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일' 투트랙 전략 전열 갖춰 '경제' 매개로 남북관계 대변화 추진'경제 혁신' '통일기반' 최우선… 떨어진 국정동력 회복에 주력박근혜 정부 성패 올해가 '골든 타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조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추락한 지지율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떨어진 국정동력은 회복이 더디다. 국정을 뒷받침할 당정청 공조는 아직 삐걱대고, 전열을 갖춘 문재인 대표 체제의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경제와 북한 등 외부 요인도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박근혜정부가 내우회환에 처한 상황이다.

집권 3년차는 국정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반면 국정장악력은 떨어지는 기로의 시점이다. 더구나 내년 4월엔 박근혜정부의 심판대가 될 총선이 있다. 올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에겐 올해가 '골든타임'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차인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 직원 조회를 통해 사명감을 고취하고 내부기강 확립을 강조하면서 두가지 핵심 비전을 제시했다. 바로 '경제혁신'과 '통일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인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 부분은 주로 각료와 관계부처에 맡기고 '통일' 관련 사안은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이라고 한다. 특히 '통일'은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집권 3년차에 박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목되는 것은 박 대통령이 '통일' 과 '경제'를 연계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남북대화, 교류의 핵심을 '경제'에 두고 정치문제도 풀어간다는 복안이다. 남북경협을 통해 국내 경제,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고, 북한과는 주민들의 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통일' 관련 기구의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통일준비위원회를 강화해 통일정책 전반을 아우르고 통일부는 통일정책 실행기구, 국정원은 통일정보 업무에 주력하는 형태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통일, 경제 등 '골든타임'의 히든 카드를 추적했다.

위기의 박근혜호 원인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차 첫날을 무겁게 맞았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전 직원 조회를 여는 것으로 집권 3년차를 시작했다. 취임 1주년이었던 1년 전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한 것과 비교되고 축하행사도 없었다.

이는 지지율 추락과 떨어진 국정동력, 비서실장도 없는 어수선한 청와대 상황 등이 반영된 탓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말 20%대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약간 상승했으나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 국정운영 파트너인 당은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장악한 상황이어서 당정청의 유기적 공조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 체제의 야당은 박근혜정부에 총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여건도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전력하고 있는 남북관계는 2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국제경제 위기도 지속돼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에 내외 상황이 순탄치 않은 형국이다.

박 대통령 승부수 '경제와 통일'

"우리에게는 새로운 각오로 경제 혁신을 이뤄내고 통일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부여돼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 차를 여는 첫날인 25일 오전 전격적으로 청와대 전 직원 조회에 참석, 향후 국정운영의 방점을 '경제'와 '통일'에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개인적인 영달을 떠나 사명감과 충정심을 가지고 이런 일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집권 2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은 박 대통령이 위기 돌파의 화두로 꺼낸 승부수는 경제와 통일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한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는 데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확립과 사명감 고취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경제'를 강조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통일'에 적잖은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공통적으로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활성화'로 꼽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월 25-26일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조사(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 박근혜정부에 '경제활성화'(36.9%)를 가장 바랐고, '공공 개혁', '인사제도 개선', '소통 강화', '대북관계 개선', '복지 증진' 등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금년도 국정은 경제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라며 '경제활성화 제일주의'를 국정 3년차의 방향타로 잡은 것은 여론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의 국정운영 핵심으로 거론한 '경제혁신'과 관련해선 작년 2월 25일 담화 형식으로 처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중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경제 혁신 추진 전략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공공부문 개혁,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사회안전망 확충) ▦역동적인 혁신경제(창조경제 구현, 미래대비 투자, 해외진출 촉진) ▦내수 · 수출 균형경제(내수기반 확대, 투자여건 확충, 청년 · 여성 고용률 제고) ▦통일시대 준비를 포함한 실행과제 등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 차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본격화하기 위해 노동시장·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 활력 제고를 병행 추진하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관계 민간과 경제가 중심돼야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첫날 국정운영의 방점으로 경제와 더불어 통일을 거론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경제'는 자주 언급되고 예상된 현안이나 '통일'은 유독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남북관계에 큰 비중을 둬왔고 대선 당시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10월에는 '유라시아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제시해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다. 작년 신년사에선 '통일대박론'을 거론할 정도로 통일에 관심을 뒀고, 그해 3월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그다지 진척되지 않았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들에 대해 "흡수통일" 운운하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년 넘게 남북관계가 경색돼 온 것과 관련, 국내외 북한소식통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측의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한 이해부족 ▦실질적인 대북정책 부재 ▦대북정책 추진 주체 문제 ▦주변국 이해 및 활용 전략 부재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남한 정부는 북한 현실, 가령 북한내 권력관계, 주민 현실 등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거나 잘 모르고 있어 북한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북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 그리고 그들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과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것 사이에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과 오랜 기간 무역을 해온 한 북한 전문가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총론'만 있고 '각론'이 없다"며 "각론이라는 것도 단발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경협, 민생 인프라 구축 등 대북정책들이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우선 순위, 지원 내용과 지역, 북한 사정상 현실화하기 어려운 것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남북교류(경협)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5ㆍ24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5ㆍ24 조치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지만 기본 입장(해제)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대북정책의 주체와 방향이다. 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그간 청와대ㆍ통일부ㆍ국정원 등 대북정책을 주도해 온 '관'(官) 대신 '민간'이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다시말해 향후 남북관계에서 '정치' 부분을 가급적 배제하고 비정치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다

