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물 '용도 변경' 의혹… 농협회장 유력후보 이성희 검찰조사"후보자격 없다" 의혹 제기에 침묵 일관 사퇴요구 커져 농협 파장검찰, '농협비리'수사 마무리? 아직도 진행 중농업경영체 등록 요건미달되자 지인농지 임대차계약서로 허위등록 의혹

이성희씨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민원과 관련부서의 회신내용.
5개월 가까이 지속된 농협중앙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 종결되는 분위기다. 농협의 여러 비리를 적발하고도 정작 윗선은 하나도 잡지 못하고 실무자들만 기소한 수사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 "농민의 힘을 등에 업고 '공룡'이 된 농협은 이제 검찰조차도 함부로 칼을 댈 수 없는 '괴물'이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사정기관의 수사가 통하지 않는 농협을 가리켜 "정부보다 더 힘센 조직"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윗선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것은 최원병 회장 재임기간 동안 발생한 수많은 농협비리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성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장 중 구속되는 등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최 회장이 유일하다. 이번 검찰 수사로 최 회장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가운데 유독 최 회장만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농협의 고문 등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TK출신 정권 실세들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일부에서는 "A씨 등 정권 실세들이 최 회장의 뒤를 봐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검찰에 구속된 최 회장의 최측근 손모씨는 최 회장 집안의 대소사까지 챙겨온 집사로 알려져 있고, 그의 비리행각 뒤편에 최 회장을 비롯해 그의 부인 손순자 여사의 그림자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음도 최 회장과 손 여사는 단 한 번도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손씨의 자백에 의존했고 "손씨가 자백을 하지 않아 최 회장 등에 대한 조사가 힘들다"는 이유를 내세워 최 회장을 향한 칼을 거뒀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현 정권 실세 누군가의 최원병 봐주기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비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개인비리 등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라며 "추가 내용이 드러날 경우에는 다시 수사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검찰의 농협 수사와 관련해 여러 의혹과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최근 농협 핵심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 진흙탕되나

최근 검찰에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유력후보 이성희 농협 전 감사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 고발장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이 허위로 문서를 조작해 농민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농협관련법상 농민자격이 없을 경우 농협회장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이 고발장에는 이 전 위원장이 농지로 신고된 토지에 콘크리트를 깔고 그 위에 불법건축물을 세워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해당 토지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 20-4, 21-1번지다. 초월읍은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지난 12월 초 이 전 위원장에게 해당토지에 대한 원상복구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인은 전 농협 노조위원장이었던 김모씨로 그는 이 전 위원장이 서류를 허위로 꾸며 농민자격을 취득한 정황이 있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김씨가 12월 초 작성한 고발장에는 이 전 위원장이 행한 위법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이 농협회장에 출마하기 위해 농민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착수돼 고발장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농협회장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선거 도중하차'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에 당선된다 해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발장은 이 전 위원장이 농협 내부 규정뿐만 아니라 농지관련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합법적이고 적법하게 농지를 운영하고 있는 인가된 농민이 아니면 농협회장으로 출마할 자격이 없는데도 이 전 위원장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전 위원장은 농민자격을 얻기 위해 자신이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 꾸몄다는 이야기다.

조합원의 자격과 관련해 농협법을 살펴보면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 거소(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하고, 여기서 농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이거나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또는 660㎡ 이상의 과수 채소 화훼 등을 재배하는 자 등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이를 교묘히 속였다는 것이 고발장에 드러난 주장이다. 이 전 위원의 소유 농지는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103-2번지(916㎡), 54-11번지(73㎡),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 20-4번지(744㎡), 산이리 21-1번지(102㎡), 산이리 24번지(86.5㎡) 등 5필지다.

이 5필지 중에서 현재 실제 영농을 한 흔적은 금곡동 2필지와 산이리 24번지 등 3필지다. 문제는 이 땅과 관련해 행정기관에서 발급하는 농지원부는 주소지 행정기관인 분당구청에서는 발급된 사실이 없고, 행정기관 내부용인 자동생성 농지원부상에는 금곡동 103-2번지만 자경하는 것으로 등록돼 있고, 나머지 4필지 농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휴경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고발장에는 "행정기관 내부용으로 자동생성되는 농지원부상 자경으로 등재되어 있는 금곡동 103-2번지도 이성희가 경작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적혀 있다.

또 고발장에는 "고발인은 2015.11.22(일) 오전 11:30경 금곡동 103-2번지상에서 인접필지인 금곡동 104-6번지 농가주택 소유자라는 사람과 약 30여분간 대화를 나누었는데, 농가주는 6필지 약660평을 45억원에 매입하여 자신이 영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 국가 땅도 있고 6필지를 모두 매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과 600여평 농사를 짓는데 농기계 대여비 등 영농비가 연간 700만원이 소요된다는 것과 배추농사를 짓는데 농약을 연3회 살포하였고(다른 곳은 5회 이상 살포한다고 하였음), 농가주택은 겨울에 춥다는 것 등의 대화를 한 사실이 있고, 대화 도중 농가주택에서 단감을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주기도 했다(6필지 중 대지는 금곡동 104-6, 54-10이고, 농지는 금곡동 103-2, 104-5, 54-11, 105-1라고 전해 들었다)"라고 확인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어 고발장에는 "현재 상기 농지 4필지상 일부에는 배추와 무가 심어져 있고, 필지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이성희 소유의 103-2번지 농지를 포함하여 한사람이 영농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배추와 무를 뽑아낸 자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 현재도 확인할 수가 있다"고도 적혀 있다.

