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분열 가속화… 신당 가시화조짐, 9월 계기 호남발 신당 주목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에 비노 격분, 거센 후폭풍 예고
野 '9월 지각변동' 가능… 천정배 신당설·진보진영 통합
문재인 당 내분에 책임론 부상 "이대로는 같이 못간다"
내년 총선 앞두고 야권 비노계 제3신당 창당 시나리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홍으로 휘청거리면서 여러 관측과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인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야권분열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의당 등 진보진영의 통합도 속도를 내고 있어 머지않아 야권 지도가 대폭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오는 9월경 야권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자 여권과 청와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와 관련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관련, 야권 인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경우 오히려 동정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야권 세력화 구상 동상이몽

야권 핵심 관계자들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복잡한 함수관계를 계산하고 있다.

야권은 힘을 합치기보다 각자가 세력화 구상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위 활동이 9월에 마무리되면 결과에 따라 신당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서 야권 내부에서는 특정 세력들 간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 인사들을 둘러싼 탈당설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야권 분열과 관련,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은 천 의원이다. 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창당 움직임은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천 의원은 최근 야권 핵심인사들을 접촉하고 다니며 신당창당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은 최근 정대철 상임고문과 이철 문학진 전 의원 등을 만나 '냉면회동'을 가졌고, 최근 야권 비주류 인사인 조경태 의원과도 만났다.

또 이미 지난 재보선 때 천 의원을 도운 염동연ㆍ장세환 전 의원 등 호남 인사들도 최근 광주에 사무실을 마련, 세력화 준비에 착수했다. 호남지역 전직 의원들도 천 의원과 회동, 향후 계획과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천 의원의 행보가 넓어지자 긴장감이 감돈다. 천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면 전국정당화를 꾀할 가능성이 커 새정치연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안팎에서는 천 의원이 9월까지는 세력화 구상을 밝히는 일을 미루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9월 이후부터는 야권 분위기와 관련된 변수가 작용할 수 있어 신당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천 의원이 움직이면서 야권 주변에서는 처음부터 전국 단위의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호남을 기반으로 시작해 점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단계론'이 나오고 있다.

야권재편은 10월 재보선 일정이 첫번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지역 2∼3곳으로 예정되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또 무너지면 신당론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천 의원도 9월 후보를 내놓으며 본인의 이후 구상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9월중 활동을 마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야권 지형도 출렁일 수 있다.

반대로 이때 새정치연합이 선전할 경우에는 신당 창당에 대한 명분이 약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새정치연합의 쇄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쇄신이 흐지부지된다면 신당론이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당창당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천 의원의 행보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의 움직임에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진보진영과 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인사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천 의원 신당과 새정치연합 양쪽 모두에 속하지 못한 비주류 중에 새로 재편된 진보진영으로 옮기는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울러 천 의원의 신당과 관련해 진보진영의 움직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의당, 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 등 4자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더구나 진보진영도 야권 재편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9월 경 본격적으로 세력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의 당권 경쟁 빅매치가 성사돼 이날부터 전국순회 경선에 돌입, 분위기를 띄운 후 내달 새 대표가 당선되는 대로 통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들 역시 9월 새정치연합의 쇄신안을 지켜보고, 확실히 차별화를 하면서 신당 창당의 추진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쇄신에 실패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진보진영과 신당의 연합전선 구축이다. 진보진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非) 새정치연합' 연대가 성사된다면 새로운 연대가 새정치연합과 함께 야권 2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천 의원을 비롯한 신당창당 주도 세력 내부에서는 일단 진보진영과 거리를 두고 신당창당과 운영을 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고 무엇보다 진보진영에 대한 호남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흔들리는 새정치연합 어디로?

새정치연합의 자중지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주류 의원들을 대상으로는 계속 탈당설과 창당설이 나오는 등 동요가 심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주선 의원의 7~8월 탈당설이 꾸준히 나온다.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김한길ㆍ안철수 전 대표 등 비주류 인사들과 접촉하며 창당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또 박준영 전 전남지사나 김효석 전 의원 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도 있다.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 내 중도개혁 세력이 천 의원과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무총장 인선 갈등 등 내홍이 심화되면서 조금씩 균형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9월까지 계속될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활동에 희망을 걸고는 있지만, 이 역시 신당론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신당창당과 신당-진보정당 연합 탄생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내 계파 갈등이 깊어지면서 분당·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단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도 흐지부지되고 향후 공천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등 물갈이 등 비판론이 팽배해 있지만 신당과 진보진영이 정치세력을 만들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그 이유다.

일단 과거 안철수 열풍 같은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분당론, 신당론이 힘을 받으려면 새바람과 시대적 요구가 있어야하는데 신당세력과 진보진영에는 그 핵심이 없어 "과연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의 전진기지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다 25% 안팎의 전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수 있는 바람이 없다는 게 회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동안 새정치연합 지지율을 살펴보면, 선거 등을 기점으로 부침이 있긴 했으나 전국적으로는 25% 안팎, 광주ㆍ전라 등 호남에서는 40∼50%의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문 대표 역시 대선 이후에도 가장 강력한 야권의 대선 후보이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 잠룡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현재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와 대립하고 있는 비노(비노무현) 및 호남 출신 인사들이 쉽게 탈당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권 재편의 가장 큰 핵심은 김상곤 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위원회의 혁신 작업과 오는 10월 치러질 기초단체장 재·보선이다. 이 두가지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야권재편이 결정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의원, 김부겸 전 의원, 그리고 무소속의 천정배 의원 등은 내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을 통해 야권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광주를 지역구로 하는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의 '탈당설'이 나오고, 전북에서 장세환 전 의원 등 일부 야권 인사가 탈당과 신당 참여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구 민주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이들이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