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개입 천문학적 규모 달해전 정권 실세와 '검은 커넥션' 정황'방산 수사 확대' 총선정국 변수로

방산비리 육·해군 확대… 기업수사와 연결 정·재계 주목
4대개혁 결과물 정권 후반기 향배 좌우 고강도 사정예고

박근혜 정부가 4대개혁을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방산비리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대대적으로 방산비리 척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직후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천문학적인 규모의 방위사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로비스트가 개입해 방위사업 곳곳에서 방산비리가 발생했다"며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해온 야권은 합수단에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합수단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몸통은 건들지 못하고 깃털만 잡아들이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허술한 비전문적 수사방식으로 방산비리에 연루된 거물급 용의자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4대개혁 작업을 추진하면서 방산비리 수사부분을 전방위로 확대할 것을 검찰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대검찰청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3월 황교안 당시 장관은 검찰의 포스코 수사 본격화에 맞춰 대기업 비리 등 부정부패 척결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점에 비춰볼 때 법무장관이 검찰에 부정부패 수사 강화를 주문한 이상 검찰은 권력형 부패사건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 척결 조금씩 드러나는 결과물

김 장관은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 유형으로 공직비리를 첫 번째로 지목하면서 "부정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유관기관과 협조해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특단 조치도 강구하라"고 검찰에 당부했다. 이는 개혁 작업과 관련, 청와대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는 대기업 비리와 방위사업 비리 사정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따라서 이번 사정정국은 전혀 별도의 작업이 아닌 기존 사정작업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비춰 볼 때 황교안-김현웅이 4대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방산업체-예비역 장성 및 간부-현역 장성·장교가 연결된 비리 사슬고리는 그 뿌리가 깊어 합수단 수사가 미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군피아(군+마피아)'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비리실태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여권도 방산비리와 관련해 더욱 철저히 수사하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처벌이 가능하도록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컨대 방산비리 사범을 '이적죄'로 처벌토록 하는 내용의 형법 및 군형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방산비리 수사가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들이 사정기관 주변에서 나온다. 일부에서는 역대 정권 때마다 불거진 방산비리가 대부분 권력형이었던 점을 들어 "합수단이 이명박 정권과 무기브로커의 커넥션 정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정권이 대규모 국방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린다김 조풍언 이규태 같은 로비스트 또는 무기브로커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방산비리 수사에서 정치권에 줄을 댄 국제급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일단 그동안 해군과 공군에 집중됐던 합수부의 방산비리 수사은 육군으로 본격 확대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육군 무인 정찰기 '헤론'에 이어 육군의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개발 사업 관련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방산비리 수사가 다시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전날 체포한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박모 육군 중령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박 중령은 성능 미달인 현궁 평가 장비를 인수받고 허위로 확인서 등을 써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전날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업체인 LIG넥스원 등 현궁 개발 사업과 관련된 기관 4∼5곳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압수수색한 기관들로부터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납품 관련 서류 등을 분석한 뒤 납품사 관계자 등을 잇달아 부를 계획이다.

검찰이 LIG넥스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재계와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방산비리 관련 수사 대상 업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LIG넥스원 등으로부터 총 80억3,000만원 규모의 내부피해 계측 장비와 전차 자동조종 모듈 등 현궁 평가 장비들을 납품받아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국방과학연구소가 내부피해 계측 장비에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돼 있지 않아 작동할 수 없는데도 합격 판정을 내리고 이 업체에 11억여원을 부당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전차의 자율주행을 돕는 모듈을 7세트만 납품받았으면서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이동식 표적 역시 실제 제작에 들어간 것보다 많은 부품을 쓴 것처럼 속여 웃돈을 타냈다. 이 같은 감사원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합수단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국방과학연구소와 납품사 간의 유착과 뒷돈 거래 여부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빛과 같은 화살'이란 뜻의 '현궁'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전체 개발을 담당했고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았다.

육ㆍ해ㆍ공군 전방위 확대되는 수사

이와 별도로 합수단은 400억원대 무인정찰기 헤론 도입 비리 의혹도 수사 중이다. 중개를 맡았던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헤론 선정 과정에서 육군 고위층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도 캐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에게 사전에 관련 군 기밀이 유출됐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하고 있다.

합수단의 납품비리 수사를 두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사업은 '소요 결정→제안서 작성→제안서 평가→시험평가→가격 협상→기종 결정→납품' 단계를 밟는다.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는 제안서와 시험평가, 납품 등 하류에서만 이뤄졌다. 비리의 출발점인 무기 도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그간 전·현직 군 장성 10명을 포함해 총 6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 관계자는 "앞서 기소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에 대한 기소 유지에 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통영함·소해함 장비 납품비리와 해군 정보함 사업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 사기, K-11 소총 납품비리 등 육·해·공군 전반의 비리에 칼을 댔다.

