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축으로 한 남북경협 … 북한 동참할 만한 프로젝트
남북-러시아 3국 공동발전으로 확대…해외동포 주요 역할
남북관계 개선, 경제활성화 영향… 朴정부 평가 중요 시험대
북한과의 협의가 관건… 정치 배제,‘경제’매개로 풀어야

“남북한 철도운행 재개를 위한 철도복원사업 등 이행가능한 남북공동 프로젝트를 협의해 추진하는 것도 남북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전준비의 일환으로 우선 남북철도 남측구간을 하나씩 복구하고 연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6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올해 광복70년을 계기로 민족화합과 동질성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철도복원사업 등 남북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최근 경원선 복원 공사를 연내 시작해 2017년말에 완공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중순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업무계획에 경원선 복원을 포함시켰고 서승환 장관이 현장을 찾는 등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통일준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경원선 복원 사업에 나서면서 실현 전망과 남북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찍이 경원선과 연계된 남북 및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을 추진해 온 전문가는 경원선이 단순한 철도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경원선이 남북경협을 넘어 정치 분야까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권 3년차를 박근혜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경제활성화를 통해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고 후반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경원선 철도 복원 은 남북관계는 물론,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 의지, 정부 전사적으로 나서

‘경원선 프로젝트’의 내용과 전망을 짚어봤다.

경원선 복원은 개통 100주년이던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선언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 대통령이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이는 남북한과 아시아, 유럽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을 단일경제권으로 발전시켜나가자는 프로젝트다.

유라시아이니셔티브가 실효성을 갖고 제대로 가동되려면 남북한 철도 연결이 전제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원선 복원은 그 핵심 사업이자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및 남북 철도 연결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공사(公私)석에서 남북 철도와 경원선 복원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지난 1월 정부는 경원선과 금강산선, 동해선 등 남북을 잇는 3개 노선의 남한 내 미연결 구간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당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원선 복원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가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남북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나서 올해 업무계획에 경원선 복원을 포함시켰다. 서승환 국토부장관은 지난 1월 31일 경원선 남측 지역인 철원을 방문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 등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통일준비위원회(위원장 대통령)는 경원선 복원 공사를 연내 시작해 2017년 말 완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따라 올 중순 이후 경원선 복구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원선 프로젝트’의 초기 밑그림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처,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경원선 복원은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원선 복원 시점과 절차,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며, 북한과 연계된 구간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강원 원산 간 223.7km를 일컫는다. 경원선은 1914년 8월 개통돼 남북을 달리며 물류 수송에 기여했지만 한국전쟁으로 단절되면서 현재 비무장지대(DMZ) 주변 25.3km가 끊겨 있는 상태다. 현재의 경원선은 국내 구간인 용산 - 백마고지 구간만 해당된다.

경원선 복원 공사 구간은 백마고지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10.5km 구간으로, 이 중 2㎞ 정도는 비무장지대(DMZ)에 속해 북한과 합의가 필요하다. 반면 민간인 통제구역 안의 8.5㎞ 구간은 자체적으로 우선 건설할 수 있다. 때문에 빠르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완공해 개통식을 여는 것도 가능하다.

경원선 복원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관건은 경원선의 활용이다. 이는 북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자 북한이 경원선 복원 협의에 나설 수 있는 최대 요인이기도 하다.

현재 통일준비위원회나 국토해양부는 ‘경원선 프로젝트’와 관련,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통준위와 국토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된 것은 물류 수송 정도이다. 경원선이 지나가는 남북 지역을 어떻게 개발한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오랫동안 남북관계에 천착해 온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원선 활용이 진지하게 논의돼 왔다. 1980년대 말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온 장석중 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는 경원선 활용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 대표는 경원선을 축으로 한 남북경협, 나아가 남북한-러시아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을 2000년초 구체적으로 제시해 북한과 러시아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김대중정부에서는 러시와의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장 대표가 1990년대부터 구상한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발전 방안’은 남북한이 ‘경제’를 매개로 협업하고 이를 러시아 극동 연해주와 연계해 남ㆍ북ㆍ러 3국이 공동발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 교통망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핵심축은 남측 서울과 북측 원산을 잇는 경원선이다. 이에서 나아가 극동러시아 연해주까지 연결되는 경연선(서울-원산-연해주)으로 확장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원선(경연선)을 따라 조성되는 남한과 북한의 경협단지, 즉 공단이다. 장 대표가 1980년대 말부터 북한과 교역을 하면서 알게 된 북한 정치ㆍ경제적 상황에 바탕해 기획한 공단은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경원선은 남북관계 발전의 핵심축

