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호남 맹주·수도권 대전 승패, 文·安 운명 가른다安 '호남바람' 주춤… 文 역전할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ㆍ13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의원 간에사활을 건 전쟁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대전(大戰)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총선에 따른 '제1 야당'의 주인이 가려지고 차기 대선주자의 위상도 달라진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총선 예비전에 전력하는 배경이다.

안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촉발된 야권 재편은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이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질 전망이다. 총선 전 국민의당이 안착하게 되면 그만큼 더민주는 위기를 맞게 되고 여권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 의원 측은 야당의 정치 기반이자 정통성과 직결된 '호남'을 기반으로 전국정당을 출범해 총선에서 제1야당에 다가가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문 대표 측은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며 제1야당의 위상을 굳건하게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은 인재 영입과 호남 맹주, 수도권 장악 등 당세(黨勢)와 창당에 필수적인 요소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초반 안 의원 측이 파죽지세 양상을 보이다가 문 대표 측이 강하게 맞서면서 양측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총선과 차기 대선을 향한 '文-安 전쟁'이 안갯속 정황에서 치열하게 겨뤄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마포 신당 당사에서 열린 당명확정 기자회견에서 공모를 통해 정해진 당명 '국민의 당'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재 '영입 전쟁' 막전막후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당체제 구축과 총선을 위해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각 당의 영입위원장을 맡은 것도 인재 영입에 따라 당 위상과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안 전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입 전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포문은 문 대표가 먼저 열었다. 더민주는 12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시작으로 22일일 현재까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오기형 중국 통상 전문 변호사, 김빈 청년 디자이너,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재정 전문가 김정우 교수,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 박희승 전 판사,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영입했다. 친노 성향의 강성 강성운동권 인사들보다 당의 약점으로 꼽혀 온 각 분야의 전문가 영입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다수의 방송출연으로 지명도가 높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승선시켰는가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환경운동가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영입해 일각에선 문 대표와 박 시장의 밀월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종인 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합류는 영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분석이 있다. 김 전 수석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내며 총선 경제민주화 공약을 맡았고. 대선 때에도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분야 공약을 총괄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안철수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법륜 스님,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그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김종인 카드'는 안 의원과의 김 전 수석을 둘러싼 영입 경쟁에서 문 대표가 승리했다는 것과 함께 안 의원의 멘토를 전면에 내세워 안 의원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회심의 한 수라는 평이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종인전의원이 지난 15일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더민주가 안철수 의원의 신당 바람에 밀리던 와중에 문 대표가 정치색이 적은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우고 김종인씨를 영입한 것은 여론을 반전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인재 영입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8일 첫 영입 케이스로 호남 출신 김동신 전 국방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이승호 전 육군본부 작전처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5명의 입당식을 가졌으나 김동신ㆍ허신행ㆍ한승철 3명이 과거 비리 혐의 의혹 사건의 연루자인 것으로 나타나 영입이 취소되는 소동이 일었다.

22일 현재까지 영입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을 비롯해 30대 벤처 창업가 이준서 에코준컴퍼니 대표, 허지원 지원인스티튜트 대표,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 천근아 연세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의사, 송기석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영입했다. 전체적으로 더민주의 영입 인사들과 비교해 지명도와 비중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주목을 끌었으나 함 위원장은 '이승만 국부'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특히 호남에서 안 의원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하는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2일 현재까지 '영입 전쟁'에서 문 대표 측이 안 의원 측에 우세를 보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22일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 참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야당 정통성 '호남 맹주' 대결

'호남'은 현 야당의 전통적 뿌리이자 '정통성'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당이 호남을 대표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호남은 차기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명운을 가를 수 있기에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초반 흐름은 안 의원과 국민의당이 주도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안 의원이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하면서 호남 여론은 안 의원과 신당에 기울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더민주보다 배이상으로 높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안 의원이 문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에 호남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고, 12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이탈은 제1야당의 근거지인 호남과 더민주의 결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15일엔 더민주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한 전직 국회의원 40여 명이 탈당했다.

22일 현재 광주에서 김동철(광산구갑), 임내현(북구을) 권은희(광산구을) 장병완(남구) 의원이, 전남에서는 황주홍(장흥군 강진군 영암군) 주승용(여수시을) 의원, 전북의 유성엽(정읍시) 김관영(군산시) 의원이 탈당했다.

