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도발'은 박근혜정부 시험대… 민족차원 '통합'으로 나아가야북한, 남한과 대화 외면…" '박정희 약속' 지켜라"박근혜정부 대응 따라 재발 가능 높아… 강·온 양면책 잘 써야정권차원 '통일'은 기득권 반대로 난망… '민족' 중심돼야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지뢰가 폭발한 뒤 연기와 흙먼지가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남북한 군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목함 지뢰' 사태가 일파만파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밝힌 가운데 북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 중에 있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군의 청와대 늑장보고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부의 대응과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날 경원선 기공식 참석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의 박근혜정부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또한 북한의 유사한 사태의 재발 가능성도 예상돼 박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이 도발한 '지뢰 사태'가 지닌 여러 함의를 짚어봤다.

'지뢰 도발'의 배후는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지뢰 도발'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평화구축 노력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에 '목함 지뢰'가 폭발한 것은 8월 4일 오전이다. 이 사고로 수색 중이던 김모(23) 하사와 하모(21) 하사가 발목이 절단되는 등 크게 다쳤다.

국방부는 지뢰 폭발사고가 여러 정황상 북한 측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주도한 배후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엇갈렸다. 가장 유력한 인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거론됐다.

한민구 국방 장관은 지뢰 도발 사건의 배후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지목했다. 한 장관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북한 김정은이 한 것이지, 전방 군단장이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러한 지시에 의해서 이뤄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북한 전문가는 대남 지뢰 도발의 배후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거론했다. 김영철이 지난 4월 대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격)으로 강등됐다가 최근 다시 대장으로 복귀한 직후 지뢰도발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기획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김영철이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정찰총국장 자리에 오른 뒤부터 그가 별 네 개의 대장계급을 달고 있을 때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불바다" 위협, 3ㆍ20 사이버테러 등 굵직한 대남도발이 있어왔던 것에 연유한 해석이다.

반면, 지뢰도발의 규모나 형태, 지역을 볼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 최고위급이 아닌 현지 북한군 책임자라는 분석이 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신진군부로 성장한 현지 김상룡 2군단장이 자신의 충성과 공적을 과시하기 위해 지뢰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현지 사단장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 내부 사정상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뢰 사태' 같은 일에 관여할 상황도,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국내 대북 전문가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5일 예정돼 있는데 지뢰 폭발 사건은 4일 일어났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뢰 사건을 지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이희호 여사 방북을 최종 승인한 것이 8월 3일인데 지뢰 사건은 다음날 발생한 것에 비춰 김 제1위원장이 사전에 지뢰 사건을 지시 내지 묵인했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군 고위 장교 출신의 북한 전문가는 베이징 소식통과 같이 '현지 북한 사단장'이 지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북한군은 우리군이 비무장지대 통문을 출입하는 일시를 정확하게 알고 4일 이전에 지뢰를 매설해 두엇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남북은 '휴전' 상태, 즉 전시 중이므로 비무장지대의 경우 군 책임자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뒤 평양에 보고하면 그만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비무장지대 북한군과 평양 간 연락 여부 및 그 내용 등을 추적해 지뢰 사건의 배후를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김정은 제1위원장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게 국내외 북한 정보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들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관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것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한 북한 소식통은 "이번 지뢰 사건을 일으킨 현지 군 고위 관계자가 북한 군과 당으로부터 큰 격려를 받았다는 소식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이 도발한 의도는 '이것'

