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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추적] 검찰, 정·경 유착 기업비리 수사 속도

MB정권 하베스트 부실인수 의혹… 해외투자 연루 메릴린치 수사도
MB정권 인수위 시절부터 추진된 각종 투자에 '검은 커넥션'
정권 핵심 구체적 진술 확보… '윗선' 지시 내용·배경 등 조사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마무리 중인 검찰이 정ㆍ경 유착형 기업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정치권과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와 경남기업 등 그동안 미뤄왔던 기업수사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속전속결식 수사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낸다는 계획인데, 검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시작한 수사는 이변이 없는 한 피의자들은 무조건 기소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더디게 진행된 수사인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 가운데 여권을 비롯해 친이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로 알려진 캐나다 하베스트사(社) 인수 의혹 수사다. 하베스트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차원에서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베스트 인수의혹과 관련해 사업투자가 '윗선'의 지시 즉, 정권 핵심인물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옴에 따라 검찰은 윗선의 지시 내용과 배경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이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친이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베스트 인수 배후 주목

검찰은 지난달 12일 한국석유공사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베스트 인수 내막을 정밀조사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하베스트 인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지 않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연루된 정황이 적지 않아 박근혜 정부가 조사를 꺼린다는 말이 무성했다.

검찰이 하베스트 인수 의혹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전 대통령과 친이계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하베스트 인수를 통한 국부유출에 대한 책임소재이고 또 하나는 하베스트 인수를 통해 이익을 본 인물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상식적인 투자를 결정한 책임자가 누군인지와 이 같은 투자를 강행한 다른 내막이 있는가를 검찰이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투자사업에 대한 단순한 실책을 조사하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일단 고발조치된 사항들을 조사 중이지만 사업 전반에 걸쳐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결정이 있었던 만큼 전 정권 핵심인사들에 대한 비리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베스트 인수 의혹이 정권차원에서 추진됐을 뿐만 아니라 전 정권 핵심실세들이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실책만 수사할 경우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사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 과정에서 적정성 여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해 1조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4조 6,000억원에 매입하며 계획에 없던 NARL까지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시세보다 훨씬 비싼 1조 2,446억원에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인수 자문사는 메릴린치였다. 부실이 누적되자 석유공사는 결국 지난해 NARL을 매입 비용의 3%도 안 되는 338억원에 매각했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업체의 요청에 따라 계열사인 NARL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였고 지난해 NARL을 되파는 과정에서 총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본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강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사의 정유 부분 계열사가 부실자산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인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왜곡된 사업추진계획 작성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 고발 이유였다.

이명박 정권이 공기업 등을 동원해 막대한 돈을 해외에 뿌리게 한 것인데, 이 부분을 놓고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투자를 성사시키면 당사자에 리베이트를 주는 게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이 때문에 MB 또는 그 주변 실세가 해외투자를 추진한 뒤 제 3의 인물을 내세워 리베이트를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핵심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바로 메릴린치 한국지사장인 김형찬씨다. 일각에서는 그에 대해 여러 의혹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그가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총무기획관의 아들이라는 점은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거액 움직인 최고 핵심인물은

김씨에 대한 면면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는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김씨를 검찰에 고발한 야당은 "하베스트 인수가 성사된 뒤 김씨가 있던 서울지점이 80억여 원의 보수를 본사에 청구했다"며 "김씨가 하베스트 인수에 깊이 관여했던 증거"라고 주장했다. 메릴린치는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에 자문을 맡았고 김씨는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임원으로 재직했다.

야권은 메릴린치의 투자자문사 선정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모임은 "2009년 3월 한국석유공사의 자문사 선정 심사에서 10곳의 후보 중 유독 메릴린치 서울지점이 비계량 평가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김씨가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단순한 팀원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상한 부분은 또 있다. 김씨가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으로 발탁된 건 2008년이다. 한국투자공사(KIC)가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직후다. '발탁'이 2조원 투자 유치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투자요청 수락은 KIC 사장을 통해 인수위 강만수 간사에게 보고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일이다. 실제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 20일 메릴린치의 투자자문보고서를 건네받은 지 하루만에 날을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에 검찰은 메릴린치의 김씨가 석유공사에 어떤 자문을 했고 NARL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선 살펴볼 방침이다. 더욱이 메릴린치가 NARL 인수에 앞서 제공한 자산 가치를 당시 석유공사가 실사 조차 거치지 않고 받아들인 점 등에 비춰 강 전 사장과 김 전 총무기획관 등의 '친분' 때문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메릴린치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파산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거액의 투자유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외신들도 이런 부분에 의문을 표시했다.

당시 현지 외신들은 하베스트 인수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캘거리 헤럴드는 '한국인들 대체 무슨 생각이었나?(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라는 칼럼을,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베스트가 받은 매각 대금을 '신이 내린 선물(godsend)'라고 조롱 섞인 기사를 내보냈다. 석유공사가 거액을 내놓으며 하베스트를 인수하자 현지 언론들은 한국정부의 결정에 의문을 표시함과 동시에 명백히 잘못된 투자임을 지적한 것이다. 현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실덩어리'로 평가되고 있는 하베스트를 우리 정부와 전문기관이 조가사 미흡해 몰랐다는 것은 그야말로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이는 김씨의 아버지인 김 전 총무기획관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의 입김 때문에 메릴린치의 투자요청이 순식간에 통과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총무기획관은 MB와 고대 상과대학 동문이고 MB의 '40년 집사'로 불리는 인물로 인수위 때부터 영향력이 상당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 아니다.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해외투자자문회사로 선정된 데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투자자문사 선정에 참여한 다른 업체보다 평가가 낮았는데도 최종 선정된 것이다.

1,2차 심사 모두 계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지만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비계량 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도 'MB 집사'인 김 전 총무기획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국민모임은 하베스트 인수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하면서 메릴린치의 과도한 성공보수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MB집사'의 아들인 김씨의 존재는 정치권에서 처음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에 제출한 자문계약서를 근거로 "김씨가 당시 하베스트 인수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80억원의 성공보수까지 청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단체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에 지불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성공보수 요율에 따르면 508만달러가 성공보너스인데도 석유공사는 260만달러를 초과 지급했다"며 "피고발인과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공모를 의심해볼 유력한 정황증거"라고 주장했다.

'MB 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은 하베스트 인수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안모씨의 배임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지난 3월 2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또, 메릴린치의 계열사 중 한 곳이 하베스트 인수 직전 하베스트 보유 주식을 약 112만 주 가량 매입한 사실이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편 국민모임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공무원노조, 정의당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하베스트 인수를 비롯한 자원외교 의혹과 관련해 석유공사와 광물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전ㆍ현직 사장들을 배임 혐의로 이미 고발한 상태다.

이처럼 검찰이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메릴린치가 자문사을 맡은 배경이나 하베스트의 부실 계열사 날(NARL) 인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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