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권관계 '검은 자금' 추적… 총선 앞두고 '커넥션' 대대적 수사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 관급공사 금품비리 정황 포착… 정-관-재계 유착고리 집중 추적
검찰, 아시아드CC 특혜의혹 관련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조사 잇따라
정치권 암약 브로커 이권관계 지속 추적 '검은 자금' 출처 끝까지 캔다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6기)이 지난 2일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면서 향후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에 검찰 수장의 자리에 오른 김 총장은 총선정국이라는 무거운 공기 속에 여러 과제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우선 정치적 중립성 확보, 법질서 확립, 수사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곳곳에서 표적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김 총장이 이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산지역 수사 등 검찰의 정·관계 비리 수사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치인 연루 비리 사건 수사는 검찰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적 구도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에 강조한 덕목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김수남호는 내년 총선과 더불어 201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 후반기 중요 선거 정국을 지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는 비리 의혹 등 각종 정치적 사건들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의 검찰 수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국가개혁작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김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총선정국과 무관하게 정·관·재계 전방위 사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수남 총장 정치검찰 오명 벗는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수수사'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김 총장도 이 부분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 중수부와 같은 조직의 부활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그동안 정치권과 기업 관련 의혹 등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교착상태에 빠져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2013년 대검 중수부가 폐지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몰리면서 수사의 전문인력 부족 등 효율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 주변에서 수사력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관피아 정피아 군피아 수사를 비롯해 4대강 비리 의혹, 포스코, 농협, KT&G 비리 의혹 등 큰 사건들이 몸통까지 규명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청문회에서 "중수부와 같은 조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 수사를 하면서 전국적 규모의 사건을 맡을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향후 검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산 지역의 검찰 수사가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경남지역의 정·관·재계 비리 커넥션이 드러나 향후 PK지역 판세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느 것 아니냐"며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부산시가 시행한 관급공사에서 여러 금품비리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어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권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올해 6월 부산시 출자기관인 아시아드컨트리클럽(아시아드CC)이 특정 업체에 코스관리 공사를 맡기면서 157억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는 코스관리 업체 N사 대표 김모(51)씨를 구속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아시아드CC 전직 대표와 대출을 알선해준 전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줄줄이 구속했다.

N사의 비리를 조사하던 검찰은 이 회사가 부산시와 산하 기관 등이 발주한 부산시민공원, 산성터널 공사, 해운대수목원, 부산항 신항 도로공사, 하수관공사 등에도 하도급으로 참여한 사실을 추가로 발견하고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한 관급공사 비리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2012년 6월 부산시민공원 조경공사에 N사가 하도급으로 참여하도록 추천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부산시청 4급 간부를 구속했다.

부산시건설본부에서 산성터널 공사현장 감독관으로 근무하던 6급 공무원도 2013년 9월 산성터널 지하차도와 상부도로 공사 하도급 업체로 추천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더 날카로워진 검찰 칼날

5개월 넘게 아시아드CC 특혜 의혹과 관급공사 비리의혹 사건을 캐던 검찰 수사는 지난달 24일 부산시장을 보좌하는 정무특보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또 검찰은 전용성 정무특보를 2차례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전 특보는 부산시에서 발주한 관급공사에 N사가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김씨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 특보가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전 특보는 같은 해 8월 부산시 별정직 5급 공무원에 채용됐다. 별정직이었지만 실제로는 부시장급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산시청 주변에서는 검찰이 전 특보와의 연결고리를 끝까지 추적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이 전 특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전 특보는 압수수색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는 부산지검 특수부의 움직임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최근 부산지검 특수부는 부산시가 발주한 노후 하수관거 공사 금품로비 수사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부산시 생활하수과장을 지내고 현재 부산 지자체 부구청장으로 있는 4급 공무원 L씨와 당시 부하 공무원 3∼4명을 불러 조사했다. L씨 등은 임의동행 형태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대구에 본사를 둔 하수관거 공사업체 대표 A씨(구속기소)와의 금품거래 의혹에 관한 내용이 조사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공무원에게 금품로비를 하고 부산시가 발주한 공사금액이 큰 대형 하수관거 공사를 따냈다는 하수관거 공사업체 전 직원의 제보를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 지역 정가와 검찰 주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PK지역 물갈이를 위한 정치적 사정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서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비공식 비서 역할을 했던 차모(38)씨를 구속한 바 있다.