'목함 지뢰'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도발의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지뢰 도발이 군부 강경파들의 충성경쟁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다. 사건이 발생한 육군1사단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부대는 6사단과 15사단으로 김상룡 인민군 2군단장 관할이다. 김상룡은 '무력통일'을 주장하는 대표적 충성파로 지난해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인 7월27일 육해공ㆍ전략군 결의대회에서 "군단 장병들이 가소롭게도 흡수통일과 평양점령을 꿈꾸는 미제와 청와대 얼간망둥이들에게 진짜 전쟁 맛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남녘 해방의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남남갈등'을 부추키기 위해 지뢰도발을 일으켰다고 해석하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경고 차원에서 도발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지뢰 도발에 대해 국내 보수ㆍ진보 진영 모두 북한을 비판하고 있고 대북전단 살포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과 북한과 오랜 기간 교역을 해온 한 북한 전문가는 국내 분석과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 남북관계 70년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남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이번 지뢰 사고는 그러한 북한의 변화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과 무역하는 전문가는 "북한은 남한을 아예 상대하지 않고 독자 노선으로 가려고 하고 있으며 그들이 표준시를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이 남북 70년을 재평가하면서 '민족' 에 기반한 '7ㆍ4 남북공동성명'(1972년)을 높게 평가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면으로 약속한 대규모 북한 경제지원(경협)을 학수고대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1979년 급서하면서 대북 지원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이후 '민족' 정신에 기반한 '박정희 약속'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카드로 활용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전언이다. 2002년 5월 박근혜 대통령(당시는 미래연합 대표)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한 핵심도 부친 때 거론된 '약속' 이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때 약속한 대규모 경제적 지원은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자 큰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북한을 변화시켜줄 대북 지원이 현실화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에서도 달라진 게 없자 북한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고 베이징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계속 거부하고 과격한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은 그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박근혜정부에서도 부친 때의'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남한과 대화를 단절한다는 입장이다"고 전해왔다. 최근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희호 여사를 초청했으면 최소한 2000년 정상회담 당사자인 김양건 통전부장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얼굴도 안 보인 것은 남한과의 대화 거부를 단호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의 군과 당의 고위층은 남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 북한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데 큰 원인이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대우를 받아 온 군의 불만이 늘어났고 야전군 장교를 중심으로 남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지뢰 사건은 남한의 '약속' 불이행과 적개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지 사단장의 지시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에 요구하는 것은 '약속' 이행이고 '지뢰 사건' 은 그러한 요구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 도발을 잇따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군부 고위급은 대부분 '기득권층'으로 '통일'을 원치 않고있으며 '지뢰 사건'은 그러한 그들의 시각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단호하게 대응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뢰 사태 발생 직후 북한에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을 겨냥한 조처는 대북 확성기 설치가 전부다.

박 대통령은 지뢰 사건에도 불구하고 평화 구축이 중요하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지석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여러 정황상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강경 조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국내외 대북 전문가들 중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우리 측의 대화 노력은 헛힘만 쓰는 꼴"이라며 "북한 지원에 대한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한 북한은 남한의 어떠한 대화 제의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한반도 정보관계자는 "북한은 대가 없는 남북대화는 하지 않는다"며 "북한을 끌어들일 '당근'으로 박근헤정부가 무엇을 제시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은 남한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판단하고 있고 그래서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북한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북한을 다룰려면 강경책과 유화책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지뢰 사태에 대해 북한이 깜짝 놀랄 정도로 본때를 보여줘야 박근혜정부를 다시 볼 것이고 대화에도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1970년대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 동부 비무장지대 포격 사건을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북한군은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류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미군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했다. 이에 한국의 특수부대는 '보복작전'으로 미루나무를 절단하고 북측의 초소를 초토화시켰다. 미군도 전면전 보복을 감행하기 일보직전까지 가자 결국 김일성은 사과를 했다.

이에 앞서 1973년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말뚝 설치작업을 하던 육군 2명이 북한 측 GP의 총격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지시했고, 당시 박모 사단장은 대포로 북측 GP를 초토화시켰다. 그후 귀순한 북한군에 따르면 당시 대포 사격으로 북한군 30여명이 사망했고 다시는 도발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식통은 박 대통령도 부친 처럼 강한 대응을 해야 북한이 다시는 도발하지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근혜정부 '해법'은 무엇

박근혜정부가 집권 전반기를 넘어가고 있음에도 남북관계는 진전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향후 대북 정책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두고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통상적인 자료나 일부 정보를 바탕으로 탁상행정식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것이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를 풀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이나 북한과 교류를 하고 있는 대북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정권차원의 '통일'이 아닌 민족차원의 '통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권 차원의 '통일'은 남북한 기득권층이 반대하고 있어 요원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간이 중심이 된 민족차원의 '통합'은 비정치적이고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남북대화가 수월하고 '통합(통일)'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경제협력을 담보하고 군사ㆍ외교적인 부분을 중재하면 남북 '통합'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남북한과 해외동포(민족)가 '경협'을 매개로 상호 협력하는식이다. 가령 <주간한국>이 여러 차례 언급한 '경원선프로젝트', '남ㆍ북ㆍ러 동북아그랜드플랜'에서처럼 휴전선 접경지대 공단 조성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개방, 경원선을 통한 에너지ㆍ원자재ㆍ특산물 등이 유통되며 남북한 인력이 관여한다. 나아가 러시아가 참여하게 되면 북한의 무모한 영향력 행사를 제어할 수 있고 3국이 공동발전할 수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로 남북관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이 주목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