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신당이냐 연합세력 구축이냐… '안풍 확대' 비노계 집단 탈당 조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17일광주 동구 5?18기록관에서 열린 안철수 지지 성향의 장책개발연구 모임인‘시민네트워크 무등’창립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민주당 찬물 끼얹고 나온 안 믿는 구석 따로 있나

安무용론-역할론 분분 가운데 친노 과감히 버린 내막

'탈당 카드'는 차기 대권 준비하는'세력 작품'소문도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놓고 정치판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돌발변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커지는 불안감을 틀어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행보에 생각보다 많은 여론이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새정치연합은 야권을 지지하던 민심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제 3세력에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문병호 의원(오른쪽 네째)과새정치민주연합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단이 지난 18일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의원 지지를 표방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 탈당과 관련, 야권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총선판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고 다른 하나는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드러나는 현상을 살펴보면 '불안감'쪽에 무게가 쏠린다. 여론조사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살펴보면 내홍에 찌들어 제대로 구실을 못해온 새정치연합보다 차라리 안 의원 혹은 천정배 의원에 의한 신(新)야당을 선택하겠다는 민심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안 의원이 던진 탈당 카드를 놓고 여러 추측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 "안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개혁 방향을 계산한 결과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 주도의 개혁이 이뤄질 경우 총선과 관련해 자신이 당권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쪽에서는 "천 의원 신당창당과 주변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제 3세력 구축을 통한 독자행보가 정치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를 천 의원과도 일부 교감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안풍(安風) 전국으로 확대되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18일 차기 대선 야권후보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상당 폭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나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안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문 대표의 거의 2배 가까이 달해 새정치연합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천정배 신당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후인 지난 15~1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상대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안 의원과 문 대표 중 차기 대선 야권후보로 누가 좋은지'를 묻는 설문에 안 의원은 41%를 기록, 33%의 문 대표를 8% 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모른다거나 응답을 거절한 경우는 27%였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3월 첫째주(안철수 39%, 문재인 36%), 4월 셋째주(안철수 32%, 문재인 32%)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 비해 이 조사 결과에서 그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층(209명)에서는 안 의원(34%)보다 문 대표(58%)를 더 많이 꼽았지만, 무당층(340명)에서는 안 의원이 35%, 문 대표가 29%였고 새누리당 지지층(401명)에서는 안 의원이 50%, 문 대표가 20%였다.

특히 광주ㆍ전라 등 호남지역에서 지지도는 안 의원이 48%를 기록한 반면 문 대표는 27%에 크쳤다. 지지율에서 안 의원이 문 대표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야권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새정치연합 대거 탈당현상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잘했다는 응답이 잘못했다는 답에 비해 역시 거의 두 배 많았다. 안 의원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44%,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25%였으며, 31%는 의견을 유보했다. 다만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잘한 일이라는 답이 41%, 잘못한 일이라는 답이 42%로 의견이 양분됐다.

무당층에서도 잘한 일이라는 답이 35%, 잘못한 일이라는 답 21%보다 많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52%가 잘한 일로, 19%만 잘못한 일로 평가했다. 즉, 잘한 일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인 견해라는 시각인데, 이는 새정치연합의 내홍을 보는 일반적인 여론이 매우 악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탈당을 잘했다고 한 응답자들은 새로운 정치ㆍ변화, 개혁필요ㆍ구태청산(14%), 주관, 소신ㆍ결단력(13%), 당과 어울리지 않음ㆍ정치성향 차이(12%), 야당 혁신 어려움·희망없음(9%) 등을 이유로 꼽았다.

