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야권 핵심인사 관계사 '거액 세금탈루 의혹' 추적 중

야권 잠룡 1인 특수관계사 국세청 사정권 든 내막은

정치권 "총선 겨냥해 정치자금 차단 포석 아니냐" 시각도

사정기관, 국세청 조사에 촉각 추가비리 첩보도 잇따라

최근 야권 내부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이 일부 야권인사의 비리 의혹을 조준하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기획수사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대비해 특별체제를 가동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은 '박원순 지키기 특별대응팀'을 구성했다. 박 시장은 아들의 병역특혜 관련 의혹이 최근 지상파 방송 보도로 다시 점화되면서 여당의 공세를 받고 있다. 대응팀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서울시정에 부당한 문제제기가 있는지 살피는 한편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신경민 서울시당 위원장과 대응팀 간사를 맡은 박홍근 의원 등은 "박원순 시장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한 새누리당 측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며 "사정기관을 움직여 야권 인사들을 겨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음모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 시장 등 야권인사들에 대한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총선과는 무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의혹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오던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야권 정조준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이 관련 공무원들의 뇌물수수에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파문이 번지고 있다.

지난 16일 춘천지검 형사 2부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춘천시 부시장 A씨가 레고랜드 시행사 ㈜엘엘개발의 전 대표 B씨와 지난 15일 대질 심문을 받았다.

A씨는 레고랜드 사업을 유치, 추진 과정에서 당시 엘엘개발 대표였던 B씨로부터 고가의 양주, 명품 가방, 현금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소환조사에 나섰지만 A씨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가 뇌물수수에서 정치자금법 수사로 확대되면서 도청 도지사 측근이 조사를 받는 등 파문이 번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B씨로부터 최문순 도지사 선거캠프에 선거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청 도지사 특보를 지낸 C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C씨와 B씨의 대질 심문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도지사 측근을 비롯해 레고랜드 사업 추진 관련자 등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ㆍ배임 등으로 기소된 엘엘개발 전 대표 B씨는 지난 15일 대질 심문 도중 춘천지법 101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했다.

이날 B씨는 변호인을 통해 "횡령한 회삿돈은 불법영득의사(권리자를 배재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과 같이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할 의사)가 없었다"며 "배임은 관행"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 은닉 및 탈세 추적

이와 함께 레고랜드 관련 수사가 확대되면서 문화재 발굴로 이미 한 차례 발목을 잡힌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이 또 다시 차질을 빚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최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엘엘개발이 2050억원의 사업 자금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대출받는 과정에서 도가 보증을 서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도에서는 지난달 26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투자사인 영국 멀린사(社)의 닉 바니 대표이사가 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테마파크의 2017년 완공을 위한 당사자간 협약을 맺고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등 논란을 수습하고 나섰다.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은 춘천시 중도동 일대 129만1000㎡(약 390만평) 부지에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호텔, 아웃렛, 쇼핑몰, 워터파크 등이 들어서는 종합관광시설 조성사업이다.

외국인투자사인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사업비 5011억원을 투자해 엘엘개발이 진행하는 사업으로 2017년 준공, 2018년 개장 예정이다.

레고랜드 코리아 시행사인 엘엘개발은 강원도와 영국 멀린사, 현대건설, 엔티피아, LPT 코리아, 한국투자신탁, KB부동산신탁, 서브원, 한국고용정보 등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외에도 최문순 지사 주변에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는 더 넓어질 조짐이다. 최근 "최 지사의 최측근이 탈세 의혹을 사고 있으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측근인 D씨의 탈세 의혹을 국세청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D씨는 MBC 직원 출신으로 이 방송사에 재직 당시부터 최 지사와 매우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D씨는 현재 서울모처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 지사와 여러 형태로 연결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D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자금 중 일부가 야권 인사들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야권의 자금을 세탁,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정기관 주변에 돌고 있다.

아울러 국세청은 이 회사의 자금흐름에 수상한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국세청은 D씨에 대한 탈세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업체 간 거래 내역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국세청의 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검찰 고발 조치로 인해 D씨에 대한 검찰수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 등 사정기관은 야권인사 E씨의 비리 의혹도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말이 들린다.

야권 잠룡 중 한명으로 꼽히는 E씨는 자신의 특수관계인을 통해 조성한 400억대의 비자금을 최측근을 통해 관리 중이라는 첩보가 사정기관에 입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씨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인 지인을 통해 이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인사 연결 유령회사

실제로 E씨의 자금이 발생한 내용을 보면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E씨의 지인 K씨가 운영하는 ○○사는 뚜렷한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년 450억 대의 매출을 올린다고 공시해 업계에서 의문이 분분했다.

이 관계자는 "○○사는 모 대기업의 협력사로 알려졌으며 대기업 제품을 받아서 옥션, 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몰에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보면 그 내용이 분명치 않다"며 "온오프라인에서 추적하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어떤 정황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는 사업자들 간에 경쟁이 심한데다가 주로 가격경쟁이어서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업종으로 알려져 더 의심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가 연간 4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보기에 아직 근거가 미약한 게 사실"이라며 "자세한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 ○○사의 영업활동이 매출로 어떻게 이어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가 K씨 혼자 경영하는 일인기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지난 2009년 이후 한 번도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멈추어 있어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 때문에 이 회사가 실제로 어떤 제품을 어디에 판매 또는 납품하는지 회사 운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조차 알 길이 없다. 이에 이 회사가 E씨의 비자금 관리 유령회사라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사무실도 탐문을 한 결과 사람이 거의 상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제품이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은 일단 E씨가 □□은행의 차명 계좌를 주로 사용했으며 이는 비서 S씨가 계설한 별도의 은행 차명계좌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기관은 이 계좌를 통해 E씨가 비자금을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S씨는 이렇게 차명 계좌를 제공하고 비자금을 관리해주는 대가를 받은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S씨가 소유한 고급 아파트가 그 대가로 받은 것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사정기관은 호남연고의 중견기업들에 대한 비리 의혹도 조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부영그룹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조카 회사에 불법 낙찰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데 이어 회사 자금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오너가에 무리한 배당으로 수백억원을 안겼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부영은 2013년에 비해 지난해 각 계열사 실적이 악화됐다. 하지만 회사 사정에 비해 배당 성향이 상식 밖으로 높거나, 오랫동안 배당을 하지 않던 회사가 갑자기 배당하고, 심지어 적자가 난 곳에서도 무리하게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이 챙긴 배당금은 전체의 84.8%에 달하는 344억1000만원이다.

부영그룹 계열사는 총 15개이며, 이 중 이중근 회장과 친인척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9곳이다. 회장과 친인척 지분이 있는 계열사 중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곳은 부영, 동광주택산업, 광영토건, 대화도시가스, 부영대부파이낸스 등 5곳이다.

배당을 실시한 계열사 5곳의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부영은 이 회장 93.79% 등 동일인 95.43%, 동광주택산업은 이 회장 91.52% 등 동일인 98.04%, 광영토건은 이 회장 42.88% 등 동일인 50.61%, 대화도시가스는 이 회장 95%, 부영대부파이낸스는 이 회장 87.5% 등이다.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남광건설산업, 남양개발, 부강주택관리와 이 회장의 부인인 나길순 여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이 때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800만원의 소규모 순이익을 기록한 부강주택관리 외에 나머지 3곳은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