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메모 8인 외 혐의 인사 모두 손봐… 정치권 지각변동 오나검찰, 홍준표·이완구 다음 주 기소 정치권 긴장성완종 리스트 후폭풍 추가 수사 임박설 확산부정부패 사정 "검찰 정·관·재계 전방위 칼춤 춘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5일 새벽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을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다음 수사 대상을 놓고 수사 시기와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말하자면 다음 사건을 놓고 수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일단 추가 소환은 없을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검찰은 기존에 밝혔던 대로 이들을 기소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조사를 통해 축적한 자료에 따르면 기소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모두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과 결과에 따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두 피의자를 기소의견으로 처리할 것으로 확실시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검찰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회적 파문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할 경우 정치수사 논란으로 검찰 수사 불신론이 일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 조사를 마치고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손에 쥔 카드 있나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각종 물증을 토대로 이들을 기소할 방침이지만 이미 홍 지사가 주장한 바와 같이 물증의 증거능력이 문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안팎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의 기소를 놓고 다소 무리수라고 지적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한 정황과 물증 그리고 진술을 종합해 볼 때 기소는 문제 없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소를 무리라고 보는 입장을 살펴보면 특별수사팀 출범 때부터 검찰은 '핵심인물' 찾기에 주력했으나 소득이 없었다. 여기에 결정적 진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핵심 측근은 오히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돼 검찰 수사에 힘을 뺐다.

검찰은 진술이나 증언 확보에 실패할 것에 대비한 차선책으로 성 전 회장이 생전에 관리했다고 소문난 '비밀장부'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국 '희망의 열쇠'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리스트에 오른 이들마저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는 잡히지 않았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것은 윤성모씨의 진술과 금품을 주고받은 몇 가지 정황 그리고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시도 등이 전부다. 피의자들을 무릎 꿇게 만들 결정적 '한방'은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

홍 시자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11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당시 당 대표가 유력했던 홍 지사에게 접근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홍 지사뿐만 아니라 윤씨가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홍 지사의 측근들 역시 모두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검찰이 찾아낸 홍 지사의 수상한 자금도 그것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또 윤씨가 홍 지사 측근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도 모호하고 홍 지사 측근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도, 이 돈을 홍 지사에 전달한 증거도 전무해 검찰 수사에 불신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없다"며 "윤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홍 지사의 자금 중 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이 발견됐으며 성 전 회장-홍 지사-윤씨 사이에 연락이 오고 간 흔적이 있기 때문에 기소 조건은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부족하다해도 홍 지사 역시 시종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 외에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돈을 쇼핑백에 담아 부인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윤씨는 쇼핑백을 들고 차에서 내려 홍 의원의 에쿠스 차량에 올라탔다. 이 차엔 홍 지사와 나모씨(당시 홍 지사 보좌관)가 타고 있었다. 윤씨는 쇼핑백을 건넸고, 나 전 보좌관이 이 돈을 들고 의원회관으로 사라졌다.

윤씨는 일을 치르고 부인이 기다리고 있던 차로 돌아왔다고 검찰에 진술했고 윤씨의 부인도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씨와 그의 아내 모두 돈을 전달한 정확한 날짜는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진술해 진술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당시 홍 지사와 함께 차에 있던 나 전 보좌관은 현재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다. 홍 지사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일각에서는 "일단 홍 지사를 기소의견으로 넘기고 재판에서 소프트볼을 던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과 여론을 의식한 기소인데다 추가 수사 사건이 적지 않아 검찰이 법정에서까지 총력전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재판에 대비한 홍 지사의 방어태세를 뚫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 지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홍 지사는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해 눈길을 끈다. 홍 지사의 변론을 맡은 이우승 변호사는 홍 지사와 사법연수원(14기) 동기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검사장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2003∼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때 이 변호사는 특별검사보로, 제주지검 부장검사였던 문 검사장은 수사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홍 지사가 선임한 또 다른 변호인인 이혁(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도 남부지검 부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중 특검에 파견돼 문 검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사실상 문 검사장의 수사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인물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완구의 향후 행보 주목

이와 함께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이 전 총리가 지난 14일 15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다음날 새벽 귀가 했다.

