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인정 못해" 경협 중단 초강수… 남북관계 '전면대결' 불가피'맞짱' 결과 따라 朴·金 위상 변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관련,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안보리서 하루속히 강력한 제재 조치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하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초강수'
남-북-러 3개국 물류협력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무기한 보류
남북경협 출범 20여년만에 '올스톱'… 사회문화 교류도 잇따라 제동

북한의 수소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 구역으로 선포하고 남북을 잇는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단절하면서 남북관계는 파국을 맞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하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남·북한과 러시아 3개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무기한 보류되면서 남북경협은 출범 20여년만에 완전히 멈춰서게 됐다.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도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한다. 나아가 국지전 등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이 '강(强) 대 강' 구도로 대치하면서 박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공 모드이고, 북한 또한 핵·경제 병진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남북관계는 전면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7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남북의 '맞짱'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이나 김 제1위원장의 위상은 물론,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 4월 총선과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는 5월 노동당 대회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北 수소탄 실험에 朴정부 대응 미비

최근 남북의 1차 '맞짱'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빌미가 됐다. 북한은 새해 벽두인 1월 6일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혀 큰 파장을 낳았다.

북한은 실험 직후 "우리의 지혜, 기술, 힘에 100% 의거한 이번 시험을 통하여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것을 완전히 확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의 실체를 놓고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수소폭탄 실험이냐, 일반 핵실험이냐 논란이 분분하지만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 실험이고 성공했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는 북한이 언제라도 핵보다 수백∼수천배의 폭발력이 있는 수소폭탄을 제조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1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나온 차량들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와 국가정보원은 수소폭탄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3차 핵실험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이나 소형 수소탄 실험으로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이 주장한 수소탄 실험 성공에 대해 "100% 맞다"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2013년 10월 이후 핵카드는 접고 수소폭탄에 전력해 왔다"면서 "이번에 수소폭탄 전 단계인 (소형)수소탄 실험 성공을 알린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이번 수소탄 실험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 12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북한의 수소탄 실험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 일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전략적 무시'라고 분석했지만 사실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종래의 북한핵에 대해서 미국은 정보를 갖고 대응책도 있지만 수소탄일 경우는 적절한 해법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이 실험한 수소탄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위협적이라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응해 박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중국 역할론'이다. 이에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상황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북한과 중국의 내밀한 관계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와 '중국 역할론'의 함정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1차적인 대응으로 1월 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에서 "8ㆍ25 합의 도출과 남북당국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이끌어 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심리전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이후 8ㆍ25 합의 도출과 남북당국회담 등 일련의 과정에 확성기 방송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과 미국의 정보관계자 등은 북한이 목함지뢰 사건 후 군사행동 직전에 '대화'로 돌아선 것은 '중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은 증시 폭락으로 상징되는 경제불안 속에서 전승절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한반도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미국ㆍ일본ㆍ유럽 정상들이 전승절 행사에 불참한 가운데 박 대통령마저 불참할 경우 중국으로선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북한에 도발 중지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48시간 내 확성기 철거 없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남한을 위협했을 때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그럼에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자 중국 수뇌부가 나서 강력하게 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북 방송에서 말하는 북한과 남한의 실상에 대해 접경 지역 군과 주민들은 다른 방편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별반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 대북 정보통에 따르면 북한 수소탄 실험에 대응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수소탄 실험에 대한 '중국 역할론' 강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과 중국의 특별한 관계, 중국의 대북관(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이후 국제 공조를 통합 대북 압박을 주장하면서 특히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월 13일 기자회견을 병행한 대국민 담화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더욱 악화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이후 초기에 비판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다 이내 '냉정'과 '합당한 대응',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하며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본적인 대북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일관되게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한핵이 아니라 '한반도 현상유지'"라면서 "북한을 압박해 한반도에 급격한 변화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기대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것을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우회적으로 북한을 활용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박근혜 정부나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압박)는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은 경제를 통해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고 북한을 중국 동북의 한 성(省)으로 삼으려는 전략도 갖고 있는데 굳이 북한을 압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보 관계자는 "북한은 핵보유국을 넘어 수소탄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 '경제'만 아니라면 중국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북한도 호락호락하게 중국에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강조한 '중국 역할론'에 허점이 상당해 보인다.

결국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맞짱'은 과녁을 빗나간 꼴로 비쳐진다.

개성공단 중단 '맞짱' 성공할까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10일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남ㆍ북한과 러시아 3개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추진도 무기한 보류하고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로써 남북경협은 출범 20여년만에 완전히 멈춰서게 됐고, 남북교류는 박근혜 정부 임기말까지 복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남북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초강수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김정은)의 돈줄을 끊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성명에서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홍 장관은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모두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도 1320억원(1억1000만 달러)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그것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였으며 그에 대한 관련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조치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서 '불가피한 조치' '북한 핵ㆍ미사일 억제 효과' 등 긍정적 평가를 한 반면, 야권과 비롯한 진보 민간단체는 '남북관계 후퇴' '총선용 북풍몰이' 등 비판적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견해가 갈리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개성공단 돈 1억달러는 북한이 중국 등 해외에서 버는 60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하기 때문에 별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교역이 늘고 있어 개성공단 폐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사람들의 영양·건강 상태가 일반 개성시민과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좋아지는 추세"라며 "정부 설명대로 그 돈이 북쪽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모두 전용됐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돈 문제보다 그곳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이 5만명이 넘는데 갑자기 일 자리를 잃게 되면 남한을 비판하면서도 평양 기득권자들에 대한 불만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핵ㆍ미사일은 평양 수뇌부의 관심사일뿐 북한 주민들에겐 '돈'이 중요한데 핵ㆍ미사일로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성공단 근로자들과 가족은 남한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평양에 대한 불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내 한 북한 전문가는 "개성공단 사태를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구한 '햇볕정책'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햇볕정책 이후 지속된 북한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어내고 핵문제에 있어서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앞으로 박 대통령이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북한은 즉각 개성공단을 군사통제 구역으로 선포하고 남북을 잇는 대화 채널을 완전히 단절하는 등 '맞짱'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카드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고 '대북정책 실패론'등 반발도 상당하다. 북한도 강력하게 대응해 박 대통령의 '다음 수'가 주목된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폐쇄를 둘러싼 남북 '맞짱' 결과는 박 대통령이 어떠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현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개성공단' 주요 일지

2000년 8월 현대아산-북한 간 '공업지구 개발에 관한 합의서' 채택

2002년 11월 北, '개성공업지구법' 제정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330만m2) 개발 착공

2004년 12월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2008년 3월 北, 남측 당국 인원 전원 철수 요구

12월 北, 개성공단 상주 인원 통행시간 축소 등 '12ㆍ1 조치'시행

2009년 5월 北, 남측에 '개성공단 관련 법규ㆍ계약 무효' 통보

6월 北, 임금 월 300달러ㆍ토지사용료 5억달러 요구. 南, 수용 거부

9월 北, '12ㆍ1 조치' 해제

2010년 5월 정부, 천안함 관련 5ㆍ24조치 발표, 개성공단 신규투자 금지

2013년 4월 北, 개성공단 북한근로자 전원 철수ㆍ가동 중단

5월 개성공단 체류 남측 인원 전원 철수

6월 '개성공단 정상활르 위한 합의석' 채택,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9월 개성공단 재가동

2015년 2월 北, 개성공단 최저임금 5.18% 인상 일방 발표

8월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개성공단

최저임금 5% 인상 합의

2016년 2월 정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