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국 '공천룰 대결' 재점화… MB라인 수도권 지역 물밑 움직임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왼쪽)이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친박계, 친이계 인사 사정작업 구상 소문도
친이계 핵심 총선 앞두고 '구세력 결집'에 집중
친박계 총선 전략 막을 극비 플랜 가동 소문 증폭
청와대 총선전 고질적 인재난 봉착 '위기설' 수면 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이 막을 내리고 총선을 둘러싼 내홍문제가 여권 내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일단 냉각기를 거쳤던 새누리당 내부 공천룰 갈등은 영결식 이후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어 여권 내부갈등이 급속히 표면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1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FTA 비준안과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총선 관련 대치정국을 일단 틀어막았다.

또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구성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모두 상도동계 출신으로 김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상주'역할을 하면서 한 뿌리임을 다시 재확인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화해 무드까지 형성돼 부드러운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여론도 나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이재오 의원이 11월 25일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귀엣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이런 그림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안을 매듭짓고 정기국회 종료(12월 9일) 이후에는 본격적인 공천룰 논의를 재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또다시 의견대립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12월 15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돼 공천문제를 둘러싼 친이 친박계 간의 신경전은 점점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또 향후 주목할 점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물러나고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될 경우 12월 안에 검찰의 모든 조직개편이 끝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4월부터 청와대와 친박이 총장 인선 직후 총선을 겨냥해 사정정국을 구상 중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이에 친이 친박의 총선 주도권 잡기 싸움이 막오르는 시점에 검찰이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사정작업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與, 공천룰 갈등 재부상 승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1월 초부터 공천룰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선거구획정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 공천룰 갈등이 재부상하면서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내홍이 장기화될 경우 세력이 결집하지 못하고 흩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지난 11월 16일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친이 친박계 간의 갈등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법정시한(11월13일)을 넘긴 데 따른 '정치신인 배려방안'과 관련해 당협위원장 조기사퇴, 당원명부 공유, 조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했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룰이나 (공천)특별기구도 없는데, 무슨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냐"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경직됐다.

김 대표는 "그런 것을 갖고 왜 화를 내느냐"라고 응수했고, 결국 서 최고위원은 회의 도중 나가버렸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당의 공천 룰도 확정되지 않았고,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공관위를 두고 (정치신인들을 보고) 어디에 가서 어떻게 운동을 하라는 거냐"며 "조기 공관위 구성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서 최고위원의 이번 언급은 특별기구 구성 등 공천룰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김 대표는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 조기 발족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당내 친박계는 공천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황진하 사무총장' 카드를 놓고 대치해 왔다. 김 대표측은 황 사무총장 인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선추천 적용 지역 및 대상과 관련해 김 대표측은 "전략공천은 없다"는 입장은 보이고 있고, 친박계는 우선추천은 사실상의 전략공천 규정이라며 대구·경북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민 50%-당원 50%로 규정돼 있는 경선 비율 문제 등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친이 친박계 간의 갈등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다 친박계 안팎에서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최근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친박vs비박, 끝나지 않은 전쟁

