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측근 "성 전 회장과 대화" 증언… 홍준표-윤씨 '배달사고' 의혹 제기"성완종 전 회장 자금 행방 윤모씨가 알 것"성 전 회장 지방선거 당시 홍 지사 지원 무산 내막새누리당 내 홍 지사 표적 몰고 가는 세력 있나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 1일 굳게 입을 다문 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사안은 점차 진실게임으로 흐를 조짐이다.

검찰은 아직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고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홍 지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결국 증거불충분 등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주간한국>은 과거 홍 지사를 도왔던 인물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 인물은 "당시 성 전 회장,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한 적 있으며, 성 전 회장을 통해 윤씨를 알게 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홍 지사와 성 전 회장은 연결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서 움직인 윤씨의 움직임은 여러 면에서 미스터리다. 인물의 증언을 들어보면 주목을 끄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성 전 회장의 자금을 윤씨가 움직인 정황이 있다는 부분은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성완종-윤승모-홍준표 배달사고?

홍 지사는 2011년 6월 옛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때 국회 의원사무실에서 윤 전 부사장을 통해 1억원을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일정 담당 비서 A씨를 지난달 29일 오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A씨로부터 일정 등 자료를 제출받고 관련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1년 2월부터 홍 지사가 의원이던 시절 의원사무실 일을 했고, 홍 지사가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부터는 경남도청에 근무 중이다. 이 때문에 홍 지사 측근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현재 휴가를 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대표 최고위원 경선을 전후로 한 홍 지사의 일정 등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고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대조해 객관적인 상황을 재구성해 볼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른 핵심 측근들도 일부 소환할 개연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서울본부에서 근무하는 B씨도 곧 소환될 전망이다. B씨는 2001년 10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홍 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홍 지사가 서울에 가면 여의도 정가 소식을 전하고 정치권 인사와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 등 보좌관과 비서관을 상대로 1억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 전 부사장이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는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가로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하거나 통화해 회유를 시도한 C씨 등 2명도 소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측근으로 알려진 D씨도 검찰이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D씨는 <주간한국>과의 접촉을 통해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D씨는 홍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성 전 회장 측이 당시 홍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D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떤 도움이라도 필요하면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그러나 D씨는 이 대목에서 "성 전 회장이 직접적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거나 활동자금을 주겠다는 등의 말은 한 적 없다. 유선 상으로 이야기할 때는 자신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만 밝혔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내용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을 때 홍 지사는 "주변에 표 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는 게 D씨의 설명이다.

D씨는 성 전 회장의 마지막 메모 내용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 내용은 추상적이어서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이 메모를 통해 거짓말을 하거나 특정인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D씨의 생각이다. 다만 홍 지사의 경우는 여러 정황상 의문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D씨는 "선거 당시 성 전 회장이 필요한 도움이 없느냐고 묻고 얼마 후 다시 전화가 왔다"며 "이 때 윤승모씨 이름이 나왔다. 성 전 회장은 나에게 '윤씨가 홍 지사를 위해 일을 잘하고 있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윤씨는 우리 캠프와 전혀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분이 우리 캠프를 돕고 있는지 몰랐다. 그분이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냐?'고 다시 되물었다. 그랬더니 성 전 회장이 적지 않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그리고 대화를 대충 마무리하시더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뭔가 잘못 알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잘 알겠다'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D씨는 당시 대화를 떠올렸다.

이와 관련해 D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성 전 회장이 우리 캠프(당시 홍준표 도지사 후보 측) 쪽에 지원을 지시한 것 같았다"며 "하지만 우리 쪽으로는 성 전 회장 자금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게 있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 없는데, 특히 성 전 회장과 그런 통화를 한 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증발된 성 전 회장의 자금

그의 증언대로라면 당시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홍 지사 캠프에 선거지원 자금전달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 캠프에 자금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은 성 전 회장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정황들을 살펴보면 성 전 회장을 통해 나온 자금이 윤씨를 통해 어디론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말하자면 '배달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D씨는 이에 대해 "성 전 회장은 지원자금이 잘 전달됐는지 그리고 홍 지사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나에게 직접 확인전화를 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자금이 전달되지 않았고 윤씨에 대해서도 내가 전혀 모른다고 말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이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홍 지사에게 전달하지는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홍 지사에게 윤씨에 대해 혹시 아는지 물어 봤다고 했다. 이에 홍 지사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잘 모른다고 답했고 전화통화도 따로 한 적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선거기간 동안 홍 지사의 전화는 비서들이 관리했기 때문에 비서를 통하지 않고 홍 지사와 윤씨가 연결됐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D씨의 설명이다.

D씨는 "내가 생각하기에 홍 지사에 돈이 전달됐다는 건 성 전 회장의 생각일 뿐 실제로는 중간에 배달사고가 났다고 본다"며 "홍 지사는 선거기간 동안 매우 예민했는데, 특히 불법선거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철저히 차단했다. 자신의 측근 중 누군가 뒤로 밑으로 검은 거래를 한 흔적이 있으면 그냥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선거기간 중 성 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건 말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D씨는 "홍 지사를 변론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라며 "물론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도지사가 된 이후 부분이고 그 전의 일에 대해 내가 모르는 부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D씨는 문득 생각난 듯 "윤씨 부분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은 '지금 통화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홍 지사에게 전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아마 배달사고로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자신이 따로 알아본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성 전 회장이 조사를 통해 '배달사고'를 확인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에 홍 지사의 이름을 적어 넣은 대목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확인결과 배달사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메모에 이름을 남긴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 전 부사장이다. 검찰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자금이 홍 지사에 전달됐다면 이 '배달사고' 정황이 명백히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성 전 회장의 '홍준표 지원'이 기존의 의혹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성 전 회장이 금품을 홍 지사에 전달했다는 의혹은 2011년 6월경 옛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줬다는 게 핵심이다.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한모 전 재무담당 부사장을 시켜 현금 1억원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D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 시기가 홍 지사의 지방선거 출마 시기다. 둘 다 지원시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둘 중 하나만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둘 다 사실일 경우 검찰 수사는 더 복잡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홍 지사는 고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모 변호사 그리고 모 로펌 변호사로부터 법적 자문을 받으며 법리적으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 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돈의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이 돈의 조성 단계부터 적극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된 상태에서 의혹을 풀어낼 몇 안 되는 증인으로 여겨지는 윤 전 부사장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검찰은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 전반에 걸쳐 윤 전 부사장이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최근 성 전 회장 측근들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지난달 28일 전해졌다.

이때 홍 지사 측 캠프에 몸담고 있던 윤 전 부사장이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홍 지사에게 줬고, 홍 지사는 이튿날 성 전 회장과 통화에서 '감사인사'를 했다는 게 지금껏 정치권에 퍼진 의혹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D씨는 "내가 아는 선에는 완전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윤 전 부사장은 2010년 전당대회 때는 홍준표 캠프의 공보특보로 알려졌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의 말은 좀 다르다. 돈이 전달됐다는 2011년에는 윤 전 부사장은 캠프에서 공식 직책은 없었고, 가끔 캠프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홍 지사도 최근 "윤씨는 제 경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지만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씨 측근"이라고 밝힌 바 있어 D씨의 증언과 일부 일치한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