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국정운영 '경고음' 심각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개편·남북관계 카드 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0%대의 최저치의 지지율을 보인 가운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정 파트너이자 동력이 되는 당마저 비박(비박근혜)계가 장악하면서 집권 3년차의 박근혜정부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누적된 국민의 불만이 박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불통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성과 및 비전 부재, 그리고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ㆍ증세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한꺼번에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최악의 지지율을 반전시킬 만한 특단의 카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점이다. 당청 관계가 협조적이기보다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당내 우군인 친박 의원들이 점차 '탈박(脫朴)' 으로 표변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여기에 2ㆍ8 전당대회를 계기로 전열을 정비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도 예상된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박근혜정부)을 둘러싼 안팎 상황이 녹록치 않다. '날개 없는 추락'이 지속되는 배경은 무엇이며, 박 대통령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를 살펴봤다.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 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본격 켜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후반 '청와대 문건' 사건이 불거지면서다.

세월호 참사 때도 빠지지 않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문건' 사건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해 새해를 전후해 30%안팎으로 급락했다. 문건에 나타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은 진위 여부를 떠나 문건이 유출된 사실 만으로 청와대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여기에 비선 실세라는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충돌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의 '고고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동시에 박근혜정부 2년간 숱한 인사 문제가 근본적으로 박 대통령 때문인 것으로 비춰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하는 배경이 됐다.

새해 들어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지지율 급락의 결정타였다. 무언가 '희망'을 바라며 쇄신과 발전의 메시지를 기대한 국민에게 오히려 반감, 불신만 부추긴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은 청와대 개혁과 경제 회복, 광복ㆍ분단 70년인 올해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 등을 바랐지만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측근 실세 3인방을 철저하게 감쌌고, 경제 비전은 막연했으며, 남북관계 개선도 새로운 게 없어 보였다.

국민은 그러한 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꼈고 이는 그대로 여론에 반영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95% 신뢰수준±3.1%포인트)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29%만이 긍정 평가했다. 이는 한 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박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한 것은 처음이었다. 앞서 1월 27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일간 지지율 추이 조사에서도 29%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정 운영의 마지노선인 지지율 30%가 붕괴된 셈이다.

박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최악이다. 문민정부 이후 집권 3년차 1분기 지지율은 김영삼 37%, 김대중 49%, 노무현 33%, 이명박 44%(한국갤럽)였다.

한국갤럽이 가장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집권 후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2월 3~5일 성인 1,300명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지난주와 동일한 29%로 조사됐으며 부정평가는 62%였고 9%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5%).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소통 미흡'과 '세제개편안·증세'가 각각 17%, 14%였고, '인사 문제'는 10%,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는 9%였다.

지지율 추락보다 내용이 더 심각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신년 기자회견 후 몇몇 여론조사 결과 취임 후 최저치인 20%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아무리 죽을 쒀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40%는 꺼지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한 결과였다.

그런데 지지율 추락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내용이다. 앞서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전통적인 여권 지역인 TK(대구·경북)에서 44%와 PK(부산·울산·경남) 32%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서울 28% ▦인천·경기 25% ▦대전·세종·충청 29% ▦광주·전라 21% 등으로 모두 20%대를 밑돌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처음 30% 아래로 떨어진 지난 1월 27일부터 2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수도권은 20%대 지지율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고,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부정평가 48%로 과반에 육박했다. 중요 지지기반인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10명 중 6명 정도(61%)가 '잘못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불만을 나타냈다.

수도권의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내년 4월이 총선인데 수도권의 경우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데 20%대라면 전멸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50∼60대의 급격한 지지율 변화다. 이들 50∼60대는 상대적으로 여권 지지층이고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이제 박 대통령에 등을 돌린 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는 긍정 32%, 부정 59%로 4주 연속 부정률이 더 높았다. 60세 이상에선 긍정률이 부정률보다 높게 나왔지만, 긍정률이 전주 55%에서 50%로 5%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도 36%에서 43%로 크게 높아졌다.

