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vs 원로' 향군… 경영난 해결은?4월 10일 선거… '5파전' 치열… '대장vs대위' 구도… 신상태 부상"장관 상대할 장성 출신 원로라야"… "경영난 타개할 전문가 출신 필요"

4월 10일 실시하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향군) 35대 회장선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향군의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군의 생존 및 조직 존폐가 영향을 받는 데다 비(非) 장성 출신 후보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향군 회장 선거는 3년 연임에서 4년 단임으로 임기가 바뀐 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로 이진삼 조남풍 김진호 이선민 등 예비역 장성과 비장성 출신인 신상태 후보가 '5파전'을 벌이고 있다. 후보들마다 향군의 위상 정립, 재정난 해결, 리더십 등에서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으나 대의원들의 표심은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향군이 젊은 향군으로 바뀔 것인가, 아니면 원로 향군으로 남을 것인가 하는 점과 향군의 최대 현안인 경영 위기를 과연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의 향배가 갈리는 분수령이다.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 회장 선거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대장 대 대위'의 5파전

이번 35대 향군 회장 선거는 이진삼(79·육사15기·예비역 대장), 조남풍(77·육사18기·예비역 대장), 김진호(74·학군2기·예비역 대장), 이선민(70·학군6기·예비역 중장), 신상태(64·3사6기·예비역 대위) 후보 등이 막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5명의 후보들 구성을 보면 육사 출신이 2명(이진삼 조풍연), 학군 출신이 2명(김진호 이선민)이고 3사 출신이 1명(신상태)이다. 또한 대장 중장 출신의 장성이 4명, 대위 출신이 1명이다. 선거 구도가 '대장 대 대위' 대결의 5파전 양상이다.

1952년 창설돼 63년의 역사를 가진 향군은 34대에 걸쳐 회장이 20명이 나왔는데 대장 6명, 중장 8명, 준장 4명 등 모두 장성이 차지했다. 이중 육군 장성 출신이 대부분이고, 김성은 전 회장(10대)이 해병 중장, 이성호 전 회장(11∼12대)과 이맹기 전 회장(18∼21대)이 각각 해군 중장 출신으로 향군 회장에 올랐다.

향군 회장은 초대부터 26대까지 임명직이었으나 김영삼 정부 때 직선제로 바뀌어 1994년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소장 출신)이 처음으로 선출직 회장(27∼28대)이 됐고, 이어 육사 출신 이상훈 전 회장(29∼30대), 박세직 전 회장(31-32대), 학군 출신 박세환 회장(33∼34대)이 향군을 이끌어 왔다.

장성 출신들이 향군 회장을 독점해온 가운데 비(非)장성 출신 후보의 도전도 있었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병관 전 서울시 향군회장은 32대와 34대 회장 선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때문에 이번 향군 회장 선거에 나선 비장성 출신의 신상태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까지 향군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신 후보가 '젊은 향군' '경영 위기 해결' 등을 기치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성 출신 후보들이 출신과 이해관계에 따라 표가 갈라지는 것도 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육사 출신인 이진삼ㆍ조풍연 후보와 학군 출신인 김진호ㆍ이선민 후보 모두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나 학군 출신 대의원들 간에 "표가 분산되니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후보들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전언이다. 향군 안팎에서는 "이대로 선거가 진행되면 신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경영 위기' 최대 현안으로

이번 향군 회장 선거에서는 몇몇 큰 이슈들이 후보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보 수호자', '재정난 문제', '향군 이끌 리더십' 등의 이슈에 이를 풀어갈 회장으로서 누가 적임자인가를 놓고 후보자와 대의원들 간에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특히 향군의 적자 경영에 따른 위기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향군은 경영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5,5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하루 이자만 6,000여만원에 이른다. 향군은 향우산업 등 10여개 산하단체 수익금과 향군타워 임대료 등으로 이자를 메워가지만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향군의 재정 기반은 무너지고 향군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때문에 향군 안팎에서는 재정을 안정시키고 빚을 줄일 수 있는 CEO형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군이 건강한 안보단체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군 예비역들의 복지까지 챙기기 위해서는 경영 안정과 수익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이에 걸맞은 인물이 향군 회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토지공사 사장을 지낸 김진호 후보와 현재 6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상태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김 후보는 토지공사 사장 시절 향군 사업을 지원한 적이 있다. 토지공사가 주도한 경기도 동탄시 신도시 사업에 향군이 참여토록 해 모처럼 돈을 벌게 한 것이다.

신 후보는 서울시 향군회장 6년과 본회 이사 3년, 본회 특임부회장 3년을 지내며 향군 업무에 정통한데다 일찍 군을 나와 경영 일선에 뛰어들어 현재 6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신 후보는 부동산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로서 이론적 토대도 갖추고 있다. 서울시 향군회장을 할 때는 서울시와 서울시 의회를 설득해 22억원의 보조금을 받아내 서울시 향군회관을 리모델링해 임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때문에 향군 일부에서는 신 후보가 향군의 존폐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다른 후보들은 향군은 안보단체인 만큼 안보 문제에 집중하고 재정 문제는 부동산 전문가를 뽑아 일을 맡기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젊은 향군이냐 원로 향군이냐

향군 회장 선거에 출마한 다섯 후보 중 이진삼ㆍ조남풍ㆍ김진호ㆍ이선민 후보는 70대이고 신상태 후보는 60대로 가장 젊다. 향군 구성원 중 원로들은 '위계질서'와 '보수적 안보'를 중시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회원들은 '실리'와 '합리적 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과거 향군회장은 국방부 장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면서 "향군회장은 국방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도 대화하고 외국 장성도 만나야 하는데 어찌 대위 출신에게 (회장을) 맡길 수 있느냐"고 말하곤 한다.

반면 '젊은 향군'을 바라는 사람들은 "향군이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향군부터 자립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향군도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춰 이념 논쟁이나 계급 개념에서 탈피해 예비역의 복지와 국가 안보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경우 6ㆍ25전쟁 참전 24개국 중 우리의 향군과 비슷한 단체가 활동하는 곳은 21개국으로 이 가운데 장성 출신이 회장을 하는 나라는 영국ㆍ태국ㆍ콜롬비아ㆍ그리스ㆍ인도ㆍ필리핀 6개국이다. 미국의 3개 향군을 비롯해 13개 향군에서는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병사 출신이 회장을 맡고 있다.

4월 10일 향군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회장으로 누가 선출될지 향군의 선택이주목된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