차씨는 부산시청 공무원들에게 하수관거 공사 관련 청탁을 해준다는 명목 등으로 돈을 받았으며, 공사 관련 청탁 외에 부산시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다른 로비도 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직 고위 공무원들이 여러 건의 금품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상황이고 하위직 공무원들이 더 연루됐다는 말이 무성해 검찰 수사는 길게는 총선 직전까지 장기화 될 전망이다.

경남지역 검찰 수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사건은 또 있다. 경남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트 인·허가 로비 사건으로 사건이다.

지난 2008년 경남 통영 아파트 인ㆍ허가 로비를 주도한 인물은 황모(57)씨다. 그에 대해 검찰이 추가 정ㆍ관계 로비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ㆍ관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때 황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유력인사들 중 일부가 최근 구속기소됐고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 공무원, 공인회계사, 경찰간부, 도의원, 대학교수, 기자, 도지사 선거특보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개입된 것으로 확인돼 사건 당시 파장이 일었다. 로비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피고인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정·관계 로비사건의 핵심 인물인 황씨를 다시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은 건설사업 허가에 지역유력인사들이 개입한 청탁구조를 파악하고 황씨 로비리스트를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계 유착 지역 브로커가 핵심

검찰에 따르면 2007년 통영시 광도면 황리일대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던 B건설사는 경남도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아파트 건설에 선결조건인 제2종 지구단위계획 승인문제가 풀리지 않자 같은 해 10월부터 공인회계사인 조모(49)씨에게 로비스트 역할을 맡겨 3억9400원을 준 뒤 경남도청 공무원들과 도시계획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해당 지역은 경사면이 급한 산중턱인데다 용적률 문제 때문에 두 번이나 위원회에서 유보됐던 곳이다. 때문에 회사측은 관련자를 상대로 로비를 해서 문제를 풀기로 계획을 세웠다. 황씨는 조씨와 함께 도청 공무원들과 도시계획심의위원을 직접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위원들에게 청탁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는 도의원과 경찰간부 등 유력인사들에게도 돈을 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황씨 등은 타고 다니던 차량에 현금 1억원 가량을 싣고 다닌 것은 물론, 경남도청 인근 모텔에 방까지 잡아 놓고 해당 공무원들의 사무실로 찾아가거나 식당에서 만나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로비를 했다.

한 도의원은 "경찰에 부탁해 회사가 관련된 고소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는 명목으로 황씨 등으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후 경남지방경찰청 청장사무실까지 찾아가기까지 했다.

또 다른 도의원은 도청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투서가 접수됐으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사법처리를 모면했다.

황씨 등은 도시계획위원에 접근하기 위해 위원 중 한명인 경남 모대학 교수에게 점근해 해당 교수가 그린 그림 3점을 1700만원에 구입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황씨는 이 사건으로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해오다 지난 23일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황씨로부터 추가로 로비를 받는 인물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황씨와 접촉한 인물들을 추가로 캐고 잇다.

검찰은 경기수도권 지역의 유착비리도 캐고 있다. 경기 하남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 내 건축물 인·허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용일)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중순경 하남시 호남향우회장 김모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건축물에 대해 이교범 시장 측근 등에게 인ㆍ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같은달 19일 이교범 하남시장 친동생의 자택과 사무실, 시청 건축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하남시에서 건축업을 하는 이 시장 친동생이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물 인·허가와 관련 주변에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공무원 사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달 초 개발제한구역 내 LPG충전소 인·허가 청탁과 함께 사업가로부터 수 억원 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이 시장과 사돈관계에 있는 정모씨를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서류와 전산파일을 분석, 이 시장에게까지 로비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지난달에는 김황식 전 하남시장이 LPG충전소 인ㆍ허가 비리로 구속기소되는 등 하남시에서는 개발제한구역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남시의 경우 행정구역의 80% 상당이 개발제한구역이며, 개발제한구역 내 LPG충전소 설치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관련법(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라 지역 거주민에 한해 단체장이 허가 할 수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