지난 15일 오전 1시께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를 나선 이 전 총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장시간 조사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름대로 쭉 입장을 얘기했고, 검찰 얘기도 듣고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진실한 것이 우선"이라며 "저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선거 와중이라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당시 성 전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다. 또 측근을 통해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봤다고 증언한 캠프 관계자 등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홍 지사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 전 회장의 메모와 몇몇 인사들의 진술만이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는 검찰 출두에 앞서서도 밝혔고 검찰 조사 후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이 전 총리에 제시한 각종 정황 증거들이 빈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 언론에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 전 총리와 주변 측근들의 계좌추적 그리고 성 전 회장 측근들로부터 받아낸 진술을 통해 이 전 총리의 주장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근거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았다면 한 나라의 총리를 어떻게 수사 대상에 올려놓을 수 있었겠나"라며 "그를 수사하고 또 기소하는 것은 우리가 확보한 근거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영환 부장검사가 이 전 총리의 신문을 맡았고 부부장검사, 참여계장이 한명씩 배석했다. 주 부장검사는 2003년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 2010년 대우조선해양 비리, 2011년 저축은행 비리 등 굵직굵직한 수사에 참여한 특수분야 전문가다.

이 전 총리 측에서는 김종필 변호사가 입회했다. 주 부장검사와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이 전 총리는 다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자료는 많이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모두 13층 대기실에서 김 변호사와 함께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홍 지사도 이곳에서 보좌진 및 변호인과 함께 따로 식사를 했다. 그는 식사시간 변호인과 함께 그동안의 조사 과정을 되돌아보고 후속 조사에 대비한 전략을 숙의했다.

검찰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사법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중 홍 지사와 함께 일괄 불구속 기소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추가 수사 준비 중

이와 함께 특별수사팀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할 때까지 보강 조사를 벌이는 한편 뒤이어 수사를 본격화할 의혹 사안 수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외에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기재한 정치인 6명이 유력한 다음 타깃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3인이 우선 유력하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모두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모에 기재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의혹 내용이 2006∼2007년에 성 전 회장과 금품거래가 있었다는 것이어서 공소시효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메모에 '금품액수'조차 안 적혀 있는 등 의혹을 규명하기에는 수사 단서가 더욱 부족하다.

이미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씨 등으로부터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에서 조성된 비자금 중에도 2012년에 현금화돼 외부에 사용된 흐름이 포착된 상태다. 경남기업의 전직 재무담당 부사장인 한모씨는 검찰에서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2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이미 축적한 수사자료를 검토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불법 금품거래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 정치권을 모두 겨냥한 대선자금 수사를 염두에 둘 경우 검사 12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특별수사팀 증원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도 들린다. 리스트 속 인사들 중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같이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성 전 회장의 메모 외에 수사 단서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아 검찰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수사팀은 현재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한모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홍문종 의원이 2억원을 받았다는 정황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해당 정황에 대한 수사는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 속에 등장하는 당시 캠프 관계자들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달자로 지목된 당시 수석부대변인 김모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연결고리'가 끊긴 상황이다.

한편 여야는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두고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시절 특사 관련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주력했고, 야당 의원들은 이번 파문이 정권의 정통성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2008년 1월 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면될 당시 1996년 페스카마호 살인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전모씨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것과 관련,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전씨의 변호를 맡은 기결수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기가 맡았던 사건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실무를 처리해서 감형해준 일"이라며 "변호사 시절 수임계약에 성공사례 보수약정까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2012년 대선 때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주장을 반박하는 정황을 제시했다.

서 의원은 "당시 자민련 원내대표를 하던 성 전 회장과 새누리당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 의원이 2012년 11월 7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행사에 같이 참석했다"며 관련 언론보도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성 전 회장에 따르면)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7억원은 혼자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라며 해당 금액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이라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검찰은 정치권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수사에 균형을 맞춘다는 입장이다. 일단 검찰은 홍문종 의원 수사를 무게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