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명의로 관리된 괴자금 실체… 정권교체 앞두고 자취 감춰정체불명의 일본인 명의로 관리된 타워팰리스에 괴자금최시중 양아들 정용욱 관련설$ 검찰 수사 미비"안 잡나 못 잡나"MB 정권 시절 마련한 천문학적 괴자금 정권교체 앞두고 자취 감춰

이명박 정부 시절 통신 비리의 '뇌관'으로 지목돼온 정용욱(53) 전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보좌관의 행방과 그의 과거 행적을 놓고 여러 말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검찰 주변에서 사정기관이 정씨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정씨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구 방통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던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당시 선거와 각종 이권사업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수사를 추진했으나 이러한 낌새를 차리고 해외로 도주하는 바람에 그동안 그에 대한 수사는 잠정 중단됐다.

그의 해외도주를 놓고 일각에서 "검찰이 그에게 고의로 도피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에 대한 사정기관 수사 조율 소문이 돌면서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그가 지방선거와 총선 등 선거기간에 주요 후보들과 접촉해 선거를 물밑에서 도왔고 기업 핵심 인사들과 접촉해 정치비자금을 움직였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 잠적 정용욱 어디 있나

정씨는 방송ㆍ통신업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그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통신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씨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던 지난 2012년 10월 돌연 방통위에 사표를 내고, 황급히 출국해 태국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돌다가 현재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사정 칼날을 피해 도피했던 그가 최근 귀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그가 현재 이미 한국에 입국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정씨는 미국에 머무르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스로 힘들어 해 곧 귀국할 것이란 얘기가 여권 등에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정기관과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정씨 귀국설이 돌고 있다.

정씨 귀국설과 관련해 방송통신 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씨가 귀국할 경우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른바 업계의 황태자라는 의미로 '방통대군'이라 불리며, MB정부 핵심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보좌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원장과 정치권의 정무적 소통을 보좌하는 정책보좌관(4급) 역할을 하면서 각종 이권과 관련한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12년 초에 비리 의혹이 터져 '정용욱 게이트'로 비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김모 당시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같은 해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재판에서도 브로커가 그에게 1억5,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방통위 인사와 이동통신사 주파수 경매, 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채널 선정 등 과정에 폭넓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금품 수수 의혹이 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퇴직한 정 모 정책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12년 9월 해외에 있는 그에게 참고인 조사 중지 처분을 내리며,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멈춘 상태다. 당시 야당은 검찰의 조사 중지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MB 정권의 통신ㆍ방송업계 비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현재까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 정씨가 입국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를 둘러싼 게이트가 정ㆍ관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씨의 입국설을 일축하고 있다. 한 여권의 인사는 "현재 친이계와 친박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내년에 총선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있는 상황에 정씨가 입국할리는 만무하다"라며 "만약 그가 경제적 사정 때문에 입국하려 한다면 누군가가 그의 입국을 막기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화려했던 '실세' 행적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정씨는 이명박 후보 캠프와는 별개로 40~50여 명의 면접원을 고용해 비공식 여론조사를 직접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됐지만 검찰은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여론조사에 관여한 A씨에 따르면 당시 공식 캠프인 안국포럼은 주로 갤럽을 포함한 두 곳에 공식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알려진대로 최시중 전 위원장이 관여한 비공식 여론조사도 병행됐다. 이 조사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정씨였다는 것이다.

정씨가 캠프 외부 여론조사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어 향후 여론조사에 들어간 자금 규모와 이를 어떻게 조달했는지가 규명되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1회 여론조사 비용이 보통 1,000만원(샘플 1,000명당)이고 경선전과 대선 막바지에는 수시로 조사가 이뤄졌음을 감안할 때 적어도 수억원이 소요됐고, 특히 240여개 선거구별 조사에는 각 지역별로 500명씩만 샘플링하더라도 산술적으로 1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정씨가 직접 여론조사에 나선 2007년 5월은 최시중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시행사 전 대표로부터 5억여원을 받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정씨에 대한 미스터리는 이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 여권의 핵심이었던 한 인사는 정씨와 관련해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 했다.

이 인사는 "지난 정권 당시 여권 실세들은 강남 타위팰리스 집 한채를 일본인 명의로 임대해 금고로 사용했다"며 "그곳은 보안이 잘돼 있어서 현금을 두기에 적절한 장소였다. 그곳을 관리한 인물이 정씨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집 한채에는 천문학적 괴자금이 존재했다고 한다.

이 집을 임대한 것으로 돼 있는 일본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인사에 따르면 전 정권 핵심 인사가 그의 인적사항을 가져와 계약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 정씨는 지방선거 당시 경북지역 등을 돌았는데, 이때 정씨를 만났던 이들에 따르면 정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들과 동반했고 적지 않은 자금을 갖고 있었다.

괴자금이 보관된 타워펠리스 집의 실체를 아는 전 정권의 또 다른 한 인사는 "정씨가 사라지면서 이 돈도 함께 어디론가로 옮겨졌다"면서 "이 돈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아마도 최 전 방통위원장 외 몇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9월 경 서울중앙지검이 방송통신위원회 재직시절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씨에 대해 참고인중지 처분을 결정한 데 대해 당시 민주통합당은 "정용욱씨를 검찰이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린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가 태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되고 행방이 묘연해서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금품 로비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검찰을 질타한 바 있다.

김진욱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용욱씨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금품 로비, 뇌물수수 혐의뿐만 아니라, 총리실의 불법사찰 개입 의혹도 받고 있는 중요 수사대상 인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정용욱씨를 동시에 살려 MB정권의 부담을 덜고, 불법사찰을 통한 정권차원의 언론 탄압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게 하려는 정권엄호 차원의 수사종결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교안 총리 취임 이후 사정 정국이 강도 높게 전개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정씨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그럴 경우 정씨에 대한 기존 혐의와 함께 타워팰리스 괴자금의 실체도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