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악재속 국내서 '조용한 휴가'내수 부진, 국제경제 침체로 편안한 휴가 어려워국내 머물며 기업 현안 챙기고 신사업 구상 전력20대 그룹 CEO 대부분 국내서 현안, 위기 대응 고민

올여름 대기업 총수들은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그룹 대부분의 총수는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평소와 다름 없이 국내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국제적으로 엔저ㆍ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와 그리스 사태, 중국 경제 침체 등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휴가를 제대로 즐길 만한 상황이 아닌 까닭이다.

재계 1ㆍ2위 삼성과 현대차 그룹을 비롯해 20대 그룹 총수 일가 대부분은 국내에 머물며 현안을 챙기고 신사업 등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별도 휴가 일정 없이 경영현안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인 '뉴 삼성물산' 후속 작업으로 사업 재편과 경영 전략 구상 등에 몰두하며 휴가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현대ㆍ기아차 전 사업장이 문을 닫는 다음 달 8월 3~7일에 맞춰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이 기간 정 회장 부자는 별다른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상반기 수출 감소와 내수 정체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하반기 ‘신차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 부자는 휴가 중 하반기 올해 사업목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건설이 한창인 현대차 중국 4, 5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일정에 맞춰 준공될 수 있도록 건설 상황을 꼼꼼히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회장은 휴가 기간에도 필요에 따라 출근해 업무를 봐 왔기 때문에 올해도 '휴가 중 경영'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3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8ㆍ15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기 때문에 휴가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김창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별도 휴가 계획이 없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늘 그랬던 것처럼 7월 말께 여름 휴가를 내고 서울 한남동 자책에 머물며 독서와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여름 휴가기간 동안 한국에 머물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돼 한ㆍ일 롯데를 총괄하는만큼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력할 것이라고 한다. 잠실의 롯데월드 몰, 하반기 면세점 확보 등 그룹 현안을 챙기는 한편, 한일 양국 롯데에 대한 밑그림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검찰 수사 등으로 내부가 어수선하고 비상경영을 선포한 상황에서 별도의 휴가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 회장은 지난 15일 발표한 포스코 5대 경영쇄신안을 점검하며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전경련 회장)은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가한 뒤 8월 초 3~4일 정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반기 경영계획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허 회장은 최근 메르스 불황 극복과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경련 회원사들에 보내고 지난 1일 솔선해 ‘1사 1촌 자매마을’인 경기도 양평의 화전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사실상 오너인 정몽준 전 의원은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출마의사를 밝힌 터라 여름 휴가 기간에도 FIFA 회장 사전 정지작업에 신경쓸 것으로 전망된다.

최길선 회장은 지난해 3조원대 적자를 낸데다 노조 파업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며 현안 해결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여름 휴가철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성수기인 만큼 거의 매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정상 근무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 왔다. 더구나 올해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과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터라 휴가를 가지 않고 한진그룹 정상화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 복귀 이후 주로 가회동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별도 휴가보다는 집과 장교동 사무실을 오가며 현안을 챙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은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국내 휴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11위 KT 황창규 회장은 8월 중순께 여름 휴가를 보낸다. 황 회장은 올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지난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 상하이를 계기로 5세대(5G) 이동통신의 글로벌 경쟁 5G 시대가 열린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구상으로 휴가를 지낼 예정이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 하계포럼에 참석 이후 8월에 휴가가 계획돼 있지만 아직 국내로 휴가를 떠날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할지는 미정인 상태다.

그밖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아직 휴가일정을 잡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23일 신세계모바일 결제시스템 SSG페이 출시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그룹 CEO들은 그룹총수가 부재중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앞두고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휴가 기간에도 정상 출근해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재무개선이라는 최대 현안 해결에 전력하고 있어 아직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2008년부터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고 있는데, 올해는 현대증권 매각 등 채권단과 약속한 재무개선을 이행 하느라 더 분주한 휴가철이 될 전망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