그러나 더민주 문 대표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표를 사퇴하면서 안 의원과 국민의당의 호남 돌풍이 주춤했다. 문 대표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고, 광주 출신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친노 중심의 당 구조를 개편하고 호남 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등 '호남 구애'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더민주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호남 민심은 다시 요동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월 11~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2.0% 포인트) 정당지지율에서 더민주 22.5%, 국민의당 20.7%로 오차범위 내에서 더민주가 앞섰다. 반면 호남에서는 더민주 19.9%, 국민의당 38.7%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어 18∼20일 전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2.5% 포인트)에서는 더민주 25.0%, 국민의당 17.0%로 전주 조사때보다 더민주는 2.5%포인트 오른 반면, 국민의당은 3.7%포인트 급락했다. 호남에서도 더민주 25.9%, 국민의당 32.8%로 더민주 지지율은 6% 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6% 포인트 하락해 국민의당 지지층이 더민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국민의당이 21%의 지지율을 얻어 19%에 그친 더민주를 오차 범위에서 앞섰다. 호남(광주·전라) 지역에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41%로 더민주(19%)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 더민주 19%, 국민의당 19% 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주에 비해 더민주는 동일한 반면 국민의당은 2%포인트 하락했다.

호남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더민주가 32%, 국민의당이 30%로 2% 포인트 앞섰다. 더민주 지지율은 전주보다 13% 포인트 높아진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1% 포인트 하락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 일방적으로 국민의당에 기울다 더민주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더민주 호남 의원들이 관망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안 의원과 국민의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불투명해졌고 무엇보다 당의 기반이 될 것으로 여긴 '호남'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안 의원의 대권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에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은 21일 호남에서 첫 시ㆍ도당 창당대회를 열어 '안풍'재점화에 나섰다.

한편 안 의원은 20일 국민회의(가칭)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해 양 세력간 통합 문제를 논의하는 등 호남 행보를 이어갔다. 안 의원이 탈당 이후 천 의원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호남에서 안 의원 측의 위기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문 대표 측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이 주춤한 것에 안도하면서 호남 민심을 끌어안는데 전력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양향자(전남 화순) 전 삼성전자 상무, 김민영(전남 목포)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을 영입하고 김상곤(광주) 전 경기교육감을 차기 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행보에다 24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더불어 콘서트'를 광주에서 시작한다.

22일 현재 호남 여론은 광주ㆍ전남의 경우 안 의원 측이 일방적 우세에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전북은 문 대표 측과 안 의원 측이 팽팽한 가운데 현역 의원은 더민주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총선 승부처 '수도권 대전'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정치적 명운이 4ㆍ13 총선에 달린 만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선거 결과는 두 잠룡에 매우 중요하다. 문 대표는 수성 입장에서 더민주를 안정시켜 탈당 흐름을 차단하는데 전력하고 있는데 반해 안 의원은 호남에서 일고 있는 안풍을 수도권까지 북상시킨다는 복안이다.

초반 수도권 대전은 안 의원 측의 기대대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호남에서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문 대표의 더민주를 앞서고 수도권 더민주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승선했다.

