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金 동행 중…'위상' 따라 변할 수도공무원연금 개혁안 놓고 한때 이견… 힘겨루기 양상도김 대표 몸 낮추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 보조 맞춰상승세 탄 김 대표, 박근혜 대통령과의 호흡 유동적

남미 순방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회동,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께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는데 저는 이 문제만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노인복지 정책모임인 '퓨처라이프포럼'이 국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내용을 갖고 잘 됐는지 잘못됐는지 말해야 하는데 완전히 별개의 문제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갖고 옳으냐 그르냐 '이슈파이팅'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도 했다.

지난 2일 여야 대표·원내대표 등이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에 서명했으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률 명시'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해 야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하…,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라고 말한 데 대해 자신도 그에 못지않게 답답한 심정임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6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보인 김 대표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여야 합의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을 명기하는 것에 대해 "월권"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합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물론 언론까지 나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에 대한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6일 본회의 처리는 무산됐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월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무시하고 합의한 것은 분명하게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나가도 너무 나간 것 아니냐. 청와대 내부에선 이럴 바엔 합의를 깨는 게 낫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주변에선 "김 대표가 4ㆍ29 재보선 승리에 너무 자신감을 가진 게 아니냐"는 불쾌감 어린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4ㆍ29 재보선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1위로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당내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ㆍ29 재보선 이후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김 대표는 지지도 23.3%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지지도 21.3%를 상회했다. 이는 작년 10월 첫째 주(18.5%) 이후 7개월 만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내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을 둘러싸고 '당청 불화설'이 나오자 김 대표는 "당청 소통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재오 의원이 주도하는 모임인 '은평포럼'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청간 소통부족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짧은 시간에 해야 하기 때문에 생략한 채 이야기한 게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청와대와) 충분히 (소통)했다. 전혀 소통 부족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여야 뿐만 아니라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어렵게 합의를 본 것은 살려야겠다는 데는 청와대와 뜻을 같이 했지만 (야당이) 마지막에 또 별첨 부칙을 더 들고 나와서 (협상이) 깨진 것"이라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무산은 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본회의 무산 과정에서 나온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마지막 단계에서 입장 차이가 있었는데 (부칙도 수용할 수 없다는) 제 주장에 합의했다"면서 "그 문제 때문에 유 원내대표와 이견이 있다든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4ㆍ29 재보선 이후 과속(?)하던 모습에서 한발 물러나 몸을 낮추며 박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의 모습을 보이는 모양새다.

사실 박 대통령이나 김 대표는 국정이나 서로의 입지를 위해 당분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로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당을 장악하고 있는 김 대표의 지원이 필요하다.

더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로 촉발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허태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이병기 현 비서실장까지 거명되고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거론돼 집권 후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당청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출발 시간도 미루고 김 대표와 독대를 한 것은 상징적인 예다.

김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내년 4월 총선과 차기 대선과 관련해 유리한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사정기관 등 언제든 정치권을 흔들 수 있는 힘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재 권력'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밀월관계'는 아니더라도 협력적 관계는 특별한 상황이돌출되지 않는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김 대표가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낸다거나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해 '비박(비박근혜)'쪽에 과도하게 힘을 실을 경우 파열음이 날 수 있다. 다시말해 양측의'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차기 국무총리 후보 인선이 주목된다. 만일 박 대통령이 차기총리를 통해 김 대표를 견제하려 한다면 파열음이 불거질 수 있다. 가령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을 총리 후보로 발탁한다면 김 대표가 경계할 수도 있다.

집권 3년차의 박 대통령과 정치적 호기를 맞은 김 대표의 '동거'가 어떻게 전개될 지더욱 주목되는 정국이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