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중 '지지율 1위'… '암초'도

리얼미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18주 연속돼'
야권 문재인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우세 나타나
대권 분수령될 내년 총선 구도도 유리하게 전개돼
박 대통령과의 관계, 당내 친박계 저항 '넘어야 할 산'
'마약사위' '부친 친일 시비'대선 가도에 '암초'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총선이 차기 대선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독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합을 하고 있고,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 주자 중 가장 주목받는 잠룡은 김무성 대표다. '지지율 1위'행진을 1년 넘게하고 있는데다 여권 내 경쟁자가 미약해 차기 대선 후보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 대표의 대권 행보에 '암초'가 될 수 있는 요인들도 적지 않아 그가 차기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의 대권가도의 '명암'을 살펴봤다.

견고한 '지지율 1위' 고공 행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중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율 1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0월 5주차(26~30일) 주간집계에서 김무성 대표는 지지율 22.5%로 1위를 차지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대통령 지지층(▦5.8%p), 새누리당 지지층(▦4.5%p), 보수층(▦4.9%p) 등 3대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1주일 전 대비 1.6%p 오른 결과다.

지지율 2위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로 '역사교과서 사회적 논의기구' 제안 등, 연일 국정화 반대 행보를 이어가며 1.2%p 상승한 19.0%를 나타냈다. 김 대표를 오차범위 내인 3.5%p 차로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자리 대장정' 행보를 계속 하고, 서울 브랜드 선포식 등으로 광주ㆍ전라(▦9.1%p)와 새정치연합 지지층(▦9.3%p)에서의 강세로 3.2%p 오른 15.8%로 3위를 차지해 2주 연속 상승하며 문재인 대표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인 3.2%p로 좁혔다.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이 6.3%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안 전 대표는 6.2%로 오세훈 전 시장에 밀려 올해 5월 3주차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5위로 내려앉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0.33%p 상승한 3.83%로 두 계단 올라선 6위를 기록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1주일 전과 동일한 3.8%,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0.8%p 하락한 3.7%, 홍준표 지사가 0.2%p 상승한 3.0%, 정몽준 전 대표가 0.7%p 하락한 2.5%, 남경필 경기지사가 0.8%p 하락한 1.5%,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1%p 하락한 1.2%를 기록했다.

이번 주간집계는 2015년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644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6.4%(전화면접 18.9%, 자동응답 5.0%)였다.

김무성 대표는 차기 잠룡 중 '지지율 1위'를 무려 18주 연속 이어가고 있다. '마약 사위'논란, 부친의 친일 시비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하게 예상되는 '김무성-문재인'양자 대결에서 김무성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 앞선 점이다. 리얼미터가 10월 12∼13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 부분에서 김 대표가 46.1%, 문 대표가 40.8%를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 조사 대비 김 대표는 8.4% 포인트 상승하고 문 대표는 2.4%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리얼미터 자체 조사 양자 대결에서 김 대표가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부산ㆍ경남, 호남, 30대에서 문 대표의 지지층 이탈이 심화됐다"면서 "그동안 계속된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 야권 신당 세력의 영향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중 중간집계에서는 역사교과서 논란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ㆍ새정치민주연합, 김무성ㆍ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리얼미터는 밝혔다.

정치 전문가들은 김 대표의 1위 지지율이 이변이 없는 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 대표를 뒤흔들 만한 대형 악재가 부재한데다 김 대표의 지지율이 박근혜정부 지지율과 연동돼 있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김 대표와 비교되는 야권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한계 범위에 머물러 있고 야권 분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김 대표를 돕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김 대표의 대권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내년 총선에 대해선 견해가 갈리고 있지만 여권의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다. 여권이 친박ㆍ비박 간 대립을 하고 있지만 총선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야권은 분열된 채 총선에 나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선전이 전망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상회하는 완승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럴 경우 차기 대선과 관련해 '김무성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더구나 내년 이후엔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여(對與)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김무성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내년 총선을 여권에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역사교과서'국정화'논란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념'문제가 부각되면 야권에 유리한 총선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하면 김 대표의 대권 꿈도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김 대표가 여권의 '국정화'선봉에 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국민이 국정화 문제보다 경제, 민생과 같은 '생활형 현안'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 김 대표에 유리한 징후들이다.

김 대표의 대권가도가 비교적 순탄하고 낙관적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 정립이다. '현재권력'인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아직 상당하고 내년 총선이 지나 축소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여전히 지닐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박 대표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전력하고 있지만 아직 '거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의 '힘'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느냐는 김 대표의 대권 행로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여당내 친박계를 끌어안아야 하는 것도 김 대표의 과제다. 친박계는 공천룰을 놓고 사사건건 김 대표와 충돌하고 있는데 본질은 당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된다. 친박계 장관들이 총선을 앞두고 속속 당으로 복귀하는 것도 당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가 당의 주류로 친박계를 제압하거나 끌어안아 당 주도권을 유지하느냐는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관건이다.

일단 위기를 넘긴 '마약사위'문제와 부친의 친일 전력은 차기 대선이 본격화 되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잠재된 '암초'다. '마약사위'와 관련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악재'가 잠복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친의 친일 시비도 대선 국면에서 본격화되면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여당의 이회창 후보가 부친의 친일 전력 시비로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는 것도 김 대표에게 부담이다. 최근 김 대표가 부친의 친일 시비에 정면 돌파 전략으로 나온 것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공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대권가도가 비교적 순탄하게 펼쳐진 상황에서 현재도 걸림돌이 적잖고, 앞으로 암초가 등장해 훼방을 놓을지는 알 수 없다. 김 대표의 대권 행보에 명암이 교차하는 형국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