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부정부패 사건 발본색원…'특수단' 출범, 중립성 논란 불식사정 칼끝 ·관·재계 연결된 검은 커넥션 대형사건 정면겨냥"전 정권 비리 현역 정치인 등 성역 없는 수사 이뤄질 것"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수사를 전담할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한 1월 27일 오후 서울고등검찰청에서 특수단 관계자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2016년 병신년 우리 사회의 화두는 검찰수사가 될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동안 검찰 수사는 관피아와의 전쟁을 비롯해 포스코, 농협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을 건드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권력형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수남 검찰 총장은 취임 때 부정부패척결이라는 정부의 뜻에 따라 특수수사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따라서 올 한해는 검찰의 '칼춤'이 여러 이슈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설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출항하는 검찰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은 향후 정계-관계-재계를 아우르는 대형비리사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특수단의 향후 활동과 관련, "검찰의 중립성 논란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검찰이 전 정권 실세들뿐만 아니라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도 강화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또 사정기관 일부에서 "특수단뿐만 아니라 경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에서도 대대적인 부정부패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계재계, 관계-재계 커넥션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한데, 그렇다면 여기서 공통분모는 역시 재계다. 따라서 재계와 연결된 검은 자금이 올해 집중적으로 조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건 뿌리까지 발본색원

방위사업비리가 특수단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재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희 전 합참의장(왼쪽)과 해외 제작사와 우리 군의 거래를 중개했던 S사의 대표 함모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
전국 단위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 수사를 전담할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 지난 1월 27일 정식 출범했다. 특수단은 같은 달 13일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일부 업무를 시작해오다 이날 평검사 인사 발령에 맞춰 검사 6명이 합류하면서 조직 구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평검사 6명과 수사관 19여명이 파견돼 전체 30명 규모의 조직이 완성됐다. 평검사들은 다양한 부서에서 차출됐지만 특수부 수사나 금융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지난해 방산비리 합수단을 이끌었던 김기동(52ㆍ사법연수원 21기) 단장을 중심으로 2개 팀이 운영된다. 1팀은 주영환(46ㆍ27기), 2팀은 한동훈(43ㆍ27기) 부장검사가 맡고 부팀장으론 이주형(46ㆍ30기), 정희도(50ㆍ31기) 부부장검사가 각 팀에 배치됐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중수부의 부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의 활동으로 중립성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김 단장은 "검찰총장의 주문은 시종일관 '수사력 강화'였다"면서 "최선을 다해 사전 준비를 한 뒤 수사를 시작하면 적시에 신속하게 마무리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이라고 말해 속전속결식 수사가 이뤄질 것임을 암시했다.

특수단이 출범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첫 수사 대상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아직 정해진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수단 검사들은 그동안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정대상 선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여러가지 이유로 보류됐거나 흐지부지 수사가 끝난 사건들 그리고 이미 수사를 했더라도 추가 사실이 입수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단 대검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자료와 보강자료를 정리하고 있다"며 "한동안 수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이미 물망에 오른 사건이 몇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검찰 안팎에서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권 때 추진됐던 대형 국책사업이나 상당규모의 나랏돈이 투입된 정부주도형 민간사업을 겨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도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둔 대기업과 비리 첩보가 수집된 정치인 등이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는 말도 무성하다.

지난해 9월에 전국의 특수부 부장검사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특수수사 상황과 첩보 등을 점검한 적 있다. 이는 특수단의 모체인 대검찰청 반부패부 회의였다. 이날 오전 윤갑근 대검 반부패부장과 선임연구관, 수사지휘과장, 수사지원과장, 전국 각 검찰청의 특수부 부장검사 37명이 참석하는 화상회의를 열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부정부패 척결을 지시한 이후 처음 열리는 전국 특수부장 회의였다.

김 법무장관은 이에 앞서 ▦ 공직비리 ▦ 중소상공인을 괴롭히는 등 국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비리 ▦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재정 건전성을 저해하는 비리 ▦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전문 직역의 구조적 비리 등 하반기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을 검찰에 지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목들 모두 관가-재계 커넥션 수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어 일부에서 나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야 합의 특수단 중수부 명성 찾나

김 단장은 "공공 비리 등 특정한 분야에만 수사 범위를 한정해 놓고 대상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수단을 둘러싼 우려도 없지 않다. 정보수집력이나 특수분야 수사능력 등이 떨어진 상황에 팀만 새로 꾸린다고 당장 큰 사건을 손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수사가 문턱에서 좌절되는 일이 잦다보니 사건에 대한 자신감이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그런 일이 없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예컨대 굵직한 사건 뒤에 현 정권 실세나 여권 핵심 인물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 수사는 흐지부지되거나 해당 인물을 비켜가 '용두사미형 수사'로 마무리됐다. 포스코 사건의 경우 여권 핵심 인물들이 사건에 연결된 정황이 적지 않았다. 농협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는 당초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하는 듯 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현 정권 실세와 전 검찰 고위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고 결국 최 회장에까지는 검찰 칼끝이 미치지 못했다.

