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와 친박계 사이 미묘한 기류 감지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담화를 놓고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비박계와 친박계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총리가 취임 후 첫 담화에서 집중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해외자원 개발 배임 의혹 ▦방위사업 비리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은 대부분 전임 이명박 정부와 관련 있는 것으로 지목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친이계 인사들은 이 총리가 갑자기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배경, 부정부패의 대표적 사례로 굳이 이들 사안을 부각한 이유 등을 놓고 불만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 비리나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과 더불어 자원 외교를 '부정·비리' 사건을 묶어 조사를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불안과 불만이 혼재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첫해 '4대강 감사' 결과를 둘러싼 충돌과 최근 이 전 대통령이 발간한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표면화된 갈등 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친이계 측은 현 정부가 MB 정권 비리를 들춰내는 전략을 통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누리려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권의 기반도 취약한 상황에 정치공학적 움직임만 내세울 경우 갈등 유발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과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반발이 확산하면 친박 주류 측에서도 정면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 지도부 일부에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