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때 비리 의혹 타깃… KAI 매각 놓고 정권 실세 개입?감사원 KAI로비 조사 MB맨 관련설 나와KAI 민영화 '뜨거운 감자' 향배 놓고 여러 설 재기돼KAI 매각 예정된 수순 놓고 정치권·기업 연루설

여야 의원들이 육군본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한국경 기동헬기 수리온 탑승 성능체험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하면서 그 내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KAI의 방산 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일단 억측을 경계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지난 1월부터 방산 비리 특별감사단에서 KAI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KAI 운영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

KAI에 대한 감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분석과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감사원이 이명박(MB) 정권 시절 여러 비리의혹이 제기됐던 KAI의 비리를 조사 중"이라며 "감사원 조사 이후 검찰의 칼날이 MB정권 핵심실세를 넘어 MB를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KAI는 고등훈련기 T-50,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국내 최대 방산기업으로 직원 수는 총 3,4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한 재외공관장들이 T-50 생산 조립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MB핵심 비리연루 의혹

국방부와 방산업계 소식통들은 감사원이 KAI가 이명박정부 때 여러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부터 조사를 벌여왔으며 최근 구체적인 내용을 캐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KAI의 상품권 로비와 환전 차익을 이용한 비자금 로비를 감사하고 있다. KAI가 최근 수년간 구매한 50여억원 상당의 상품권 중 30여억원가량이 공군 간부와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흔적이 감사원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 공군 고위 장성의 아내가 KAI로부터 받은 백화점 상품권으로 TV를 구매했으며, 애프터서비스(AS)까지 받은 내용도 드러나고 있다. 또 다른 공군 장성 아내는 상품권을 사용하고 현금영수증을 받아 감사원에 적발됐다는 말이 나돈다. 방산업계에서는 군뿐만 아니라 정·관계, 특히 국회 국방위원들에게도 상품권 로비가 있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그러나 상품권 로비 대상으로 거론된 공군 장성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위사업청과 1조 7,000억원 규모의 양산 계약을 체결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의 비행 모습.
또 감사원은 KAI가 환전 차익을 회사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조성하고, 로비에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와 관련된 부분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감사원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무기 획득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정·관계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이미 MB정부 때인 2011년에도 제기된 바 있는데, 당시 정권 핵심실세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말이 사정기관 주변에 돌았다.

KAI 측은 최근 감사원 조사로 일고 있는 의혹에 대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권은 정치권 로비 용도가 아니라 전 직원에 대한 추석·설날 등 명절 선물, 우수 사원 포상 용도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전 차익을 이용한 불법 자금 조성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KAI의 로비 의혹 등과 관련,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KAI 매각과 이번 감사원 조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KAI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털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소리다.

실제로 KAI는 최대주주인 정부가 여러 차례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번번이 매각이 좌절됐다. 재계에서는 "KAI 매각 작업 배후에 여권 인사들의 각종 이권이 연결돼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말 국감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민영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문재인 의원(현 새정치연합 대표)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가 잠복상태인지 아니면 완전히 중단된 것인가"라며 "지금 정부도 민영화를 좋아한다. 혹시라도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면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매각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의 한명숙 의원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 문제를 질의했다. 이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는 KDB금융그룹 홍기택 회장은 "추후 통합하면 매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성용 KAI사장은 "외국 바이어에게는 재무구조가 어떤지, 주주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가 큰 관심사이다. 현재 협상 테이블에서는 주주 구성이 최고 점수를 받는다. 한국정책금융공사 26%, 삼성 10%, 현대자동차 10%, 두산 5% 등으로 황금분할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왜 흠집을 내는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민영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KAI 수사 둘러싼 수상한 소문

야권은 이처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여권은 KAI매각을 적극적으로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소문은 하나 둘이 아니다. 심지어 "KAI와 관계된 여권인사들이 기업과 연계해 KAI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며 "KAI매각을 놓고 여권 핵심인사들이 기업과 은밀히 물밑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MB정부 때와 비슷한 소문이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과거 KAI의 상장을 앞두고 MB정권 핵심 실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무성했다. 이번에도 KAI매각을 놓고 여권 실세들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 간의 검은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사정기관 조사를 통해 KAI의 주가와 매각단가를 낮춘 뒤 매각을 적극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KAI를 대기업이 인수한 직후에는 KAI가 정부의 협력으로 대형사업을 수주하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시나리오가 증권가에서 그려지고 있다.