특히 농협 수사를 통해 농협에서 사외이사, 고문 등 직함으로 고액급여를 수령한 부분도 일부 드러났고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인물들이 특혜를 받은 부분도 드러났지만 문제의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 인사들은 전ㆍ현 정권과 인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는 몸통은 건들지 못하고 '깃털'만 뽑아 날린 상황이 연출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단'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수단이 '용두사미형 수사'를 하거나 여권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피해갈 경우 "차라리 특수단이 발족하지 않는 게 검찰에 더 좋을 뻔 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특수단 발족은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가 간판을 내린 이후 검찰 안팎에서 특수 수사 역량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데 따른 조치로, 김 총장이 수사력 강화를 위해 새로 만든 '미니 중수부'다. 김 총장은 전국 검찰청에서 역량이 뛰어난 검사를 직접 선임해 특수단에 배치한 만큼 이번에 확실한 '전투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검찰 불신(檢察不信)'이라는 불길이 현 정부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특수단뿐만 아니라 김 총장이 가지는 부담이 적지 않는 게 사실이다. 특수단이 첫수저를 어디에 얹을지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부에서는 특수단이 대형사건이면서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효과를 얻을 수 있는 수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말하자면 수사를 하더라도 국민적으로 절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건 수사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기업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사건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위에 도달해 있는 만큼, 기업 수사를 하게 될 경우 경제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공직자 비리, 즉 관가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조작 등 작전세력에 대한 수사, 지방자치단체와 하청 또는 납품업체 간의 비리 수사 등을 특수단이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MB정권 자금, 정관계 로비스트가 핵심

특수단이 검토 중인 사건으로 그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레고랜드 수사다. 현재 검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피의자 중 한명인 춘천부시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수사는 사실상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최종원 검사장이 부임한 후 최근 차장 및 부장검사 인사가 단행, 레고랜드 수사를 일선에서 총지휘한 수사 라인이 모두 교체되면서 관련자 소환이 한 달 넘게 중단됐다.

검찰이 확보한 레고랜드 관련 서면 자료는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으로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얽혀있는 업체도 많고 이권관계도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평검사 인사까지 겹쳐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ㆍ공판검사도 모두 교체돼 검찰의 레고랜드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도내 정ㆍ관가로 확대된 검찰의 레고랜드 수사는 부시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제동이 걸리고 수사팀이 전면 교체되면서 일각에서는 "수사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고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부시장에 대한 영장재청구 또는 기소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보강하고 주요 피의자(LL개발 전 대표·춘천부시장·도지사 전 특보)들의 혐의 특정을 뒷받침할 증거 확보 등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과 관련한 뇌물수수 논란이 도내 고위 공무원들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춘천시민단체가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이 사건을 특수단이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레고랜드 부정부패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들의 도덕적인 해이가 극에 달했다.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행정의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감사원 감사결과 레고랜드 사업 관련 공무원들이 사업자에게 돈을 받거나 개발부지 관련 사업계획서상 분양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우선매수권과 우선협상권을 부여해 300억이 넘는 손해를 입힌 점, 사업권 대가를 근거 없이 산정ㆍ지급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춘천 네트워크는 "레고랜드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원도민에게 떠들었던 행정과 공무원이 벌인 일들로 실수가 아니라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공적인 손실을 입혔다"며 "심각한 부정부패 행위에 대해 주의 처분에 그친 감사원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이들은 "강원도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공개된 만큼 강력한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 조치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사원은 강원도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채무보증 규모를 2050억원으로 확대 승인한 점 등에 대해서주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부패척결 대상 1호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관피아' 논란으로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된 공기업 비리가 타깃 1호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원수입에 관여된 공기업이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황교안 총리는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국책사업과 공공기관 운영에 대해 예산 누수나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며 "경제를 좀 먹는 부정과 비리를 막고 공공기관의 잘못된 투자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황 총리가 각각 언급한 부패척결과 부패방지의 내용에 비춰볼 때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ㆍ공공기관 비리가 특수단의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도 적지 않다. 또한 정치권이 개입한 권력형 비리 사건, '관피아' 사건, 대기업에서 발생한 부정부패 등도 특수단의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국책사업의 부패척결과 관련해 이명박(MB)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MB정부 인사들과 관련한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명박 정권 당시 정-관-재계를 아우른 로비스트에 대한 말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황제테니스를 주도한 S씨 같은 인물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리가 무성히 나오고 있다. S씨는 방위산업을 비롯해 자원외교와 주가조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S씨뿐만 아니라 지난 정권 때 한류·한식세계화사업에 연루된 기업과 중간 역할을 한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검찰이 수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주변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정부주도형 민간해외사업과 더불어 해외에서 수익을 얻은 연예계 관계자 관계자들과 주변인들의 해외자금을 수사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흘러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