또 같은 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50대와 60대 이상의 지지율은 1년 전 68%, 80%에서 이번엔 38%와 53%로 급락했다. 사실상 50대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 핵심 지지층인 자영업자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대거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1월 3주차 갤럽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7%(전체 평균 30%), 부정평가는 60%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7%로 전체 평균(52%)보다 높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자영업자들이 실망을 나타낸 것"이라며 "특히 경제 상황에 민감한 수도권 지지율이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또 있다. 한국갤럽의 장덕현 부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중장년층과 자영업자들은 한번 마음이 돌아서면 쉽게 입장을 바꾸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박 당 장악, 당청관계 '삐걱'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승민 의원이 비박 성향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 선출되면서 비박계가 당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원내사령탑 자리까지 비박계가 차지하면서 친박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평가다.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은 당내 친박-비박의 파워게임에서 친박계가 결정적으로 약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비주류인 김무성 현 대표에게 8.1%포인트 차로 패했다. 지난해 5월 열린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투표에서는 친박계 지원을 받은 주류 측 황우여 전 대표가 비주류인 정의화 현 의장에게 '46대 10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참패했다. 지난 2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계가 승리하면서 사실상 친박계가 3연패를 한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의 지원을 받은 유승민 의원의 승리는 많은 함의를 지닌다. 우선 비박계가 확실하게 당 주도권을 갖게 된 점이다. '박빙'으로 예상되던 원내대표 선거가 급격하게 유 의원 쪽으로 쏠린 데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무관하지 않다. 중도 성향의 한 수도권 의원은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보수 지지층이 돌아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만큼 박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도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도 그런 부분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로 당 주도권이 비박계로 넘어가면서 친박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비박계로 옷을 갈아입는 '탈박' 현상이 점증하고 있는 것. 이는 내년 총선과도 관련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즉,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선거의 여왕'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가 총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계 한 의원은 "사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대다수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의식했다"며 "이주영 의원을 미는데 주저한 친박계 의원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상당수 친박 의원들이 비박으로 돌아섰다는(탈박) 소문이 파다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후 김무성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해 박근혜정부를 직접 겨냥한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유승민 의원도 '증세 없는 복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당청관계가 달라진 것은 없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비박계가 당을 장악하면서 당청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당이 국정운영의 파트너이자 동력이 아닌 긴장관계로 변화하는 모습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 '비상 카드'는 무엇

악화된 국민여론과 비박계가 주도하는 당청관계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을 켰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수렴해 청와대 조직 개편과 개각을 단행하고 당청관계도 새롭게 정립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한 정책 제시와 실천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소통 미흡'과관련해 그간 걸림돌이 돼 온 김기춘 비서실장과 '실세 비서진 3인방'의 거취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교체는 확실시 되고 있는데 후임으론 황교안 법무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상임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파격적으로 '젊은' 비서실장이 내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실세 비서진 3인방의 거취와 관련해선 청와대 자리 이동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과 일부 비서가 청와대 밖으로 나갈 것이라는 얘기 등 엇갈리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부서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각료, 장기 재직한 각료 등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해 국정운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경제'에 있는 만큼 이것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규제'를 풀거나 완화해 '경제활성화'에 전력하고 조세ㆍ증세ㆍ연금 부분도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집권 3년차 박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둘 국정은 '남북관계'로 전해진다. 이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취임초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스스로 위원장이 될 만큼 남북관계 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간 남북 경협의 걸림돌이 돼왔던 5.24 조치를 올해 상반기에 해제하는 등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말이 아닌 행동(실천)'을 통해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한 축을 남북경협에 두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총괄하되 이전과 다르게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막후에서 지원하는 모습을 취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아울러 정부가 앞장서기보다는 '민간'에 비중을 두는 남북경협을 추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민간 차원의 경협기구를 발족한 것과 관련, 한국ㆍ북한ㆍ러시아 3국이 민간 차원의 경협(교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비박계가 주도권을 갖게 된 당과의 관계에 대해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당에 간섭하거나 친박계를 드러내놓고 지원한 적이 없는 터라 당과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정의 동반자로 보조를 맞춰 갈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정운영을 통해 박 대통령의 '저력'을 보임으로써 당내 비박계의 독주를 견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사자방(MB정부의 핵심 국정인 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국면전환과 함께 MB측의 당내 영향력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는 당내 주류가 된 비박계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면서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