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관련 가장 민감한 인물” 국정원 내부 ‘공공의 적’ 신세자원외교, 해외비자금, 무기구입 등에 K씨 핵심 역할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허수아비 당시 국정원 최고 실세”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국정원이 대선개입에 이어 또 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이명박 정권 때 국정원 핵심 인물로 알려진 K씨에 대해 여러 말이 돌고 있다. 더구나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국정원을 움직인 K씨를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K씨가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관련된 여러 비리 의혹의 최고 핵심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ㆍ현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 전 원장은 그야말로 ‘바지원장’일 뿐”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원 전 원장의 재판과 관련해 K씨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실질적 지휘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 MB 정권 당시 국정원 핵심으로 알려진 고위직 K씨를 파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은 추가 인사 조치를 단행해 대폭 물갈이를 했다. 국정원을 비롯해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 인사조치를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와 관련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국정원이 K씨를 파면하면서 K씨의 향후 행보에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내부에서 “K씨가 국정원에서 수행한 업무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일수도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국정원 소식통에 따르면 국정원은 당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K씨를 “직원들로부터 각종 인사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명목으로 파면했다. 또 국정원은 K씨의 부당한 인사를 돕거나 K씨에게 인사청탁을 한 직원 5∼6명에 대해서도 각각 중징계와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장호중 감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부 제보 내용 등을 바탕으로 6개월 이상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끝에 K씨의 인사 비리를 사실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본인에게 청탁을 한 가까운 직원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지방이나 한직으로 발령을 낸 사실 등이 확인됐다. K씨는 자신의 상관인 1∼2급 직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형태로 인사권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져 “원 전 원장이 아닌 K씨가 국정원 핵심실세”라는 세간의 소문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K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사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 K씨가 원 전 원장 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의 인사전횡 실체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인사 비리가 원 전 원장의 별도 지시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K씨가 원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 석연치 않은 것은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국정원 등이 그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에도 파면 외 검찰조사 등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그의 비리를 덮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K씨는 2009년 2월 원 전 원장이 취임할 당시 5급이었으나 이후 원 전 원장의 신임을 얻어 4년 만에 고위급으로 고속 승진을 했다. 복수의 국정원 소식통들에 따르면 K씨는 원 전 원장의 배후에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했다. 그는 국정원 내 모든 인사권에 개입했으며 이외에 국정원 핵심 업무의 주요 결재권한도 일부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B정부의 자원외교와 무기도입 사업에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내부 실세였던 K씨가 파면된 이후 원 전 원장에 면죄부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K씨가 MB정권 비리의 핵심”이라는 말과 함께 “검찰이 원 전 원장 처벌에 실패할 경우 K씨를 여러 비리 의혹으로 수사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