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카드 놓고 뚜렷한 시각차 비노계 집단 탈당조짐도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광주민주화운동역사 바로세우기 20주년 학술대회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오른쪽)과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가운데)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극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돼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안을 문 대표가 뒤늦게 수용한 점 등을 들어 진정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의견을 받아들임에 따라 일단 공은 다시 안 전 대표에게로 넘어간 모양새다. 야권의 시선이 안 전 대표의 입으로 쏠리면서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수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안 전 대표가 새정치연합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으로 갈 계획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당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안을 거부했다가 당 내부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당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수용했을 뿐 실제 혁신안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안 전 대표 측의 생각이다.

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를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드러내자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공개발언을 통해 "어제 문 대표가 현 대표 체제로서 총선 난국을 포함한 당의 어려움을 돌파하시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안 전 대표와) 서로 부딪히는 형국"이라며 "(당이) 분열로 치닫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때 감동적인 사건을 기억한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목도리를 걸어줬다"며 당시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오늘은 날이 춥고 당은 더 냉랭하다.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양보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 책임이 어느 분보다 두 분(문재인ㆍ안철수)에게 있다. 두 분 모두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기득권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내려놔야 한다"며 당 대표인 문 대표의 양보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자 문 대표는 한발 물러섰다. 지난 4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ㆍ당규에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대표직 사퇴는 거부했다. 또 문 대표는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인재영입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맡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비주류는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 의원 10여 명은 이날 아침 조찬 모임을 갖고, 당무를 거부하거나 당직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문 대표의 결정에 항의하는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 안 전 대표가 천정배 의원 주도의 신당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당 대표 사퇴에서 대해서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안 전 대표가 돌아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혁신안을 놓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혁신안 내용 중 일부가 천정배 신당 측이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안 전 대표가 혁신안과 관련해 천 의원 측과 사전 조율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안 전 대표 측이 천 의원 측과 혁신안에 대해 문 대표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시나리오와 관련해 교감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 측은 "천 의원 측과 따로 교감한 내용은 일절 없다"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신당이 새정치연합과 힘을 합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탈당과 관련해 교감했을 것이라는 소문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한편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3일 새정치연합 문 대표가 이날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 현 체제로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한데 대해 "이런저런 내부 논의든 갈등이든 혁신 노력이든 이미 아무런 약효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천 의원은 최근 새정치연합과의 협력에 대해 "친노 핵심세력, 86 핵심세력, 총ㆍ대선 패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당 정체성을 극도로 혼란시킨 사람들이 그야말로 물러나고 기득권을 포기하면 모르지만 전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안 전 대표와 인식을 같이 하는 대목이어서 장차 안 전 대표와 천정배 신당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