합수단은 LIG넥스원 등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하면서 현궁 성능평가 장비 납품 비리의 '윗선'을 규명하는 데도 속도를 낼 계획이지만 탄력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박 중령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합수단 주변에서는 수사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검찰 등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 보통부는 이날 박 중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작년 11월 합수단 출범 이래 군사법원이 방산비리에 연루된 현역 군인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법원이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박 중령을 발판으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합수단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1월 합동수사단을 설치해 대대적으로 방산비리 척결에 나선 이후 그 결과물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합수단이 군부의 핵심인 육군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방산비리 수사가 정부 차원에서 또 다시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들이 사정기관 주변에서 나온다. 일부에서는 역대 정권 때마다 불거진 방산비리가 대부분 권력형이었던 점을 들어 "합수단이 이명박 정권과 무기브로커의 커넥션 정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정권이 대규모 국방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린다김이나 조풍언 같은 로비스트 또는 무기브로커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방산비리 수사에서 정치권에 줄을 댄 국제급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합수단의 한 관계자는 "방산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방산업체 로비와 예비역들이 로비스트로 활동한 내용 그리고 현역들과 방산업체들 간의 유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현재 조사는 군과 방산업체들 간의 거래 내용에 모아져 있지만 향후 사안에 따라 로비스트들의 행적도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몸통' 수사 가능할까

로비스트들의 정치권 로비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합수단 안팎에서는 제2, 제3의 이규태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방위사업에 동원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실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 정권차원의 비호가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방위력개선사업에 사용된 자금은 40조원 정도다. 당시 MB는 2020년까지 국방산업 및 기술 분야 세계7대 수출국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과 합수단 조사에 따르면 공문서위조․부실부품사용으로 세월호 참사에 출동도 못해 방산비리의 대표격이 된 통영함, 공군전투기 시동장치 중고부품사용 비리, 병사들 호주머니에서 800억대 부당이득을 취한 군 PX납품비리 등 그야말로 비리백화점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비리가 만연하려면 윗선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2012년 이명박 정권 말 추진된 14조규모의 해외무기도입 추진과정도 복마전이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감사원이 최근 방위사업청 등 무기획득 체계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재취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고위직인 취업승인 대상자 7명 중 6명이 승인 대상이 아닌데도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2명은 퇴역 후 현역에 종사했던 업무와 연관된 방산업체에 재취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지난 정권에 줄을 댄 거물급 로비스트들은 대부분 몸을 피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정부가 감사원 조사를 추진하고 방산비리 수사를 위한 합수부를 설치하기 전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 국방사업에 관여했던 거물급 무기중개업자들의 소재가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추측컨대 해외 등지로 이미 종적을 감춘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산비리 수사가 '권력형 거물'들은 잡지 못하고 깃털만 단속하는 수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합수단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외국인과 교포 등 '로비스트'로 의심되는 무기로비스트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해외로 도피했다 첩보가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모 업체와 연결돼 방산 로비를 해온 A씨 등은 합수단이 현판을 걸기도 전에 이미 국외로 피신했다. A씨는 MB정권 때 정치권 유력인사들과 극비리에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 방산로비스트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A씨 외에도 S기업의 해외 비자금 등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K씨도 합수단이 추적하고 있는 인물이다. 아직 이 인물의 로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K씨가 S기업의 회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고 미국 등지에서는 K씨가 실질적인 비자금 관리인이며, S기업 로비 업무를 담당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서는 K씨가 여권 실세들과 은밀히 접촉하고 다녔다는 말까지 돌고 있어 합수단이 K씨에까지 칼을 겨눌지 주목된다.

또 H사 B회장도 합수단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회장은 이명박 정권 때 차세대 무기 관련 사업에 관여한 적 있고, 이 무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000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B회장과 관련해 차명인으로 보이는 교포 R씨도 로비스트 의혹을 사고 있다. R씨는 이명박정권 핵심 실세와 수시로 만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주로 해외에서 접촉해 사업 논의를 한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특히 R씨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두루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과 연결된 전형적인 친권력형 무기브로커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이번 방산비리 수사는 미처 충분한 내사를 벌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사정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큰 무기중개상과 중개업자들이 그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방산사업은 해외거래가 많아 방산비리 수사는 사전 준비와 핵심인물 확보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거래를 수반한 방산비리가 이번 수사의 중점 대상이며 이미 내사자료도 갖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무기거래 수사는 해당국의 협조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합동수사단의 방산비리 수사로 지난 2006년에 발족한 방위사업청이 전면적 수술대 위에 오른 가운데 방사청의 향배가 주목된다.

한편 방위사업청이 이번 방산비리 수사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사청은 '고위급 군납비리'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노무현 정권때 세워졌으나 이명박 정부때부터 시작된 대규모 육ㆍ해ㆍ공 각종 무기소요.획득 사업에서 비리가 곪어 터져나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사청은 주요 무기사업에서 무기중개업자들의 집중된 로비를 받아왔고 무기 시장에서 '갑중의 갑'으로 행세하면서 일부 대령.중령으로 구성된 실무 군공무원은 물론 민간공무원들도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에서 비리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군무기 사업 특성상 방사청이 운영하는 예산 가운데 1/4만 공개입찰로, 나머지 3/4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전력증강 문제점과 방산비리 의혹은 47건에 달했고 국방부 조사 결과 이 중 25건이 사실로 드러났는데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소나) 비리는 대표적 사례다.

통영함에 군작전수행능력이 불가능한 불량 소나를 납품했다가 구속된 강모씨는 미국 뉴저지주에 '하켄코'라는 페이퍼컴퍼니 성격의 회사를 세웠다.

강씨는 국내 무기중개업체인 O사의 부사장인 김모 전 해군대령을 동원해 방사청 최 전 중령을 포섭한 뒤 소나를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강씨는 전형적인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