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언론 등 금품제공에 요트접대 로비까지황우석 등 유명인사 영입 주가조작 김모씨 로비 '정·관계 리스트'금품 향응 제공받은 인사 리스트 실체 드러날 경우 '제2의 성완종'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관리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른바 '비밀장부'의 로비 리스트를 놓고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이 모 상장회사 대표가 정·관계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소식통들에 따르면 검찰은 이 회사 대표가 주가조작과 관련해 막대한 회사 수익을 빼돌렸으며 이렇게 빼돌린 자금의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으며, 이 수익으로 검찰ㆍ금감원ㆍ국세청 등에 로비를 한 흔적도 보인다. 검찰 수사를 통해 그와 관련된 주가조작, 로비 행각 등 여러 범죄 실체가 드러날 경우 '제 2의 성완종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가조작 수사 조용한 움직임

검찰의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심상치 않다. 검찰 주변에서는 "주가조작사건 수사를 통해 정·관계 로비 실체가 드러날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가조작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전기, ○○필름, ○○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는 김모씨로, 그는 과거에도 주가조작, 로비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구속된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과거 정치권의 김모, 이모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금감원 등에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았다. 또 김씨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치권 검찰 증권가에서는 그가 사실상 게이트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이 회사들을 경영하면서 2,000억대의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며 횡령,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역시 바이오 관련 상장사인 A사를 운영하면서 황우석, 서정진 등 유명인사를 내세워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성완종 리스트와 같은 로비리스트가 또 한 번 정·관·재계에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김씨는 과거 D상호신용금고를 무자본 인수하고 이 신용금고 자금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한 사실이 발각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D금고 등 8개 상장사를 통한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로 의심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이들 상장회사를 인수했으나 주가조작, 횡령, 배임 등의 범죄로 이 회사들은 대부분 상장폐지라는 결말을 맞았다.

김씨는 이 회사들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을 때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 정치권 인사들과 금감원 등에 로비를 벌여 저축은행 퇴출저지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조작으로 수감됐던 김씨는 2005년경 출소 후 범죄수익으로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워 경영하던 ○○전기를 2005년경부터 관여해 2008년 1월경부터 현재까지 약 1,800억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씨는 납입된 자금을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회사자금을 자회사 등으로 대여처리하는 편법을 동원해 임의 사용하거나 부당하게 사용해 약 1,500억대의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특히 검찰은 김씨가 이렇게 마련한 자금 일부를 정치권 등 로비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부산과 제주, 서울 등에 수십억대의 요트 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요트를 이용해 정·관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첩보도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졌다"며 "수사 결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돈 흘러간 경로 추적

사정 당국에 따르면 김씨가 회사자금을 임의인출 고리의 사채를 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모 회사의 자금을 M사에 대여 후 이중 금전대여 계약을 처리해 회사에는 원금 20억 + 연5%의 금리를 적용 지급 방법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이 내세운 SPC와 별도의 이면계약서를 작성 원금 20억 + 원금의 배액을 받는 이득을 취하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중 계약서 작성 수법을 썼다는 이야기다.

또 김씨는 2013년 ~ 2014년 A사 정기예금을 담보로 ○○스틸의 자회사로 대출 받아 김모 여인과 김 여인의 오빠 등 계좌로 이체 받아 홍콩상장사에 투자해 50억원의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검찰은 이를 외화 밀반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스틸이 국민은행 14억, 신한은행 40억 합계 54억의 담보를 제공한 점을 주목하고 향후 A사의 2013년 ~ 2014년 국민은행 14억과 신한은행 40억 예금계좌 확인 등을 통해 대출 담보제공 등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간한국>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와 김 여인뿐만 아니라 김씨의 아들 등 특수관계인들이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

또 김씨는 실질적으로 바이오 관련 회사인 B사를 인수 경영하면서 황우석 등을 내세워 주가조작을 도모한 정황이 있다. 그는 B사에 자신의 차명회사와 홍콩 증시 상장법인을 내세운 뒤 차명으로 관리하는 150억 상당을 B사에 증자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김씨는 홍콩으로 밀반출한 자금으로 주가조작을 도모, 외국계가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위장, K사의 주식을 상승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에 검찰은 헐값에 매수한 K사의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고 경영권을 인수했을 가능성에 대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와 그 측근들이 주가조작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김씨 등이 이 자금 중 일부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직·간접 증거를 상당량 확보했으며 이를 분석해 김씨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가조작 수사와 관련, 검찰은 최근 이희상 동아원 회장(70)을 주가 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증권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과 이명박 정권 때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의 정치권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동아원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 회장과 함께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한국제분 노모(52) 대표이사도 재판에 넘겼다.

노 대표는 동아원 전무로 재직하던 2010∼2011년 이 회사의 자사주를 매각하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데 관여했고, 이 회장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동아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자사주를 매각하기 위해 시세조종 전력이 있는 주가조작 브로커 김모씨에게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지인들과 함께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수매수, 시가·종가 관여 주문 등을 통해 동아원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동아원은 두 차례에 걸친 자사주 매각으로 총 388억원을 조달했다. 동아원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가 넘는 물량을 처분한 2년 동안 동아원 주가는 3,000원 선에서 6,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일단 검찰은 이 회장이 주가 조작에 주도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이다.

또 검찰은 이에 앞서 SBI그룹의 투자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위해 SBI 계열사가 투자한 국내기업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부장검사 김형준)은 투자 대행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은 국내기업 몇 곳에 대해 지난 3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곳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투자서류, 회계자료 등을 압수했다. 현재 검찰은 SBI코리아홀딩스와 베리타스인베스트먼트의 전 경영진이 특정업체에 투자하며 뒷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된 SBI그룹은 일본의 대형 금융그룹 SBI홀딩스그룹의 국내 계열사로 국내외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