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비자금 비리 의혹에 정ㆍ관계 로비 정황도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YMCA 전경.
"비자금 뿌리 깊고 범위 넓어 비호세력 적지 않아"
파문 확산에 사정기관 수사 조짐, 자금문제 전방위 확산설도

기독교계 사회운동단체인 서울YMCA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 내용이 주목을 끈다. 서울YMCA의 심규성 감사가 검찰에 낸 고발장에 따르면 이 단체의 이사장 등 고위관계자들이 공금으로 금융투자에 나섰다 거액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경 심 감사가 이 같은 사실을 검찰 고발하자 서울YMCA 집행부는 심 감사에 대해 감사 정회원 제명을 추진하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심 감사가 안창원 서울YMCA 회장과 조기흥 이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서울YMCA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제명사유다.

심 감사는 서울YMCA의 재단인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이 2008년 경기도 고양시의 도시계획으로 일산 토지 일부가 수용돼 받은 보상금 30억원을 고위험 금융파생 상품에 투자해 대부분 잃은 것을 두고 임원들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서울YMCA-건설업자 간의 검은커넥션 정황이 의심된다.

그러나 서울YMCA는 심 감사의 문제제기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금횡령이나 커넥션 따위는 일체 없었다는 주장이다.

검찰에 제출된 서울 YMCA 비리 내용이 담겨 있다는 고발장. 서울Y측은 고발장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YMCA 문제의 시작과 의문들

심 감사는 고발장에 "2015년 3월 서울YMCA 112주년 사상 초유의 직원 급여 및 상여급 미지급 사태로 인하여 최근의 서울YMCA의 재정 손실 사건과 불법 비리 사건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감사의 필요성을 이사회에 건의하고 시정을 촉구했으나 소용 없었다"며 "오히려 문제를 적극적으로 은폐하는 등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고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먼저 고발장에 적시된 핵심인물들 이력을 보면 조 이사장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YMCA와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의 대표인 이사장 직에 재임 중이다. 또 강태철 전 회장은 2003년 6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서울YMCA의 실무책임자인 회장직을 역임했다.

안창원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 9월까지 서울YMCA 재정사무를 책임지는 기획행정국장을 역임하다가 2009년 9월에 회장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서울YMCA는 매년 2월 회원정기총회 에서 8명의 이사(임기3년, 총 24명)를 선출하고 이를 재단법인 이사로 등기하여 왔다. 즉, 사단 성격의 회원총회에서 선출된 이사가 재단이사를 겸해 왔다.

현재 서울YMCA에는 이사회가 2개 존재한다. 2010년 서울YMCA는 재단이사회와 비법인 사단(운영)이사회로 나눠진다. 사회운동체인 서울YMCA의 이사회(정기 총회에서 선출)는 사단(운영)이사회로 두고, 이들 중 8명을 재산관리를 주목적으로 하는 재단이사회의 이사로 선임했다. 등기이사가 24인에서 8인의 재단이사로 축소된 것이다. 이는 재산관리의 수단적 지위에 있는 재단이사회가 기본자산 관리 운영을 잘해 서울YMCA의 청소년활동 등 공익적 목적사업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였다.

심 감사는 이처럼 구조가 변경된 것에 대해 "이것이 폐단의 시작"이라며 "전국YMCA연 맹이나 주요도시 YMCA와 달리, 이사와 이사장이 구별되지 않고 기존 사단이사 중 특정인물의 측근인사 8인이 재단이사에 임명되면서 이들이 사단·재단이사를 겸직하고, 서울YMCA의 자산운영과 인사(회장 임면권) 등을 장악, 협력과 견제가 불가능해져 지금의 사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심 감사의 고발장에 따르면 서울YMCA '내부자들'이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소재 YMCA청소년 수련원 부지매각 건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수회에 걸쳐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의 이 토지자산에 대한 수용과 매각이 이루어져 약 350억원에 달하는 자산 처분 자금이 유입되었다. 조 이사장 등은 이를 이용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약30여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고위험상품에 상기한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불법투자를 했고 결국 사실상 30억원 전액이 증발했다.

