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탄 광산 소유 A사 실체 드러나… '자원외교 비리 핵심' 수면 위 부상MB가족 A사 실질적 운영 의혹… A사 - 한전 초대형 비리 연루 추적MB 특수관계인도 포함 가능성… 검찰 수사 적지 않은 파장 일어날 듯

한국전력(한전)과 한전 계열사의 비리를 검찰이 강도높게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전 비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다수 연루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한전비리에 연루된 최측근들 중에는 이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인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석탄공사 비리 의혹과도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말과 최근 드러난 검찰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한전 석탄 공급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했으며, 한전의 석탄 수입에 전 정권 실세들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또 MB정부 때 중국석탄 수입 사업에 이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인사가 개입돼 있으며, 이 인사와 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석탄 수입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검찰의 한전 수사를 살펴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 검찰 수사가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깃털만 잡아들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리에 연루된 실무라인만 잡아들이고 전 정권 관계자들은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칼끝 핵심부 겨눌까

지금까지 밝혀진 한전의 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일단 계열사를 통한 비리가 먼저 사정그물에 걸렸다. 올 초 한전KDN 전산관리업체(위탁 계약) 전ㆍ현직 직원들이 특정 업체가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국전력(KEPCO) 전자입찰시스템을 조작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한전KDN에 파견돼 서버 유지ㆍ보수업무를 담당해 온 이들은 자신들을 통해 불법 낙찰을 받은 공사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겨온 것으로 지난 2월경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같은 비리 구조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감독기관인 한전은 관련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내부적으로 비리를 서로 눈감아 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종범)는 한전 전자입찰시스템 서버에 접속, 공사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공사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 뒤 해당 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겨 온 혐의(배임수재ㆍ특가법상 사기 등)로 박모(40)씨 등 관리업체 전ㆍ현직 직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공사업자들을 모집, 이들에게 연결해 준 전기공사업자 주모(40)씨 등 2명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 등 4명은 2005년 9월께부터 지난해 11월께까지 한전KDN 전산입찰시스템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 낙찰을 주도, 지난 10년 간 공사업자들로부터 13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주씨 등은 같은 기간 불법 낙찰에 참여할 공사업체를 모집하는가 하면 낙찰 대가로 받은 금품을 박씨 등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10여년 전 취업 준비 과정에서 만나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박씨와 주씨가 해당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KDN은 발전에서부터 송ㆍ변전, 배전,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력계통 전 과정에 있어 첨단 전력IT 기술을 적용해 전력 계통 감시 및 제어, 전력사업 정보관리 등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다.

검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불법 낙찰공사는 전국에 걸쳐 83개 전기공사업체 총 133건(계약금액 기준 2,709억원 상당), 입찰 경쟁률은 최고 5,736대1, 개별 계약금액은 최고 77억원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표 이사 1명이 업체 이름만 바꿔 수십억원의 공사를 낙찰받거나 한 업체가 여러 개의 공사를 입찰 조작을 통해 낙찰받기도 했다.

박씨 등은 외부에서도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업체들의 투찰정보를 분석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작해 왔다. 이들은 한전KDN과 계약이 만료돼 더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될 경우 후임자를 물색, 수법을 전수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한전 계열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검찰 주변에서 "검찰이 한전 본사와 더불어 한전비리에 연루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KDN 비리에 연루된 전 정권 관련 인사들이 한전 내부 비리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경 한전 및 한전 자회사에 뇌물을 상납해온 납품업체가 MB 인수위원회 출신인 한국전력 상임감사와 한전KDN 외에도 MB정권의 청와대 실세와 MB계 의원, 검사, 경찰간부, 언론사 주요 간부 등에게도 선물 등을 건네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한전 납품업체인 A사의 대표 K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관리 대상자 명단'에는 로비 대상자들이 드러나 있었는데, 명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작성된 이 명단속의 1등급은 30여 명이고, 2등급은 50여 명으로 모두 90명에 달했다. 한전에 배전용 장비를 납품한 내용을 보면 한전과 자회사인 한전KDN 임직원의 등급과 이름, 직책, 주소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의 경우 18대 의원으로 친이명박계 수도권 출신 의원이었고, 청와대 인사 역시 MB의 핵심 측근이고 핵심 실세였다. 검사는 중간 간부급로, 선물을 받을 때 수도권에서 근무했으나 지금은 퇴직해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 간부는 청와대 파견 근무까지 나갔었고 복귀한 후에도 요직에 있었다. 여기에는 MB인수위 출신의 MB 최측근 강승철(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 전 한전 상임감사를 비롯해 한전 자회사, 한전KDN 전현직 간부 3명도 모두 1등급 관리 대상이었다. 이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한전비리 MB 핵심 연루 의혹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는 한전 핵심부를 압박하고 있다. 올 초부터 검찰의 수사는 본격화됐다. 검찰은 한전 계열사 수사를 통해 한전 본사 내부 비리 정황을 다수 포착하고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의 전직 고위 임원 2명을 최근 잇따라 구속한 가운데, 검찰은 한전 본사 수사에 앞서 압수수색도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김환)는 한대수(70) 전 한전 상임감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는데, 한씨는 2011년 12월쯤 브로커 황모(구속)씨로부터 한전 직원에 대한 승진청탁 등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장(2002~2006년)을 지낸 한씨는 2009년 11월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에 임명되는 등 정치권에서도 활동했던 인사다.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1년 1월 한전 상임감사에 '낙하산'으로 취임했고,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월 물러났다.

