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관계 핵심인사 다수 포함… 대선 캠프 지원금 전달 정황 포착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 독대 밀담 '빅딜설' 모락모락검찰 수사 흐지부지 땐 청와대-여권 '동반 침몰' 가능성도정치권 수사 확대 멈추고 기업 영역 수사 속전속결할 수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에 초유의 파문을 일으키면서 향후 검찰 수사 범위와 방향에 정·관·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관계된 정·관계 인사가 적어도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정치권 인사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정치인에게 유무형의 도움을 적지 않게 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드러난 정치권 인사 외에도 성 전 회장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관가와 야권에도 다수라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정부 대선과 박근혜 정부 대선 때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현재 성 전 회장이 두 번의 대선 지원활동을 하면서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에 대선 지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때 여권후보 지원을 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그 측근들 모두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에선 2012년 대선 때 야권에도 대선 지원금이 전달된 정황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성완종 장부' 거론되는 21명

충청권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논란을 빚는 이완구 국무총리 퇴진과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행보와 관련, 경남기업 수사와 관련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fl당 대표의 독대면담과 추가 기업수사가 남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청와대가 무조건 직진하는 것을 중단하고 '성완종 리스트' 파문 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경남기업 수사와 관련해 일정 시점에 국면 전환 카드와 더불어 사건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따라서 리스트에 등장한 이들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점을 감안 할 때 검찰이 시원치 않은 수사결과를 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와 검찰이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지 않고 용두사미로 마무리할 경우 박근혜 정부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헤어날 수 없는 레임덕의 늪에 빠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복수의 사정기관 소식통이 전하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순순히 빼든 칼을 도로 거두기가 쉽지 않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핵심인물들이 대부분 여권 중에서도 친박 핵심인사들인데다 이외에 성 전 회장과 연결된 정·관계 핵심인사들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여권 야권 정치인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부처 고위인사 등이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적지 않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수사를 그대로 진행할 수도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검찰 지휘부의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검찰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어 일단 특검 등 여러 변수를 내심 기다리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인사는 매우 주목할 만한 얘기를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검찰 등이 파악하고 있는 성 전 회장 리스트 관련 정치인이 더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검찰은 성 전 회장과 관계된 인사들을 파악하고 있는데, 정·관계 관계자가 21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권, 야권 정치인과 관가 인사들이 많은데, 이들은 정치활동 명목으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야권이 의외로 작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성 전 회장과 다수의 야권 인사들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하는 8명 외에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는 여권 인사는 새누리당 K 의원과 L씨다.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한 L전 의원과 P전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는 21명 중에는 야권 인사들도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 K의원과 C의원, 친노계인 A의원과 충청권L씨가 그들이다. 지난 대선 때 야권 진영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K씨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성 전 의원이 지원한 정치인들 중엔 부산을 연고로 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부산을 정치 기반으로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들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성 전 회장이 정재계 마당발인 J씨를 통해 친노(친노무현) 인사들과 가까워졌고, 금전적 지원을 한 게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성 전 회장은 친노 인사들과 어울리면 부산 정치권에서 유명한 'ㄷ술집'을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친노 인사들은 성 전 회장과 'ㄷ술집'단골로 알려지고 있다.

또, 친박 진영의 장·차관급 인사들도 추가로 포착되고 있고, 지검장 출신 인사도 거론되고 있어 차후 '성완종 리스트'에 어느 인사들이 포함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성완종 장부상의 명단이나 SNS상에 등장하는 인사들과 관련, "로비 명단을 확보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주머니 속 메모에 현 정부 핵심인사들을 주로 거론했는데,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생전에 검찰 조사를 통해 친이계 등 비박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인정했다. 다만 이들에 대해서는 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은 "자원외교를 수사 중인 검찰은 성 전 회장을 상대로 전 정권 핵심인사들과 검은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성 전 회장은 이를 대체로 부인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했는데, 마지막 순간 현 정부 핵심인사들을 거론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읍참마속하나

