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2세 유명인 ‘송곳’ 질문 화제‘한국 비하’ 도널드 트럼프 향해 돌직구 소신 발언 日 아베 총리 방미 땐 일본군 위안부 인정 여부 물어하버드대 경제학과 3학년… “국제기구서 일하고 싶어”

지난 13일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영상에는 짙은 붉은색의 하버드대 유니폼을 입은 동양계 남학생이 미국 최고의 이슈메이커인 도널드 트럼프의 억지스러운 한국에 대한 ‘안보 무임승차론’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 담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 속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자 국내외 한국인들의 열띤 반응이 온라인 상에서 이어졌다. 조셉 최(20·한국명 최민우), 그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일격을 가한 ‘뇌섹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아베 총리·트럼프 혼쭐낸 한인 학생

온건 중도주의 성향의 정치단체인 노 라벨스(No Labels)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초대된 연설자는 미국 부동산의 거물이자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였다.

평소 과격한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트럼프는 이날도 불법이민, 연방정부 재정적자, 대외 정책 등에 대해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주장을 펼쳤다. 다수가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행사가 끝날 때는 조셉 최에게 발언권을 주는 여유를 보였다.

이날 조셉 최에게 질문 기회를 준 것은 트럼프의 큰 실수였다. 최씨는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비를 일절 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고, 당황한 트럼프는 최씨의 말을 자르며 “한국 사람이냐”는 반문을 했다.

트럼프와 같이 출신성분을 따지는 것은 미국에서는 고소감에 해당하는 무례한 행동이다. 조셉 최는 트럼프의 질문에 “아니다. 텍사스 주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에서 자랐다”며 “어디 출신인지와 상관없이 사실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셉 최는 “한국은 매년 8억6100만 달러(약 1조 원)를 (미군 주둔비로)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는 “그래 봤자 푼돈”이라고 반박했으나 설전 과정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셉 최는 앞서 4월 27일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설에서 ‘송곳’ 질문을 퍼부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방미 일정 중 첫 공개 행사로 진행된 아베 총리의 연설은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 없이 끝났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셉 최는 아베 총리에게 “도발적인 질문이 될 수 있어 유감이지만 한국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와 군대가 수십만 명의 위안부 즉 성노예를 강제로 동원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연설 내내 미ㆍ일 동맹 강화와 아베노믹스만을 언급했던 아베 총리는 조셉 최의 질문의 요점을 피해갔다. 아베 총리는 “인신매매로 희생당하고 극심한 고통을 겪은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위안부와 관련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에 최씨는 실망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조셉 최의 야무진 질문은 미국,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최씨의 질문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으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최씨의 설전을 비교하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

화제가 된 조셉 최는 한인 2세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부모는 1980년대 박사학위 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부친은 항공사 엔지니어, 모친은 약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셉 최는 2013년 미국 동북부에 있는 8개의 명문 사립대를 일컫는 아이비리그의 하버드대, 프린스턴대를 동시에 합격한 바 있다. 현재 하버드대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내의 북한인권학생모임과 정치연구회 등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에 열린 트럼프의 강연에 참여하기 위해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서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까지 1시간여 거리를 찾아갔다. 이와 관련, 최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잘못을 지적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트럼프 후보에 대해 누구도 반박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 답답했다”며 “트럼프 후보나 아베 총리의 잘못을 지적한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이들의 행태를 바로잡고 싶어서였다”고 덧붙였다.

조셉 최는 트럼프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밝히기도 했다. 최씨는 “트럼프 후보의 대응을 보고는 너무 실망했다”며 “트럼프 후보는 대화하기가 힘든 사람으로 보였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이는 훌륭한 정치인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여름 한국을 방문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행정실에서 8주 간 인턴을 한 바 있다. 외통위 한 관계자는 <주간한국>과의 통화에서 “외통위에서 한미청소년교류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에서 매년 학생 1명씩 한국을 방문해 외통위의 사업을 돕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조셉 최는 외통위에서 발행하는 안내 책자를 감수하고, 담당자를 도와 외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할을 했다”며 “한국어를 꽤 잘 하고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했다. 활발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셉 최는 하버드대 졸업 후 국제기구 등에서 외교ㆍ정치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선 인터뷰에서 최씨는 “장차 유엔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며 “아직은 부족하지만 한국어를 더 잘하고, 한국에 대해 더 배워서 기회를 얻으면 한국 외교 현장도 누비고 싶다”고 전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