매각이 진행된다면 앞서 인수의사를 표명했던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한화 등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보인다. KAI의 매각작업은 2015년 내에 결정 날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최근 삼성·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을 놓고 간 2조 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가운데 한화 측이 제2, 제3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인수를 통해 거머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10%)을 경영권 확보 수준까지 늘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는 방위산업 확장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화는 KAI인수 추진을 놓고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한다.

또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분야와 항공기 엔진, 광학장비와 탐색장비 등으로 방위 사업 분야를 확장시킬 전망이다. 삼성테크윈의 군수·민간용 항공기 엔진 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30%에 달하고 있다.

향후 전투기 생산이나 개발을 진행할 때, 한화의 항공기용 유압부품 기술이나, 삼성테크윈의 항공기 엔진 기술 등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KAI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평가다. 한화가 생산하는 유압은 KAI의 주력 생산품인 T-50이나 KT-1의 주요 부품으로 납품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한화 측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 사업)에 대비해 KAI인수를 노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KAI매각 작업이 내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간 합병이 이뤄질 경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매자는 방위사업법상 해외 투자자의 KAI인수가 막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로 한정돼 있다.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FI) 역시 국방사업을 담당하는 KAI의 안정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참여가 어려울 전망이다.

KAI 주주인 현대자동차와 두산그룹 출자회사인 DIP홀딩스의 경우 그 동안 꾸준히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원매자로 나설 가능성은 떨어진다. 현재까지 KAI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곳은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두 곳. 하지만 양사 모두 재무 여력 약화로 대규모 M&A딜을 시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삼성테크윈 인수로 KAI지분 10%를 확보한 한화그룹이 유일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1999년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공동출자해 설립된 KAI는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26.41%)를 필두로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DIP홀딩스(5%)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동안 정책금융공사 주도하에 이들 지분의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원매자 확보 문제와 정치적 이슈들이 개입되며 번번이 무산돼 왔다.

재계에서는 한화 측이 KAI 인수를 시도하더라도 경영권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지분(26.41%)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20%정도만 사들여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KAI의 20% 지분 가격만 해도 8,000억 원(시가 기준)에 달하는 만큼 조달 사정이 만만치 않은 한화로서는 무리한 베팅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2015년 말까지 정책금융공사, 디아피홀딩스, 현대자동차 등이 공동 지분 매각을 약조한 만큼 한화 측에서 KAI지분을 쪼개서 살 수 있을 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개별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이들 주주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KAI는 미래성장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으로 LCH/LAH 헬기사업을 수주했으며, 해외수출, KF-X 사업의 수주가 유력해 보인다. 2012년 정책금융공사의 매각진행 상황보다 매각 여건이 좋아 2015년 통합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한다면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AI는 1999년 10월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3사의 항공사업 부문이 통합돼 설립된 회사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국내 항공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 대우, 현대 3사의 항공 사업을 공동 현물출자(동일 지분 각 33.3%)해 설립됐다. 이후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산업은행(현 한국정책금융공사)이 출자전환함에 따라 최대주주(30.1%)로 돼 있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종합 제조업체다. 방산 부문의 독점 지위로 KAI는 기본훈련기(KT-1 계열), 고등훈련기·경공격기(T-50 계열), 헬리콥터(수리온, KUH 계열) 등의 항공기를 만든다. 개발부터 제조, 판매까지 할 수 있으며 보잉(Boeing), 에어버스(Airbus) 등에 항공 부품을 공급 중이다. KAI가 주목받은 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통해서다. T-50은 미국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사와 10년간 약 2조원을 투입해 공동 개발했다.

2008년부터 한국 공군에 납품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5월 25일에는 인도네시아에 T-50기종 16대, 총 4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며 세계에서 6번째로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가가 됐다. 현재 아시아, 중남미, 동구권 등에서는 노후화된 F-5 전투기 등의 대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T-50 기종의 추가 수출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 M&A 가능성도 높다. 이번 상장도 시장에선 M&A의 중간단계로 본다.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고 전체 매출에서 정부 물량이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보잉, 에어버스 등에도 날개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FA-50 경공격기 양산, KF-X 한국형 전투기 개발, KAH 공격헬기 개발 등 대형 군수 프로젝트 진행에 따른 안정적인 수주와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KAI가 방산비리 수사 이후 정부주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화가 KAI를 인수하게 될 경우 정치권에 '빅딜에 의한 특혜'라는 의혹 제기와 각종 시비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