그러나 더민주 수도권 의원들의 합류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22일 현재까지 서울에서 김한길(광진구갑) 의원, 인천의 문경호(부평구갑) 신학용(계양구갑) 최원식(계양구을) 의원, 경기 김영환(안산시상록구을)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 김한길 의원 탈당에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 노웅래ㆍ민병두ㆍ정성호 의원 등 이른바 '김한길계' 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수도권 의원들의 추가 탈당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았던 박영선 의원이 더민주 잔류를 선언함으로써 안 의원 측의 총선 수도권 전략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수도권 의원은 서울의 경우 48명 의원 가운데 더민주 의원이 28명에 이르고 국민의당은 안철수ㆍ김한길 의원 2명 뿐이다. 인천은 12명 의원 중 더민주 의원이 4명, 국민의당 의원이 3명으로 대등한 상황이다. 경기는 51명 의원 중 더민주 소속이 26명인데 반해 국민의당은 김영환 의원 1명 뿐이다. 수권 전체 111명 의원 가운데 더민주 의원은 총 58명으로 약 5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 의원은 6명으로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어느 정도 선전한다고 가정할 때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여부는 수도권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4ㆍ13 총선에서 누가 '제1 야당'이 될 것인가에 대해 대체로 문 대표의 더민주를 꼽는다. 반면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의 성공 평가 기준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제3당인 자민련이 얻은 50석 내외로 본다. 50석을 얻어야 20대 국회의 정책 수립이나 입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호남에서 더민주당의 대체 정당임을 주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 정당 모양새를 지닌 제2야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신 교수는 "13대 총선 당시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이 70석을 얻었다. 이때와 비슷한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로 간다고 봤을 때, 신당이 호남을 확보하고 수도권까지 지지세를 넓힌다면 더민주를 넘어서 제1야당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대권주자 ▦조직 ▦정치 지향점이 필요한데 국민의당은 대권주자, 조직은 갖췄지만 정치지향점이 모호하다"며 "이 부분을 어떻게 국민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의당이 15대 총선 당시 자민련만큼의 파괴력은 갖지 못할 것으로 봤다. 황 위원은 "당시에는 김종필 전 총재가 충청권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기반으로 대구ㆍ경북(TK) 지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50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처럼 50%에 가까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도 아니다. 50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당 지지율이나 조직력 등에서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국민의당이 50석을 확보하는 게 현 시점에서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후속 탈당이멈추면서 더민주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향후 당의 행보와 지지율 변화, 야권 연대 여부가 야당의 총선 승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한다.

'자객공천' 공멸? 완승?

전문가들은 4ㆍ13 총선에서 문 대표의 더민주와 안 의원의 국민의당은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제1 야당'이 되기 위한 양당의 대결에 올인(all-in)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킹(King)이 되기 위한 사람으로 '제1야당'이 되느냐에 전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 역시 상대당에 대해선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3일 김한길 의원이 탈당하자 "탈당해서 비게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새로운 인물 내세워서 대한민국 정치를 물갈이 하겠다"며 표적 공천을 할 뜻을 내비쳤다.

안 의원 역시 "구태세력과의 연대는 없다"며 "신당에 참여하실 분들은 3자구도 하에서 싸울 각오를 가지고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에 합류한 문병호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인사가 있는 지역은 특별한 공천을 할 것"이라며 표적공천을 암시했다.

실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상대당 후보를 겨냥한 '자객공천'움직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에 그러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당 안팎에서는 탈당한 되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을 겨냥해 정읍 출신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영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광주 광산을)엔 더민주로 복당한 이용섭 전 의원을 내보내고 탈당파인 김동철 의원 지역구(광주 광산갑)엔 운동권 출신 인사를 영입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안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엔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출마하지만 더민주에서도 후보를 내 안 의원을 떨어뜨린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 의원 측에 합류한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서울 광진갑)에 영입 1호인 표창원 소장을 투입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안 의원 측에서도 더민주의 자객공천에 '맞불'을 놓을 태세다. 호남 친노 주류인 강기정(광주 북갑)ㆍ우윤근(전남 광양 구례)ㆍ신정훈(전남 나주 화순) 의원에 맞설 인물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 출신인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구) 지역구에 이현웅 변호사가, 김태년 의원(경기 성남)에게는 홍훈희 변호사가 도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 상록갑) 지역구엔 김기완 전 안산시의회 의장이, 이목희 정책위의장(서울 금천)에게는 정두환 극동대 겸임교수가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이러한 자객공천 가능성에 대해 양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짜 적은 새누리당인데 서로 표적공천을 하다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ㆍ29 재보선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모임 후보로 나와 야권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여러 곳에서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지역 발전도 아니고 누굴 떨어뜨리기 위해 자객공천은 야권이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문 대표와 안 의원 측은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자객공천이 4ㆍ13 총선에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으나 배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1야당'의 한 변수가 되고 있다.

'대변화'해야 승자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총선 전까지 변수가 많고 여론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文 -安 전쟁'을 섣불리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대변화'를 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의 정치적 행보로는 문 대표나 안 의원 모두 '작은 전쟁'을 하고 있어 전황은 일부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고 승패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바라는, 여론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근본적 변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나 안 의원 모두 눈앞의 총선과 대권을 의식한 행보로 비춰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꾼다'는 보다 큰 목표를 갖고 움직이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신당이 안 의원으로'사당화'되는 경향과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을 큰 틀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문 대표나 안 의원 모두 킹(King)이 되고자 하는데 그럴려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모습은 '이기적 욕망'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