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하청업체 A사 회장이 장 회장 비자금 관리인 의심검찰 장 회장 자금 수사 계열사 하청업체 등으로 확대 가능성검찰출신·친이계 인사 등 내세워 검찰수사 방패막이 시도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해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확대될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회장은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00억원 넘는 돈을 갚았으나 25년 만에 다시 도박 때문에 구치소에 수감됐다. 장 회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장 회장의 비자금 수사를 동국제강 하청업체 등에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장 회장은 검찰 수사 전에 전관출신 법조인들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회사 임원직에 전직 정치권 고위인사를 영입하는 등 나름의 대비를 했다. 이에 일각에서 “정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국제강은 지난 3월 2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장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및 이용수 부사장, 이성호 상무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한승희, 이재홍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오오키테츠오 JFE홀딩스 이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정진영 김앤장 변호사,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운영위원장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선임 됐다.

변호인 역시 인천에 연고를 둔적 있는 전직 검찰 고위 인사를 선임해 검찰 수사에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덕분인지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해 두 번이나 구속영장 청구를 했음에도 기각돼 여론의 비난을 샀다.

뿔난 검찰 고강도 수사 예고

장 회장 구속과 관련,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7일 “보완수사 등을 거쳐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종합해 볼 때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소명이 이뤄진 점, 구체적인 증거인멸의 정황이 새롭게 확인된 점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회장은 오전 2시25분께 구치소로 이송됐다. 장 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직전 횡령한 돈을 급하게 변제한 이유와 두 번째 변제한 대금 12억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장 회장은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 직전 회사에 106억원을 갚았다. 그는 구속영장이 또 청구되자 추가된 횡령 혐의 액수인 12억원을 더 갚았지만 결국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회삿돈 210억여원을 빼돌려 일부를 도박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삿돈 횡령에는 거래대금 부풀리기와 불법 무자료 거래, 허위직원 등재로 급여 빼돌리기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호텔에서 판돈 800만달러(약 86억원)를 걸고 상습적으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판돈의 절반가량이 빼돌려진 회삿돈인 것으로 파악했다.

장 회장은 자신이 가진 부실계열사 지분을 우량계열사에 팔고 다른 계열사의 이익배당을 포기하도록 하는 수법으로 100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장 회장에게는 상습도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새벽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거쳐 사흘 만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 영장에는 12억원 횡령과 6억원대 배임수재 혐의가 추가됐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장 회장이 1990년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산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중형을 피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장 회장의 숨겨진 해외 행각

검찰은 장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나온 비리 혐의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장 회장 개인비리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수사 반경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내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지난 3월 28일 동국제강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장 회장 일가의 지분이 많은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는 IT계열사 DK유엔씨와 부동산업체 페럼인프라, 물류계열사 인터지스 등이다. 검찰은 이들 계열사가 매출을 부풀리거나 계열사의 거래업체와 짜고 장부를 조작해 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횡령 수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철강 대리점 업주로부터 5억원 상당의 골프회원권과 고급 외제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장 회장이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무자료로 거래하고 판매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한 사실 외에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같은 방식으로 12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장 회장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기존에 제기된 의혹 외 추가로 포착한 혐의 사실에 대한 추궁에 나설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장 회장은 또 동국인터내셔널(DKI)에 설비공사 대금을 과다계상해 지급한 뒤 일부를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회장은 30여개 계열사 가운데 부실 계열사의 본인 지분을 우량 계열사가 인수하도록 한 뒤 이익배당을 포기하게 하고 장 회장 일가가 이익배당금을 지급받도록 해 회사에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이뿐만 아니다. 검찰은 장 회장의 가족들이 움직이고 있는 자금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장 회장에 대한 수사 외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가족들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일부 발견됐다”며 “이 부분은 아직 조사 전이지만 향후 좀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날 경우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가족의 자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익명의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동국제강의 하청업체 가운데 A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오너 B회장이 장 회장과 매우 가까운 관계일 뿐만 아니라 장 회장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의 주변 조사를 통해 B회장이 장 회장의 비자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이 선임한 고위 검사 출신 인사와 동국제강이 임명한 정진석 전 수석도 B회장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연결됐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B회장은 평소 인천지역 법조인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관리를 해온 정황도 적지 않다. 서울 모 지검의 C검사, 수도권 모 지검의 D검사 등이 B회장과 가깝다는 소문도 있다.

한편 장 회장은 전관(前官) 변호사로 방어막을 친 것과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 직전 횡령한 회삿돈 118억원을 변제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장 회장이 구속을 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 대비를 위해 구속집행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장 회장이 증거를 지우고 여러 정황을 주변인들과 퍼즐맞추기를 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검찰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라인을 총동원해 대기업은 물론 이전 정권 비리 의혹까지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해 정·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정부패 일소 의지가 읽히지만 검찰 수사가 이례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돼 “이번에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실수사 우려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포스코, 방산비리기업, 동국제강 수사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에는 다른 대기업 및 이전 정권 관련 수사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수 1부와 2부가 정신없는 가운데 특수4부(부장 배종혁)도 숨차기는 마찬가지다. 특2부는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자신이 총장으로 있던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준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 핵심 특수라인이 총동원되면서 “정부가 검찰을 활용해 ‘정·재계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실적이 경제 사회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