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한화 방산사업 '빅딜설'… 모락모락… KAI 인수 뒷말 나와한화 공룡방산기업 조짐에 정·재계 촉각 왜?초대형 무기개발 사업 김승연 회장 적극 내막KAI 방산비리 의혹 감사에 뒷말 무성

(주)한화가 방위산업 기업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방산업계 공룡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3년 매출액 5조3,000억원(방산부문 9000억원)을 기록한 (주)한화가 삼성테크윈(매출액 2조9,000억원)과 삼성탈레스(매출액 6,176억원)를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방산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한화의 세계 방산업계 40위권 진입도 무난할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세계 방산시장에서 삼성테크윈은 54위, (주)한화는 100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화가 테크윈과 탈레스를 인수하자 이를 두고 여러 분석과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항공기개발제작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 것은 항공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를 갖게 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KAI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제작업체로 KFX사업의 유력체계업체다. 이에 KAI의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한화가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한화 사이에 모종의 빅딜이 있던 것 아니냐고 추측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우리 군은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KFX의 엔진은 올해 7월 쌍발엔진으로 결정됐고 수입업체로 유로제트와 GE가 거론되고 있다. 어느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삼성테크윈과 손잡고 국내 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삼성테크윈이 위탁면허생산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 방산기업이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 새로운 신화 만드나

단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산업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30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사업 협상대상업체 및 우선순위 결정 결과'를 보고했다.

방사청은 KAI와 대한항공 등 2개 제안업체를 대상으로 개발계획, 개발능력 및 비용평가를 실시했으며 이날 방추위에서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KAI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중요사업임을 고려해 공정성과 전문성이 확보되도록 정부·민간 연구기관과 학계 교수, 공군 전문가 등으로 제안서 평가팀을 구성했다"며 "향후 협상대상업체와 기술, 조건, 가격협상 등을 거쳐 올 상반기에 계약체결 및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화된 F-4와 F-5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보충과 미래전장운용개념에 부합하는 성능을 갖춘 국산 전투기를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KF-16과 기동성은 유사하지만 탑재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은 더 우수한 '미들급' 전투기 120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8조5,000억원의 개발비와 9조6,000억원의 양산비용을 합한 18조1,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건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이다. 총사업비 7조4,000억원으로 록히드마틴의 F-35A 40대를 도입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2배를 넘는 규모다

KF-X 사업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KAI가 선정된 것은 KT-1, T-50, 수리온 등 국산항공기 개발 경험과 1300여명의 개발인력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KF-X 탐색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KAI는 F-X사업자인 록히드마틴과 KF-X 투자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입찰에 참여했으며, 대한항공은 유로파이터 제작사인 에어버스D&S와 파트너십 계약을 하고 입찰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업체와 손잡은 KAI가 그렇지 않은 대한항공에 비해 입찰에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향후 KAI의 매각 방향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한 것 아니냐"고 보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AI를 한화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화가 강력히 의사를 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화가 탈레스 등을 인수한 내막에 정부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한화 안팎에서는 한화가 박근혜 정부와 함께 폭넓은 무기개발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화가 그동안 국내 방산기업들이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항공 전자전분야에도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삼성탈레스가 그동안 전투지휘체계, 열영상감시장비, 탐지추적장치 등 전자장비를 생산해온 만큼 한화가 항공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 분야의 시장 점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의 미사일개발사업도 시너지를 갖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화에서 생산되는 다연장로켓 '구룡', 70㎜ MLRS(다연장로켓탄),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에는 모두 삼성테크윈에서 생산되는 미사일엔진이 들어간다. 특히 우리 군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하는 만큼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가 삼성 방산분야 계열사를 사들인 것은 시기적으로 미묘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입찰과 매각을 앞두고 사정기관을 동원해 KAI를 조사하는 것을 두고 여러 소리가 들린다.

청와대-한화 서로 통했나

감사원은 KAI 직원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지난 8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KAI직원은 '해외 거래용'이란 명목으로 가짜 법인계좌를 만든 뒤 환율을 거짓 계산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의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KAI를 상대로 한 방산비리 의혹 감사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발견한 감사원은 관련 자료를 방산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에 넘길 예정이다.

이 직원에 대해 KAI 현직 경영진 또는 정부 관료 출신 인사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발족한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통해 올 1월부터 KAI의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무기 획득 사업 수주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사정기관 주변에서 "감사원과 검찰이 KAI와 이명박 정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최근 감사원의 이러한 행보를 감안하면 이 분석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KAI는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비롯해 실세가 운영에 개입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소문 등이 끊임없이 나왔다. KAI의 각종 사업에 이명박 정부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말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KAI와 연결된 전 정권 관련자를 제거한 뒤 본격적인 정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한화가 박근혜 정부의 국방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삼성·한화그룹 간 2조 원 규모의 빅딜이 성사된 이후 업계에서는 "한화 측이 제2, 제3의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무엇보다 한화가 전략적으로 이미 합병으로 인수한 KAI 지분을 경영권 확보 수준까지 늘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산업 확장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한화 안팎에서는 "KAI인수 프로젝트와 함께 KAI인수 후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수립 작업이 한창"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현재까지 KAI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곳은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두 곳이지만 양사 모두 재무 여력 약화로 대규모 M&A딜을 시도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화 인수설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1999년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공동출자해 설립된 KAI는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26.41%)를 필두로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DIP홀딩스(5%)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동안 정책금융공사 주도하에 이들 지분의 매각을 시도해 왔지만 원매자 확보 문제와 정치적 이슈들이 개입되며 번번이 무산돼 왔다. 일단 공동 매각 시한은 내년 말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또 최근 KAI의 전투기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향후 전투기 생산이나 개발을 진행할 때, 한화의 항공기용 유압부품 기술이나, 삼성테크윈의 항공기 엔진 기술 등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KAI와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화가 생산하는 유압은 KAI의 주력 생산품인 T-50이나 KT-1의 주요 부품으로 납품되기도 한다.

일각에서 "한화 측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 사업)에 대비해 KAI인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청와대와도 일정부분 교감을 나눈 상태"라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 측이 KAI 인수를 시도하더라도 경영권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 지분(26.41%)을 고려하면 한화는 20%정도만 사들여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KAI의 20% 지분 가격만 해도 8000억 원(시가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한화가 힘조절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