탈당을 잘못했다고 한 응답자들은 '화합하지 못함ㆍ혼란ㆍ갈등'(21%), '야권분열 책임'(20%), '경솔함ㆍ성급함'(11%), '우유부단ㆍ일관성 부족'(9%)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노 '침몰론'… 安 선택은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내년 총선 정국 때 문 대표와 안 의원 간에 극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돼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를 위한 명분을 어떻게 찾을지 또 이를 보는 여론의 시각이 긍정적일지 한치 앞을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문-안 양측의 극적 화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안 의원은 이번 결정을 번복할 경우 이리저리 저울질만 한다는 의미로 부여된 '간철수'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정치적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기 때문에 향후 대권을 보는 관점에서 총선을 위한 화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안 의원은 최근 복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한 바 있어 총선정국 후반 극적 화합불가를 암시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안을 문 대표가 뒤늦게 수용한 방식이나 당 대표 사퇴거부 등을 들어 결별은 선언한 이상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표는 안 의원 탈당 이후 당 대표로서 친노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당 개혁 작업을 준비 중이어서 사실상 양측모두 독자행보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문 대표가 안 의원과 결별을 받아들임에 따라 일단 공은 다시 안 의원에게로 넘어간 모양새다. 야권의 시선이 안 전 대표의 입으로 쏠리면서 안 전 대표는 정치적 수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천정배 신당과의 조율을 거친 후 신당으로 갈 계획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안 의원이 혁신안을 제안하기 전 때부터 천 의원 측과 교감을 나눴고 이 교감을 바탕으로 혁신안을 제안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즉, 안 의원이 혁신안을 제안할 때부터 이미 문 대표의 답을 예상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계획했던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미 새정치연합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탈당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간철수'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뒤 움직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섣불리 탈당 움직임을 보였다가는 새정치연합 분열에 대한 책임을 뒤집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무사히 발을 빼기 위한 치밀한 작전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이 같은 분석대로 안 의원이 탈당작전을 구사한 것이라면 대체 왜 탈당을 결심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단 자신이 탈당과 관련 연착륙을 해야 그 뒤를 따라 추가 탈당자들에게도 명분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의 비켜갈 수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새정치연합 내홍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친노계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내분에 대한 책임론이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가 내분 종결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작은 빌미라도 제공될 경우 순식간에 내분을 일으킨 '반역자'로 몰릴 수 있다. 안 의원을 비롯한 비노계 인사들은 이 부분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안 의원 진검 승부

문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런 상황이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자신이 물러날 경우 문제는 문 대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 대표가 당 대표 사퇴를 선언하는 순간 내분이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되고 그렇게 되면 문 대표 이하 모든 친노계가 당 핵심 요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도미노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친노의 침몰로 이어지기 때문에 문 대표는 자리를 사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안 의원은 이 점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안을 전면 수용한다고 밝혔음에도 안 의원은 당 대표 사퇴 거부를 구실 삼아 탈당을 선언했다. 말하자면 모든 것이 안 의원이 계산한 대로 됐다는 것이다.

당 주류와 비주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진영에서는 문 대표를 비롯해 친노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를 명분으로 탈당을 고민하는 움직임이 비노계에 확산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 중 일부는 당무를 거부하거나 당직에서 물러나는 방식으로 문 대표의 결정에 항의하는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안 의원이 천정배 신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표의 친노계 중심 당 혁신이 상당한 반발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안 의원에 합류하는 비노계가 생각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혁신안 내용 중 일부가 천정배 신당 측이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안 의원이 혁신안과 관련해 천 의원 측과 사전 조율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심지어 안 의원 측이 천 의원 측과 총선 때 문 대표의 움직임에 공동대응하는 시나리오와 관련해 교감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천 의원은 최근 새정치연합과의 협력에 대해 "친노 핵심세력, 86 핵심세력, 총ㆍ대선 패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당 정체성을 극도로 혼란시킨 사람들이 그야말로 물러나고 기득권을 포기하면 모르지만 전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안 의원과 인식을 같이 하는 대목이어서 안 의원과 천정배 신당이 정치적으로 공동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을 높여준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천정배 신당에 합류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과 천 의원 측은 "천 의원 측과 따로 교감한 내용은 일절 없다"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신당이 새정치연합과 힘을 합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한 적은 있지만 탈당과 관련해 교감했을 것이라는 소문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최대한 세불리기에 나서겠지만 신당을 창당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에서 탈당 의원이 상당할 경우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다만 탈당 의원이 호남에 집중될 경우 신당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안 의원 측 일부에서는 안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안 의원의 정치 역량을 높이고 세확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불신이 상당한 상황에서 안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안철수 답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문재인 대표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나아가 안 의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권이라면 신당 창당과 총선에 연연하기보다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큰 행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신당과 총선에 연연하다가 안 의원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며 "총선 불출마 같은 담대한 행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 나오는 것은 안 의원의 용기 있는 선택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측근은 안 의원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을 향한 행보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여야는 물론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민 입장에서'할 말을 하는'모습을 통해 안 의원의 위상을 제고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탈당이라는 '마이웨이' 승부수를 던진 안 의원이 총선과 대선을 향해 어떠한 행보를 이어갈지 정치권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