고발인은 지난달 30일 "이성희는 2008년 7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상근직인 농협중앙회 임원으로서의 연봉과 경영수당 등 3억5000만원 이상을 받으면서 근무한 급여생활자이지 농업인은 아니어서 결국 농협법에서 규정하는 조합원이 아니라는 게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농업협동조합법상 조합원의 자격법을 살펴보면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이라고 함)에서는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제19조(조합원의 자격)에는 ①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 거소(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하며, 둘 이상의 지역농협에 가입할 수 없다. 또 동법 시행령 제4조(지역농업협동조합의 조합원의 자격)에 대해 ▦1000㎡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660㎡ 이상의 과수 채소 화훼 등을 재배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임대차 허위계약 의혹

이 고발장에 이어 최근 김씨는 검찰에 추가 진술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이 추가 진술서를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허위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여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였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금곡동 소재 이성희 농지에 영농을 하지 않아 낙생농협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여 당연이 탈퇴되었음에도 낙생농협 조합원으로 위장하기 위해 낙생농협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2015년 낙생농협 거래자별 매출내역을 조작하여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추가 진술서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광주 성남 하남사무소에 최근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면서 자신의 경작면적이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인 농지면적 1000㎡에 미달되자 금곡동 103-2번지 인접필지 소유주 K씨에 부탁해 소유농지 105-1번지 281㎡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주목할 점은 K씨가 이 전 위원장과 친구사이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K씨에 부탁해 자신이 마치 직접 영농을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제출하여 농업경영체 등록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이 전 위원장의 소유농지는 분당구 금곡동103-2, 54-11,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 24번지, 산이리 20-4, 21-1번지다. 이 중 산이리 20-4, 21-1은 지목이 농지로 되어 있으나 현황은 불법건축과 불법전용되어 콘크리트로 덮여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고,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산이리 20-4, 21-1번지는 지목상 농지이나 불법건축과 불법전용으로 농지의 형태가 없음. 붙임 초월읍 단속문서 사진참고)

따라서 이 전 위원장의 소유농지는 금곡동 103-2, 54-11, 산이리 24번지뿐이다. 이 전 위원장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광주 성남 하남사무소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 금곡동 농지와 산이리 24번지를 포함하여 신청하였으나 품질관리원에서 산이리 24번지는 거리상 영농이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금곡동 2필지는 1,000㎡미만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거부당했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곧바로 자신의 친구인 K씨 명의의 금곡동 105-1번지 농지 281㎡를 2015.1.1. - 2020.1.31.까지 임차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관계 공무원을 속여 허위로 농업경영체등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이 전 위원장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한 일시는 개인정보사항이라 확인 못했지만 최근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농협회장 출마를 위해 급하게 자격조건을 만들어낸 것으로 이런 사람이 농협 회장 선거에 나오는 것은 그 자체가 코메디이고 농협 가족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곡동 105-1번지는 2009년 이전부터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었으며 104-6번지 농가의 실소유주 김○○씨의 동생 김□□씨가 실제 비닐하우스 영농을 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갔을 때 김○○씨는 <주간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비닐하우스를 포함한 이 농지는 모두 내가 경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추가진술서에는 "이 전 위원장은 103-2번지와 54-11번지로는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지 않자 비닐하우스 땅 주인인 K씨에 부탁해 금곡동105-1번지를 임차하는 수법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허위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무엇보다 이 전 위원장이 이 땅을 경작하는 농민이라는 것 자체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아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이 전 위원장이 K씨 소유의 금곡동 농지를 임차계약을 한 때는 2015년 1월 1일 설날이고 계약 만료는 2020년까지다.

그러나 이 계약이 사실이라도 그가 실제 농사를 지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1월까지 농협중앙회감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이 전 위원장 소유농지 2필지 989㎡와 105-1번지 비닐하우스 281㎡를 그가 직접 영농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104-6번지 농가에 거주하는 농가주가 영농한 것을 마치 이 전 위원장이 영농하는 것으로 K씨와 짜고 농민자격취득을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씨는 "이 전 위원장이 최근까지 농업인으로 농협조합원자격이 유지되었다면 굳이 금곡동 105-1번지를 임차하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농업인 자격을 상실하여 농협조합원에서 당연탈퇴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고발장이나 김씨의 주장 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농협법을 위반한 적도 없고 농민신분을 위해 농업사실을 위장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위원장의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측근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만들어낸 모략이며, 농협 관련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일체 없었다. 농협회장 출마자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미 법적으로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협회장선거에 출마하는 이 전 위원장과 관련해 농협 내부에서는 여러 말이 분분하다. 농협 안팎에서는 "검찰의 농협 수사로 여러 사람이 처벌을 받았는데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회장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 전 위원장이 당선될 경우 최원병 회장이 사실상 3번 연임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그렇게 되면 최 회장은 이 전 위원장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한 섭정을 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성희 농협 전 감사원장 소유로 알려진 비닐하우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