한 측근 인사는 "북한이 우리 정부, 기관들을 무시ㆍ외면하다보니 대화 자체가 안됐다"며 "앞으론 정치색이 덜한 민간이 남북경협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남북 간에 민간이 주체가 되는 교류, 경협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려면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해외동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동포가 중심이 되고 남북한이 연대하면 남북이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에서 남북교류와 관련해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군부나 당의 간섭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데 러시아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 민간이 중심이 되는 것과 함께 '경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경제'는 북한에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를 매개로 한 남북교류는 5ㆍ24 조치 해제를 통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은 남한과의 모든 대화에서 '경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면서 "경협이 활성화 되면 정치적인 부분도 유화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경제를 매개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는 '어떤 경제'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북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지역마다 지리적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북한 지역인 강원도 평강은 생산물 공급기지로 알맞고 룡성은 농기계, 흥남과 김척은 각각 비료공장과 제철소가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장백산 대표는 " '민간'과 '경제'를 토대로 남북교류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남북관계 개선 방안"이라며 이것을 현실화ㆍ실질화하는 데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러시아가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민간 중심의 경협에서 러시아가 북한 당국의 간섭을 상당 부분 제어할 수 있고, 남한-북한-러시아가 연계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북한에 중국 이상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어 이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남한에서 경원선을 통해 북한의 원산, 함흥을 지나 러시아까지 이르는 철로를 활용해 극동러시아(연해주)를 남ㆍ북ㆍ러 3국이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전면 나서는 것 부적절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서 '통일' 분야를 비중있게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통일 국정'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남북관계 진전, 통일 분야에 전력해 왔고, 이제(집권 3년차) 결실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통일 국정'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북한에 휘둘리거나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남북 관련 사안을 앞장서서 다루는 것은 북한에 표적이 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소식통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하게 되면 정치화돼 남과 북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는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예민한 남북 문제에 전면에 나서는 것은 외교적으로 타국가를 자극할 수 있고,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대통령이 통일 관련 국정을 솔선수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통일준비위원장을 맡아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 소식통과 전문가들은 통일 관련 국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현재 우리정부의 통일 관련 업무는 기관 간에 중복되고 입장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통일정책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통일부, 국정원 등 관련 기관 간에 '통일'에 관한 전략과 시각차가 상존해 '통일 국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북한 소식통은 심지어 "통일부와 국정원이 진정 남북이 통일 되기를 바라는 지 의문스럽다"면서 남북 접촉에 대해 줄곧 부정적 행태를 보여 온 것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측에서도 '통일 국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정책 입안 기구로, 통일부는 정책 집행기관, 국정원은 순수하게 통일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역할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상당하다. 청와대에서도 그러한 '통일' 역할 분담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남북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지,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성패가 어느 방향으로 귀결될지 국내외가 주목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