검찰은 이 압수수색에서 한전과 거래ㆍ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의 사업수주 현황과 금전거래 내역은 물론, 중부발전을 비롯한 한전의 발전자회사와 한전 본사의 거래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다수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이번 수사로 구속된 6명 가운데 한전 전ㆍ현직 임직원은 5명에 이른다. 지난해 7월 말 안산지청은 한전 재직시절 거래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한전의 전기공사 관련 감리원 직원 2명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들 외에도 검찰은 또 다른 한전 전ㆍ현직 임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전 비리에 대한 이번 사건으로 검찰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전 수사와 관련해 최근 검찰 안팎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한전비리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특수관계인들의 연루 정황을 상당량 확보하고 이를 추적중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이 자원외교비리와 관련돼 있는 것 아니냐"는 말과 더불어 "한전과 석탄공사의 석탄수입사업에 이 전 대통령의 아들 등 특수관계인들과 전 정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첩보를 검찰이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2009년 11월 6일자로 한국타이어에서 퇴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은 적 있다. 2008년 11월부터 한국타이어 국제영업부문 중동아태팀 사원으로 근무한 이씨가 퇴사하면서 여러 추측이 무성했다. 이 중 이씨의 퇴직과 관련해 "A회사를 통해 중국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둔 것 같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A사는 현재 대기업에 석탄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특수관계인 B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씨의 A사 입사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은 커넥션 정황들

중국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B씨는 오래전부터 중국에 머물렀으며,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전 대통령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신일 전 세중나모회장의 중국 사업에도 B씨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사정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한전과 석탄공사의 석탄 수입과 관련해 A사가 개입했으며, 이 석탄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석탄공사의 해외투자에도 A사가 관계돼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무성하다.

지난해 11월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감사원은 석탄공사의 해외석탄개발투자 사업이 부실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석탄공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추가 투자에 나선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국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천안을)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한몽에너지에 최근 19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한몽에너지개발(주)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에 석탄공사가 몽골 홋고르 석탄광산에 참여하면서 만든 법인이다. 당시 이 석탄광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가채매장량 7,600만t, 평균 탄질 7,000k㎈/㎏, 평균 영업이익률 22.9%가 전망됐고 5년이면 배당소득에 투자지분을 모두 회수하는 계획으로 연도별 당기순이익이 2011년 8억원, 2012년 32억원, 2013년 55억원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석탄공사는 한몽에너지개발㈜을 설립해 1,000만달러를 들여 몽골 훗고르 탄광 지분 51%를 인수하고 차입금 234억원을 지급보증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이 석탄광산에서는 2011년 8만5921t, 2012년 1만4768t, 2013년 1340t 등 모두 10만2029t이 석탄을 생산되는데 그쳤고 이 기간 판매량도 생산량의 8.6% 수준인 8811t에 불과했다.

석탄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어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에는 차입금을 비롯해 자본이 완전히 잠식돼 빈 깡통이 됐지만 지난 7월에 19억원을 추가 투자해 손해가 293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너블루라는 회사도 검찰이 다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규석광산 채광 허가증 취득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너블루는 이명박 정부의 특혜 의혹에도 휘말렸던 회사다. 이 회사는 M&M이라는 회사가 인수하려도 포기한 전력이 있다. M&M 은 재벌 3세들의 코스닥 머니게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50대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유명세를 떨친 바 있는 M&M 전 대표는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다.

이너블루는 2008년 4월 설립됐고 한달 만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12억 원에 지분 40.1%를 인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천 회장은 지분 인수 직후 이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2008년 5월 27일~30일)에 경제수행단 일원으로 동행했다. 그리고 이너블루는 그 해 6월 중국 칭하이성과 규석채굴 광구를 적시한 보충계약을 하고 2009년 3월에는 칭하이성의 규석광산 채굴허가권을 정식으로 획득했다.

당시 이너블루 측은 "향후 50년간 평균 순도 98% 이상의 규석을 연간 6000t 채굴할 수 있게 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4억8,000만 달러어치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설립 2개월된 직원 10명 짜리 회사가 대형계약을 따낸 데 대해 뒷말이 나오자 천신일 회장은 당시 방중 기간 중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국장 등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광산 개발 등에 관해 법적ㆍ제도적•인적 자원 등의 협력 및 지원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또 천 회장은 "특히 폴리실리콘의 원료가 되는 석영광산 개발과 관련, 북경에 파견 나와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의 도움으로 북경의 유명 법학박사 및 변호사들을 소개받아 광산 개발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방중 기간에 한국과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계약을 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 정부는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11조 원(정부 예산 3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너블루는 2009년 2월 한국맥쿼리증권을 규석광산 개발을 위한 자본 유치 주관사로 선정하며 "4월까지 모두 4000만 달러를 유치해 내년 말까지 중국 현지에 만들 메탈실리콘 가공 공장을 위한 자금 등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세중나모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당연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