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vs비주류 갈등 봉합 난망… '신당설'탄력, 각자도생할 수도당원 집단 탈당 신당설 확산$ 총선 가도 빨간불비주류 "친노 기득권 그대로 유지" 이별 불가피'국민희망시대' 중심 창당 선언 야권 혁신 후폭풍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가 지난 10일 3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 내부 계파간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작업이 계속되면서 탈당과 신당창당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야권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8일 2차 혁신안을 공개한지 이틀 만에 3차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야권 내부 특히 비주류진영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혁신안은 '당원 강화'를 통해 당의 하부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혁신위에선 당원제도 혁신, 상향식 선출제, 당무감사원 설립, 당원소환제 도입 등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번 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혁신위는 ▦당비 대납 원천 방지 방안 마련 ▦체납 당비 납부 금지 기간 강화 ▦당비 납부 기준 강화 ▦당비 납부 통지제 실시 ▦불법당비신고세터 운영 ▦신규 당원 교육ㆍ연수 의무화 ▦대의원의 상향식 선출제 확립 등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혁신안이 당 내부 계파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야권분열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주류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원도 현장최고위까지 최고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고 신당파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금강산 관광 중단 8년을 맞아 강원도 현장최고위원회를 열려고 했으나, 최고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돼 현지 간담회만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당원들이 지난 9일 국회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파들을 중심으로 한 야권 안팎에서는 "이번 쇄신안은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의미 완전 탈색

혁신위 발표 이후 주승용 의원은 혁신위의 일방통행을 비판했다. 주 의원은 "사무총장 폐지 등은 전 당원 투표라도 거쳐야 한다. 열흘 만에 중앙위에서 의결해 달라는 건 무리"라고 일침을 놓았다. 당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임에도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주 의원은 이어 "최고위 폐지시기를 내년 전당대회로 설정한 것도 대표를 내년 총선 때까지 인정해 주는 셈"이라며 "사람을 바꿔야지 직제를 바꾼다고 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전날 100여 명의 당원 등이 탈당하면서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천정배 의원의 신당 추진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신당 가능성을 둘러싼 관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주 의원은 "당원들의 탈당을 하나의 전조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 대표가 2~3개월간 당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신당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고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9~10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 일반 당원까지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강력한 혁신안의 반작용으로 구 민주당 계열 당원들의 집단 탈당도 계속될 조짐이다. 여기에 신당설까지 거론되고 있어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야권 향배가 사실상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혁신안과 관련해 비주류 그룹은 "현 (친노) 지도부의 기득권은 그대로 놔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동시에 "혁신위의 혁신안은 그저 혁신위의 성공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일 뿐"이라는 지적이 비노진영의 일반적 견해다.

정책위의장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추경안을 두고 충돌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 계파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열린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체 추경안을 논의하던 중 이 원내대표는 "의료기관 피해지원액을 좀 많이 하라고 했는데 왜 2,000억원만 했냐"며 질책했다. 이에 강 정책위의장은 "열심히 준비한 부분인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각을 세웠다. 이를 두고 이 원내대표가 문 대표를 향해 강 정책위의장 대신 최재천 의원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혁신위의 활동으로 오히려 당내 내분이 심화되고 있지만 혁신위는 "이미 예상된 사항이므로 혁신작업을 느슨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혁신위는 그림을 그리며 한 조각 한 조각씩 맞춰가고 있다"며 "혁신안의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아닌 이상 내용 변경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내 거센 반발은 예상된 것이고, 큰 틀에서 혁신의 방향을 잡아놓고 국지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불만사항은 나중에 수렴해 보완하면 된다는 취지다.

혁신위가 혁신작업에 틈을 주지 않으면서 불만세력은 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겠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호남 지역 당원들이 가장 먼저 파열음을 냈다. 정진우 전 새정치연합 사무부총장과 복수의 호남 당원들이 '호남 민심 복원'을 주창하며 탈당을 발표하고, 자신들이 만든 '국민희망시대'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희망시대의 신당 선언과 맞물려 호남 중진인 박주선·천정배 의원을 둘러 싼 신당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박 의원 등은 "과거 인연은 있지만 그들과 신당을 만들 계획은 없다"며 국민희망시대와의 신당 창당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내에선 어떤 조합이든 호남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날 이른바 '신당파'로 분류되는 박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만찬회동을 갖고 혁신안을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혁신위의 추가 활동이 향후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그룹에 힘을 더 실어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머지않아 야권 재편 움직임에 힘을 보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 "적어도 현역 의원들의 구조적 이탈이 수반되어야 분당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 당원들의 탈당으로는 분당 본격화 조짐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

야권에서 끊이지 않는 신당과 분당설이 제기되면서 정계개편이 연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소속 천 의원의 행보가 일종이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천 의원은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을 만한 인물)를 만들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선언한 뒤 신당창당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집단 탈당한 새정치연합 실무 당직자 출신의 당원 100여명 역시 신당창당을 모색하고 있어 이들이 천 의원에 힘을 보탤지도 관심사다. 이미 일부에서 "천 의원과 탈당세력들이 교감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무성히 나돌고 있다.

실제로 천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당직자들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해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모종의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정치의 국가비전 모색-한국의 빈곤'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분들의 인식은 적어도 새정치연합이라는 당을 갖고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와 공통점도 있고, 제가 잘 아는 분도 있다"며 "그 분들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대방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당초 야당의 뿌리인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에서 '전국적 중도 신당'을 표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새정치연합의 민주당 호남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지원 의원의 재판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야권사정 신호탄 아니냐"고 불안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권에 집중된 검찰 사정수사의 표적이 최근 야권으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조금씩 정가와 사정기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는 사정기관이 야당 의원 등 정치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에 야권 등 정치권 일부에서는 "서초동발(發) 정계개편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지난 1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동생인 사업가 박모(55)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남양주에서 3선을 기록한 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야권 중진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동생 박씨를 통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구속기소)씨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한 뒤 측근인 정모(구속) 전 경기도의회 의원을 통해 해당 금품을 김씨한테 돌려주려 한 정황도 있다.

야권 인사에 대한 사정기관 조사는 이뿐만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김한길 의원도 불안하다. 검찰은 김 의원에게 3차례 이상 출석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상태다. 김 의원은 옛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2013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 의원은 "검찰의 '망신주기'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당론에 따라야 한다"며 검찰의 거듭되는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2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일단 해산했으나, 검사 2명은 원대복귀하지 않고 특별수사팀에 남아 김 의원의 비리 의혹을 계속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9일 저축은행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정연 박지원 의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박 의원은 의원직을 잃는다.

앞서 검찰은 박지원 의원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솔로몬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에서 총 8,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한 끝에 2012년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해 박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모든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지원 의원이 2010년 6월 전남 목포 사무실에서 보해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는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새정연 한명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최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한 의원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동안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이 사건 상고심을 맡아 심리했으나 2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대법원이 야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합의' 대신 '표결'로 결정한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해당하는 합의보다는 다수결 원리에 따르는 표결이 의외로 신속한 재판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한 의원의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역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한편 새정치연합 전ㆍ현직 당직자 출신들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희망시대의 움직임에 야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호남권을 기반으로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희망시대는 친노계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향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희망시대 정진우 회장 등 전현직 당원 50여명은 탈당 당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재편을 위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손학규 전 대표 시절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탈당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비전을 상실하고 친노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는 당이 되고 말았다. 정권교체에 실패해도 각종 선거에 참패해도 반성도 쇄신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