박근혜 정부는 공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면서 사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몇가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을 두고 "친이계 내부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확산되면서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사정의 칼날이 친이계 내부로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청와대는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공공과 민생, 경제ㆍ금융 등 3대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사정(司正)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ㆍ농협ㆍ동부ㆍ신세계 등 기업수사에 이어 정ㆍ관계로 사정 반경을 넓혀가고 있고 특히 일부 수사의 경우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정작업을 통해 비리를 척결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친이계에 쏠리고 있는 당내 힘의 균형을 맞추고 내년 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는 개혁 작업에 정면으로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뒤로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이계는 사정의 칼날이 전 정권으로 쏠리고 있는데 대해 대책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의 한 인사는 "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친이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하며 "청와대의 개혁은 정치적 명분이고 실은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파워게임이다. 뜻하지 않게 드러난 성완종 리스트를 보더라도 친박계 역시 개혁 대상인데 스스로 그런 길을 갈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소식통은 이 인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개혁 작업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최대한 청소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친이계 인사들은 사정정국과 관련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기획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친이계의 주목을 끄는 사건은 '유상봉 함바비리 사건'의 재점화다. 2011년 발생한 '함바비리'은 당시 정ㆍ관ㆍ재계를 뒤흔들며 강희락(63) 전 경찰청장의 연루가 드러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의 주범이자 브로커 유상봉(69)씨가 최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유씨는 정관재계에 로비하며 리스트를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자신을 구속할 경우 자신에게 돈을 받은 정ㆍ관계 인사들을 폭로하겠다고 큰소리쳐 정치권을 초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유씨가 최근 자신이 알고 지내던 전ㆍ현직 공직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수주를 위한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러 뒷말이 무성하다. 유씨는 일부 공직자에게는 자신이 준 돈을 돌려달라는 협박성 편지도 보냈으며 최측근들에게는 전·현직 공직자들을 만나 돈을 받아오라는 등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편지는 유씨가 서울구치소와 성동구치소ㆍ부산구치소 등에 수감돼 있던 시기에 밖으로 나간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유씨의 편지에 언급된 인물은 모두 347명이고 이 중 전ㆍ현직 공직자는 116명(고위직 공무원 92명 포함)이다. 현직 여당 국회의원, 전 광역자치단체장, 현직 경찰간부, 전 행정자치부 차관, 서울의 현직 구청장,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장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유씨 측 인사들은 편지에 언급된 이들과 관련해 "유씨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로 유씨가 실제 로비를 벌인 대상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총선정국 때 유씨의 서신이 판도라상자가 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편지의 유출경로나 작성내용이 여러 면에서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유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사들 중 친이계 인사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이 편지가 검사실에서 외부로 나갔다는 말이 돌고 있다. 심지어 편지에 거론된 인물들 중 일부는 검사실에서 유씨를 만나 협박을 당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MB계 자금 차단 총력

검찰 주변에서는 유씨가 수감 중 필요한 사람을 검사실에서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가 이렇게 배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유씨 재판에서 "유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했으므로 형량을 감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강희락 경찰청장 재직 시절 유 씨는 건설현장 식당 비리와 관련해 경찰 인맥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씨는 경찰 재직 시절 국무총리실에 장기간 파견근무를 한 경력이 있는 만큼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총선정국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포스코 수사도 총선정국 친이계 압박용 카드가 될 수 있다. 포스코 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9월 포스코의 청소 용역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해당업체와 영남지역의 친이계 새누리당 중진의원과의 유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향후 검찰 수사가 친이계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아직 이렇다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잇다.

검찰은 당시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의 청소 용역업체 '이앤씨'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팀이 직접 포항으로 가서 '이앤씨'의 대표인 한모씨도 조사했다. 한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MB연대'에서 영남 지역 여당 중진 의원과 함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엔씨에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하고, 이 과정에 해당 의원이 연루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사정기관은 증권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여권 친이계 인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친이계 A의원과 B의원 등이 지난 3월부터 급등락을 반복한 K사와 N사 그리고 S사 등 주식을 차명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검찰이 입수해 내사 중이다.

금융당국 등 사정기관은 이른바 친이계 테마주 외에 이들 테마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종목들을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일부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관련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는 말이 무성하다.

또 친이계와 가까운 기업의 자금 흐름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이들 기업의 비리와 관련된 친이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사정기관이 다시 분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씨의 편지에서도 드러난다. 유씨는 서울의 한 현직 구청장에게 보낸 편지에 "지난 선거 때 캠프에 선거자금을 냈다. 도와주지 않으면 검찰에 진정서를 내겠다"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유씨는 현금 외에도 평소 자신의 BMW 자동차를 비롯해 명품과 백화점 상품권, 고급양주를 갖고 다니며 공직자들을 만날 때 마다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수상한 자금이 흐르고 있는 정황도 사정기관에 포착되고 있다. P사와 D사 등의 회사자금으로 포장돼 있으나 실은 총선을 대비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검찰이 조사한 KT&G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이 회사가 특정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는데, 이 하청업체 자금이 친이계 모 인사와 간접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사정기관이 사실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