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감사원은 현행법 위반 사안에 대해 사정당국에 사법조치를 의뢰하고, 비리에 연루된 방산업체에 대해서는 허가를 취소해 방산업체를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비리에 연루된 방산업체들은 재지정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 방산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합수단 관계자는 "감사원은 연간 10조 원대에 이르는 무기획득 등 방위력개선사업 중 국내 개발 및 무기수입 등 10개 분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조사했다"며 "그 결과, 방산 분야 퇴역 간부 로비스트 등이 주축이 된 '군피아' 등에 의한 대형 '군(軍)·산(産) 유착' 비리가 상당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 동안 국가 안보상 특수 영역으로 치부돼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국방·방산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결과, 공개 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 수 있는 내용들이 드러났다. 하지만 군사기밀 사항이 대부분이라 조사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지 여부는 추후 정밀 검토키로 한다는 방침이다.

로비스트 자금 어디까지

감사원 조사와 더불어 합수단의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도 그 파장을 예상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라는 게 합수단 관계자들이 전언이다.

합수단의 한 관계자는 "방산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방산업체 로비와 예비역들이 로비스트로 활동한 내용 그리고 현역들과 방산업체들 간의 유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현재 조사는 군과 방산업체들 간의 거래 내용에 모아져 있지만 향후 사안에 따라 로비스트들의 행적도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로비스트들의 정치권 로비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야권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방위사업에 동원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실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 정권 차원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방위력개선사업에 사용된 자금은 40조원 정도다. 당시 MB는 2020년까지 국방산업 및 기술 분야 세계7대 수출국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과 합수단 조사에 따르면 공문서위조․부실부품사용으로 세월호 참사에 출동도 못해 방산비리의 대표격이 된 통영함, 공군전투기 시동장치 중고부품사용 비리, 병사들 호주머니에서 800억대 부당이득을 취한 군 PX납품비리 등 그야말로 비리백화점과 다름없다.

이처럼 비리가 만연하려면 윗선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2012년 이명박 정권 말 추진된 14조 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도 복마전이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감사원이 최근 방위사업청 등 무기획득 체계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재취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고위직인 취업승인 대상자 7명 중 6명이 승인 대상이 아닌데도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2명은 퇴역 후 현역에 종사했던 업무와 연관된 방산업체에 재취업했다.

감사원 소식통에 따르면 방산비리 연루 정황이 포착된 일부 예비역 인사들은 지난 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정치권 로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지난 정권에 줄을 댄 거물급 로비스트들은 대부분 몸을 피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정부가 감사원 조사를 추진하고 방산비리 수사를 위한 합수부를 설치하기 전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 국방사업에 관여했던 거물급 무기중개업자들의 소재가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추측컨대 해외 등지로 이미 종적을 감춘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산비리 수사가 '권력형 거물'들은 잡지 못하고 깃털만 단속하는 수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명박 정부 때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외국인과 교포 등 '로비스트'로 의심되는 무기로비스트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해외로 도피했다는 첩보가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 업체와 연결돼 방산 로비를 해온 A씨 등은 합수단이 현판을 걸기도 전에 이미 국외로 피신했다. A씨는 MB정권 때 정치권 유력인사들과 극비리에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 방산로비스트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번 방산비리 수사는 미처 충분한 내사를 벌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사정당국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큰 무기중개상과 중개업자들이 그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방산사업은 해외거래가 많아 방산비리 수사는 사전 준비와 핵심인물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에 따라 이번 방산비리 수사가 '원전비리' 수사처럼 정부 부처 핵심관계자 등 고위급들의 비리는 놓치고 실무진의 비리만 밝히는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