장 대표가 구상한 경원선을 축으로 한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발전 방안’에 따르면 경원선 노선에는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공단이 들어선다. 공단의 특징은 해외동포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만의 합작 공단일 경우 북한이 우리 정부나 기업에 무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데 해외동포가 공단의 한 축이 되면서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과 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참여해 북한이 선호하는 ‘민족’이란 측면과 부합할 뿐 아니라 ‘정치’로 인해 경협이 중단되는 가능성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해외동포공단에서 남북이 공동생산한 제품(농식품, 경공업 제품 및 생활필수품)은 북한의 식량난 및 기초 생활난을 해결하고 경원선(경연선)을 통해 물류비까지 낮출 경우 국제경쟁력은 크게 제고된다.

경원선을 거쳐 TKR(한반도 횡단철도),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그리고 북극항로와 연결되면 남북한 상품의 경쟁력 증대는 물론, 남북에서 다방면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이 경원선을 통해 식량, 농ㆍ임ㆍ해ㆍ수산물, 자원, 인력 등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식량 자급자족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아울러 경원선의 연장인 경연선 종착지인 북러 국경지대에 북한의 해외식량공급기지를 조성하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한 경연선을 통해 남한의 화훼 과일 종묘와 북한의 특산물, 러시아의 에너지, 임산자원을 교환하는 형태를 취하면 3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다.

장 대표의 프로젝트에 따르면 경원선 남측에는 주로 경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공단이 들어선다. 공단은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 회양(평강) 지역에 조성된다. 철원은 경원선이 북측으로 연결되는 중요 지점이고 북측의 회양(평강)은 경연선으로 나아가는 길목이다. 이 공단은 남한 지역에 조성되고 북한은 인력을, 해외동포는 자본 및 자원을 제공하는 형태가 특징이다. 이 공단은 자동차 부품 조립공장이나 액세서리 임가공 공단, 자전거ㆍ우산 조립 공장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 지역의 연천 및 철원에는 남북 공동의 공원을 조성, 관광지로서의 활용도를 높이며 금강산 관광과 연계해 수익성을 진작시킬 수 있다.

경원선 이남의 임진강 북단, DMZ 남단 지역에는 남한이 주축이 되고 북한, 해외동포들이 참여해 경공업 제품 및 생필품을 주로 생산하는 공단을 조성한다. 휴전선 접경지대 개발 지역으로 경기도 문산, 적성, 백학, 전곡(연천) 등이 중심 도시이다.

이 공단은 남한 지역에 위치하고 북한은 인력을, 해외동포는 자본 및 자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성공단과 차이가 있다. 공단이 남한에 있게 되므로 개성공단과 같은 3통(통신, 통행, 통관) 의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북한의 저임금과 숙련된 노동력은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이 공단은 휴전선 접경지역에 맞게 남북이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농식품 및 생필품 생산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북한의 식량자급과 생활필수품 공여에 필요한 식품가공업, 농ㆍ수ㆍ임산물 가공업 등이 주대상이다. 예컨대 도축장, 도계장, 반찬류‧순대 공장 등이 적합하다. 특히 이 공단은 중국을 비롯 해외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중소기업이 국내에 정착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경원선의 북한 기착지인 원산 주변은 북한 중공업 지역으로 발전시킨다. 원산, 함흥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은 김책 제철소, 안변 조선공단, 6ㆍ3 화차공장, 룡성 농기계, 흥남 비날론ㆍ비료 공장 등 북한 중공업의 중추가 대부분 이 지역에 집중돼 있어 중공업 육성에 유리하다. 게다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몰려 있어 요즘과 같은 자원난 시대에 남북이 윈(win)-윈(win)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적합하다.

북한과 합의 문제 푸는 게 과제

경원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상당 부분 북한에 달려 있다. 때문에 북한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최근 남북 경색 국면은 쉽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정부로서는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금년에 남북관계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임기말까지 남북관계는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고 ‘레임덕’이 급격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남북경협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머지않아 5ㆍ24조치를 해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역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치ㆍ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의 제안, 특히 남북경협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남북 교통의 핵심인 경원선은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1990년대 말 개성공단에 앞서 경기 연천, 강원 철원 지역에 남북합작 공단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승부수로 생각하고 있는 ‘경원선 프로젝트’가 순항할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