심 감사는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의 기본자산(부동산 등)의 처분 대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단이사회의 의결 및 관계기관 신고 승인, 집행 후 결과보고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생략했다"며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책임은 전적으로 조 이사장 등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YMCA는 일제강점기 사회계몽과 민족운동으로 해방 후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일군 사회운동으로 100년을 이어 오면서 뜻 있는 선각자들이 서울YMCA에 재산을 기부해, 많은 물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재산들이 개인적으로 유용돼 사라졌다는 게 심 감사의 주장이다.

지난 10년간 서울YMCA는 자산관리를 위해 설립된 서울기독교청년회 유지재단 소유의 기본자산 중 약 16만 5000㎡의 땅이 수차례에 걸쳐 수용 및 매각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 부지는 고 종석 유광렬 선생이 기증한 것으로 서울YMCA는 이 자산의 수용과 매각 등으로 2004년 부지 6000평 수용 보상금 38억원, 2008년 부지 4000평 도로 수용 및 손실보상금 93억원, 2011년 부지 7,000평 매각 대금 174억원, 2012년 부지 2필지 1000평 38억원 매각대금 등 최근 수용과 매각을 통해 약 350억원에 달하는 경상 외 수입을 얻었다.

심 감사는 고발장을 통해 "서울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의 책임을 맡아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다해야할 조 이사장 등은 3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상 외 수입을 수년에 걸쳐 낭비하여 오다 최근 완전 고갈에 이르게 하였다"며 "그 중 2008년부터 시작된 30억원의 고위험상품 투자 및 완전손실건은 사실관계가 은폐되어 오다 최근 내부 구성원들이 알게 되었고, 이 건 고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봉사단체로서, 선조들의 유지에 의해 형성된 자산의 운용이 건전하고 합리적, 합법적이어야 함에도 투기성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로 전액 손실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투자의 객체인 30억원의 출처와 관련, 조 이사장 등은 2008년 일산 청소년 수련원 부지 4천평 도로 수용 및 손실보상금 93억원중 일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감사는 이에 대해 "공교롭게도 이 불법투자건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서울YMCA에 수백억원의 자산 수용 매각대금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는 점, 그리고 2008년말의 펀드투자 대규모 1차 손실, 2010년 초 파생상품 투자 대규모 손실 시점과 2010년의 재단·사단 이사회의 분리결정이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심 감사는 "실제, 2010년 이후 재단이사회는 '재산 관련 업무는 재단의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막대한 자산매각 수용대금의 사용 및 손실 사건 등에 대해 일절 사단(운영) 이사회에 알리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심지어 감사에게조차 함구로 일관하는 등 비밀리에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YMCA-업체 간 은밀한 거래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소재 YMCA청소년 수련원 부지매각과 관련해 특정 업체와 서울YMCA 간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YMCA의 이사장, 회장 등 고위관계자들이 풍동 수련원 부지 개발업체 D사와 유착관계라는 것이다.

심 감사는 "지난해 조사 끝에 서울YMCA의 비리로 의심되는 부분을 발견했다"며 "안 회장 등이 부지 개발사에 일감을 주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 그리고 대금이 오간 경위를 파악한 결과 안 회장 등이 D사와 공모해 대금 중 일부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는데,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의심스러운 구석이 곳곳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심 감사에 따르면 2007년 5월 안 회장(당시 기획국장)은 그와 삼촌관계인 표용은 서울YMCA 이사장(현 명예이사장)과 이석하 이사와 함께 일산수련원 소재에 청소년 골프장을 개설키로 하고 총공사비 60억원에 설계비 2억7500만원을 확정하고 당시 재정위원장 이영호 이사의 반대로. 이사회에 보고 없이 공사를 비공식으로 추진했다.

