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은 '남북 생명선'이자 '민족통합' 핵심축"

장석중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이 ‘경원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원선은 ‘민족통합’과 남ㆍ북ㆍ러 연계 극동 발전의 핵심 축 역할
해외동포지원사업단 북한 입출국 쉽고 사업 속도있게 진행할 수 있어
DMZ 주변 해외동포공단 조성해 북한 주민에 생필품 공급, ‘물물교환’도

박근혜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된 상황에서 최근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한 간 대화와 교류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미국ㆍ일본도 동북아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옌지(延吉) 조선족자치주 및 북중 국경 도시를 방문하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극동러시아개발기구를 신설하는 등 ‘극동’에 전략적 진출을 꾀하는 것은 남북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극동의 변화와 관련해 남북한과 러시아를 공동의 경제권으로 구상한 ‘경원선 프로젝트’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장석중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극동러시아개발주식회사 대표)이 1990년대 마련한 ‘남ㆍ북ㆍ러 3국의 공동발전 방안’으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경원선’(서울∼원산)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내달초 경원선 복원 작업이 시작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이니셔티브’현실화에 속도를 내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장석중 이사장을 만나 ‘경원선 프로젝트’와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을 들어봤다.

- 최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가 모든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말해 그간의 대북정책에서 일대 전환을 시사했는데 님북관계 변화 전망은.

“때늦은 바가 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본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때와 이후에도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대화를 추진했지만 남북관계는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경색됐다. 비핵화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여러나라의 이해가 얽혀 있어 남북이 마주앉아 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평소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나 국제기구에 맡기고 남북은 경협을 중심으로 교류하고 이를 통해 민족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점에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 그동안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다뤘는데 성과가 없었다.

“그것은 6자회담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각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진전이 없었고,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6자회담에다 UN이 해결자, 중재자로 나서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UN은 중립적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다. 북핵 문제는 6자회담과 UN에 맡기고 남북은 ‘경제’를 매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 통일부 장관의 발언처럼 남북관계에 비핵화가 전제조건이 아니라면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온다고 보나?

“100% 나온다고 확신한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궁극적으로 손을 잡을 상대가 남한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단지 내부의 정치적인 이유와 비핵화가 전제되다보니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 남북 대화, 또는 교류의 물꼬가 트인다면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

“경원선이다. 경원선은 단순한 철도가 아니다. 남북한에 ‘생명선’이고 민족 통합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길이다. 한국 입장에선 무엇보다 38선으로 인한 ‘섬’에서 벗어날 수 있고, 러시아와 연계해 남북한, 러시아 3국이 극동 발전의 중심이 돼 미래로 발전해 갈 수 있다. 북한 또한 경원선이 열리면 자국에서 가장 취약한 북동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고, 남한, 러시아를 잇는 철로를 통해 경제 발전은 물론,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푸틴ㆍ시진핑 정상회담 직후 중국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연길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고 도문, 훈춘 국경 도시를 시찰한 것과 푸틴 대통령이 극동러시아개발기구를 신성하는 등 신동방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극동개발에 나서면서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극동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남북을 지나 극동으로 이어지는 경원선은 ‘핵심’이다”

-‘경원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어떤 단체인가?

“해외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민족통합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결성한 단체다.

잘 알다시피 남북한의 모든 문제는 정부 당국자들이 주관함으로써 현행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데 해외동포 단체이므로 쉽게 입출국이 이뤄지고 사업도 속도있게 전개할 수 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경원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부도 경원선 복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는 강원도 철원, 월정리를 거쳐 북한 평강을 잇는 경원선 복구를 생각했는데 이 지역은 6ㆍ25 때 지뢰가 대량 매설돼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원선 복원은 1단계로 현 경원선 끝지점인 백마고지역에서 신(新)월정리역까지이고, 2단계로 신월정리역에서 DMZ 지역이다. 경원선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2단계 구역이 복원되야 하는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뢰 매설 가능성에다 북한 지역이란 점이 난제다. 하지만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나름의 해법이 있다. 2단계 구간은 지뢰 매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터널로 철로를 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는 사업단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어 큰 문제가 안된다고 본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사업단의 노하우라면?

“가령 우리 사업단이 북한을 상대할 경우 해외동포영접단이 나선다거나 DMZ의 해외동포공단에서 북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생필품 등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과 사업단과의 교류(거래)에서 북한이 부담을 덜 수 있고 주민들이 직접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물물교환’ 방식을 행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북한의 공포정치가 남북대화를 어렵게 할 것이란 분석이 많은데.

“북한의 공포정치 실체는 잘못 알려진 부분도 적지 않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남북교류가 시급하다. 현재 북한에서는 통치자금 및 경제활성화의 경직 때문에 공포정치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경원선 프로젝트’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필요하다”

-앞으로 중점을 둘 계획은?

“남북 관계는 ‘시간’이 중요하다. 너무 늦어질 경우 남북 대화(교류)를 하려고 해도 안되거나 더뎌질 경우가 있다. 지금 북한은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민족 통합’은 차차 풀어가야 하지만 우선 주민들이 ‘자존’을 지키고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세부 사업의 우선 순위를 생각하고 있다. 경원선 복원과 함께 북한 주민들을 위한 생필품, 식재료 공급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