성 전 회장이 생의 끝자락에 서서 친박계를 향해 비수를 던지고 세상을 떠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성 전 회장이 친박계 핵심부에 심한 배신감을 느껴 생전에 자신이 도움을 준 친박계 인사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관련 인사들은 한결같이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40분간 긴급 독대한 것을 두고도 여러 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MB정권 사정을 놓고 김 대표와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런 점들을 다 내려놓고 김 대표를 따로 조용히 만난 것은 박 대통령이 느끼는 위기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만남 이후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놓고 여러 분석과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상당한 역풍을 맞게 된 만큼 자원외교와 전 정권 유착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 형태로 마무리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간의 타협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친박계 핵심이 줄줄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 긴급 독대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자원외교 수사로 친이계를 압박하던 박 대통령이 역풍에 직면하자 황급히 김 대표에 타협의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국정 2인자인 이완구 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이 언급되는 등 정권 핵심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박 대통령이 다급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에 비박계 마저 등을 돌릴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최근 현직 총리와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된 '성완종 리스트'가 터져 나오자 그동안 당정청간 소통의 채널로 활용했던 고위당정청협의회도 당분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 대표와 의혹의 한 복판에 있는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만나면 '성완종 파문'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는 오해를 살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완종 리스트'라는 핵폭탄이 터지자 김 대표가 현정부와 선긋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단독회동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성완종 파문'의 해결사로 김 대표를 선택하고 대신 자원외교 수사에 대한 모종의 합의안을 내놨을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 무성하다. 즉, 일종의 '빅딜'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소리다.

이 같은 추측은 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마친 김 대표의 언행에서도 비친다. 김 대표는 이날 회동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저는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없이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며 진솔한 대화가 오갔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 외 박 대통령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밝힐 수 없는 둘 만의 대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날 독대 자리에서 이 총리 거취문제까지 거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의견에 대해 '순방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김 대표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나름대로 '성완종 파문' 해법찾기에 골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 총리 등 이른바 '성완종 메모'에 이름을 올라간 이들을 상대로 직접 관련 여부를 물었으나 관련자들이 모두 강력 부인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청와대 주변과 여권 내부에서 "박 대통령도 초기에는 이 총리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빅딜'은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태'로 현 정부가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청 간 '빅딜'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박 대통령의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빅딜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완구 총리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원칙적 수사'를 밀고나가야 한다"며 "'성완종 장부' 등에 여권뿐 아니라 야권 인사들도 거론되는 만큼 가감없이 정면돌파를 하는 것이 오히려 현 정부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검찰 동반 위기

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의혹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은 양날의 칼을 쥔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과 관심을 한꺼번에 사고 있는 초유의 사건이어서 검찰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김 대표와 긴급조율을 한 것으로 미뤄 향후 검찰이 기업수사와 관련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지 않고 기업 실무 관계자들만 처벌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기업수사가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여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어 향후 검찰이 어떻게 수사를 전개할지는 미지수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는 이미 깊은 늪에 빠진 상태다. 일단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사실상 수사하기로 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을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성 전 회장이 여야 핵심인사들과 두루 알고 지내왔다는 점에서 수사가 특검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점까지 미묘해지면서 검찰은 더욱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검을 통해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경우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돌출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치검찰 비난이 들끓게 될 가능성도 있어 검찰은 여권 핵심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할 수도 피하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특검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인 신속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검찰 수사가 '메모 작성경위 확인' 수준에 머물 수가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특검에서 추가로 드러날 부분들에 대비해 향후 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의혹 사건을 먼저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권 실세들이 등장하는 사건이어서 수사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야권에서부터 '특검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야권이 특검 주문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 특검론이 입에 오르기 시작한 이상 야권에서도 특검주문에 불을 지피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 수사가 현실화할 경우, 현 정부 들어 처음 제도화한 상설특검의 첫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검찰이 특검 수사 가능성 등 여러 난관을 만날 공산이 커짐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여권 특정 인사들 수사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