LH공사에서 일산수련원 도로수용 보상금 90억원 중 일부를 사용키로 하고 공사허가를 규정에 의해 조기흥 이사장 명의로 고양시청에 신청했다.

심 감사는 "이에 앞선 2007년 3월20일 청소년활동법 개정으로 공사허가를 득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공사허가를 받아내면서, 삼촌인 표 이사장의 줄을 잡고 2009년 8월21일 D사와 220%이상 공사비를 부풀려 계약체결하고 동업자 이상의 비자금을 표 이사장과 함께 조성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 회장은 2009년 9월28일 서울YMCA 제25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07년 재정위원장 이영호 이사 와 장광수 이사를 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지 골프장공사는 청소년 활동법 개정으로 공사할 수 없으나 무리하게 골프장공사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근 하늘초등학교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처럼 반발이 일자 고양시는 결국 골프장공사를 시장 직권으로 취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 회장은 10%정도 공사 진행된 도량 기업건설사에 45%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꾸며 80억원을 지급했다고 심 감사는 지적했다.

심 감사는 "안 회장은 '공사직권 취소로 인하여 200억 7,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다'며 고양시청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각 언론사에 보도하고 산출된 내용을 팩스로 고양시청에 보낸 뒤 일산수련원도로 수용 후 남은 땅 7000평을 김태훈외 2인에게 174억원에 매매했는데, 현 시세 1/4에 해당하는 금액에 싸게 매매했다"고 말했다.

또 심 감사는 "2007년 안 회장은 표용은 명예 이사장 삼촌과 함께 2007년 12월 26일 본관 옥상방수공사에서 1억242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타 회사 견적서 1470만 원에 의하면 공사대금 8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자금 조성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심 감사는 전했다.

심 감사에 따르면 최 성 고양시장이 2010년 9월 28일 일산YMCA청소년수련원 골프장 공사 직권취소를 한 이후 서울YMCA의 재정이 마비된 상태이며 2015년 3월부터는 직원들의 급여 및 상여지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2012년 서울YMCA는 투기를 해 동양 종금 ELS , 교보증권 등에 관리해오던 자금 42억원이 완전 소멸 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심 감사는 "2007년 서울YMCA가 D사에 지출한 금액은 총액 21억5461만740 원이다. 내역을 보면 개보수 18억6651만740원, 옥상방수1억2420만원, 별관 31400만원, 일산골프장 7970만원, 송파외벽공사 3300만원, 수련장 식당공사 198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 감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D사가 국세청에 신고한 2007년 도분 부가가치세액은 9억9188만8000원"이라며 "D사의 모든 매출이 서울YMCA를 통해서만 이루어 졌다고 가정하더라도 11억6000만원 가량을 탈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감사는 이어 "D사는 서울YMCA로부터 공사를 발주 받으면서 양자가 서로 공모하여 실제 공사 대금보다 수 배를 과대 계상하여 폭리를 취하고 이를 나누어 쓴 것으로 보인다"며 " 2007년 서울YMCA 본관 옥상방수 비용으로 D사에 1억2420만원을 지출했는데 본인이 지정한 업체에서 별도의 견적을 받아 본 결과 증거자료에 의하면 1470만원이면 적정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D사는 최고 1억950만원 가량의 부당 이익을 취한 것이다. 이러한 부풀리기 방식은 원청과 하청 사이에 비자금 마련목적으로 빈번하게 저질러지는 비리다.

연간 최소 10억원의 매출이 있었다고 가정을 한다 해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마련된 비자금은 서울YMCA를 실제로 지배 하는 이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종합해 볼 때 지난 30년간 D사는 서울 YMCA로부터 공사를 발주 받으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누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사대금을 과대 계상하여 비자금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게 심 감사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서울YMCA 측은 심 감사의 주장과 고발장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YMCA 측은 "공금횡령이나 커넥션 따위는 일체 없었다"며 "심 감사에 대해 법적 조치도 강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