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인사 A씨 '진실한 사람' 심기 작업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특정 후보들 주요 지역에 배치… 주물러, 출마예정자들 불만 고조

"대통령의 뜻" 내세워 친박 물갈이 움직임 여당 내 반발 확산

TK지역 일부 출마자 청와대 낙점인사 소문에 사실확인 요청 쇄도

올해 4월 20대 총선의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인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인사들이 속속 출마 선언과 예비후보 등록 등 총선정국에 뛰어들면서 이들의 향후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몰려나가면서 청와대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된 여러 관측과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이 중에는 청와대가 물밑에서 사실상 총선개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신빙성있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의 핵심인사인 A씨와 B씨 등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지역 등을 극비리에 조율하고 있으며 특정 후보의 경우 구체적인 지원방안까지 세워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만큼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총선 개입은 박 대통령과의 교감아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청와대 주변에 파다하다. 청와대는 일부에서 제기된 선거개입 시비를 일축하고 있지만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지역에서도 이 같은 소리가 적지 않아 향후 총선을 놓고 당-청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선거룰 놓고 여권 내 갈등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워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이른바 '박심(朴心)' '진박(眞朴)' 마케팅으로 당내 치열한 공천 경쟁을 준비 중이다. 일부에서 떠도는 청와대 총선 개입설은 이런 친박ㆍ진박 마케팅에서 비롯된 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복수의 청와대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전혀 근거없는 헛소문은 아닌 듯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선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예비후보와 청와대 출마자들 사이에 불만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운을 띄운 뒤 "청와대가 핵심지역 공략에 욕심을 내고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핵심 지역에 청와대 출신 인사를 사전 협의도 없이 출마토록 하는가 하면 이미 특정 지역에 출마하기로 한 청와대 출신 인사를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옮기게 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당초 TK(대구ㆍ경북) 지역의 모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 캠프용 사무실도 얻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지만 '타의에 의해' 갑자기 TK지역 다른 곳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이 인사가 옮겨간 해당 지역구에서는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새누리당 예비후보 캠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캠프의 한 관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서울 중앙당(새누리당) 등에 알아보니 청와대에서 출신자를 이곳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곳곳에서 '청와대 물갈이'작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출마지역을 옮긴 청와대 출신 인사 캠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모 지역에서 적지 않은 준비자금을 들여 캠프를 차리고 선거를 위한 여러 준비를 해왔는데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역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됐다"며 "윗선에서 그렇게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아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선거 준비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우리에게 선거에 나가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누구에 의해 왜 지역구를 옮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역구를 갑자기 옮긴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막은 나도 잘 모른다"면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이렇게 승산이 더 낮은 곳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보면 윗선의 뜻이라고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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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람 뽑기 작업 누가?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의 핵심인물 A씨와 B씨가 옥석 가리기, 이른바 '진박 심기'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이와 관련해 귀를 솔깃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 중 청와대가 출마를 적극 고려하지 않았는데 청와대 핵심부와 교감도 없이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이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들에 대해 당의 도움도 닿지 않게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이번에 출마한 이들 중 D씨나 F씨 등은 벌써부터 청와대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이 자리를 지키지 않고 '나홀로 출전'을 감행했기 때문에 뒷일을 책임져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D씨의 경우 "청와대 내 A씨 등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선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씨와 가까운 한 지인은 "D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D씨는 출마 전 청와대 내 관계자들에게 출마 여부를 충분히 의논했는데, 유독 A씨가 이를 달갑지 않게 바라봤다. D씨의 말을 들어보면 A씨는 B씨와 함께 총선에 나가는 진박 예비후보를 심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정 인사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권에서는 벌써 청와대의 총선개입 가능성에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내년 총선에 올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총선 예상 출마자만 무려 12명이다. 청와대 관련 인물들의 총선 출마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향후 당ㆍ청 간의 갈등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2명 중 7명이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되고 있어 여권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선거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입김이 드러날 경우 청와대 출신들이 특혜 논란에 휘말릴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 같은 조짐은 TK의 핵심인 대구에서 드러난다. 청와대 출신 중 무려 4명이나 대구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박 대통령의 힘을 받겠다는 것인데 이에 여권 비박계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 청와대 인물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하는 이유를 두고도 여러 말이 들린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인물들의 총선 출마는 차기 국회와 더불어 당 내 친박계 인사들로 포진토록 하는 게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박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 레임덕을 막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박 대통령 임기는 1년 8개월이 남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 통탄스럽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총선 이후에는 이런 비협조 현상이 극심해질 것을 우려해 박 대통령이 친위세력포진을 도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