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환골탈태' 과제 풀 인물은… 신경전 치열, 최후 승자는?이진삼, 김진호, 이선민, 신상태 두각 나타내조남풍 전 회장 구속 사태 뒷수습 쉽지 않아

사진=연합
지난해 말 조남풍(77) 재향군인회 회장이 구속되면서 향군회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조 전 회장 구속과 관련, 향군회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향군회를 비판하고 있다.

회장의 낙마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향군회는 '개혁'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놓고 누가 차기 회장에 적절한지 조율 중이다. 향군회는 선거 과정에서 흔히 불거지는 부정선거 논란, 후보 자격 논란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무난한 선거를 치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후보들과 관련해 향군회 주변에서 "청와대의 힘이 실리고 있다"거나 "핵심 실세와 선거 관련 논의를 거쳤다" 등등 여러 루머가 돌고 있다. 또 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네거티브 유언비어도 조금씩 돌고 있어 향군회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정ㆍ비리 척결 최대 개혁과제

조 전 회장은 5억1000만원의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18일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왼쪽 사진부터 이진삼 전 합참의장, 김진호 예비역 육군대장, 이선민 전 군단장, 신상태 서울향군회장.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조종태)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지난 9월 의료재단을 운영하는 조모(69)씨로부터 중국제대군인회와의 관광교류 사업 청탁의 대가로 4억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았다. 조씨는 사업 추진을 청탁하며 조 전 회장의 선거자금 채무를 대신 갚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회장은 또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재향군인 상조회 대표 이모(64)씨 등 향군 산하기관 관계자들에게서 기관장 선임의 대가로 1억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조 전 회장에 대해 지난 선거에서 선거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했다. 향군회에 입장에서 이번 선거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향군회는 깨끗한 선거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후보 검증과 선거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검찰은 조 전 회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씨와 조씨, 향군상조회 강남지사장 박모(69)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향군회는 선거와 함께 조 전 회장 구속사태 후폭풍 수습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은 향군회의 보궐 선거가 끝나더라도 향군회의 추가 비리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군회는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차기 회장 선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군 간부들의 산하기업체, 하청업체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향군인회 직원들은 국가보훈처에 비리 의혹을 진정했고 보훈처는 특별감사를 진행한 결과 각종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노조 등으로 구성된 '재향군인회 정상화 모임'은 조 전 회장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조 전 회장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일단 향군회는 선거를 치르기 전에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켜 주목을 끌었다. 큰 혼란을 겪었던 향군회는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1월 28일 비대위를 정식으로 구성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향군 비대위는 향군이 처한 현재 상황을 감독기관이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정상화될 수 없다는 향군 안팎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훈처는 당시 밝혔다. 비대위는 보훈처 차장을 위원장으로 법률ㆍ회계ㆍ경영 및 향군 내외부 전문가 등 10명의 위원과 5명 내외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향군의 각종 수익사업과 인사관리, 선거제도, 감독권 등 근본적 개혁방안을 마련해 향군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차기회장 선출 선거 복마전

향군회는 해임된 조 전 회장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를 오는 4월15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군 관계자는 최근 "향군은 원래 2월 중 차기 회장 선거 공고를 내고 후보등록 절차를 거쳐 3월 중순경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사정에 따라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 연기됐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4월15일 정도에 선거를 치를 계획인데,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지금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향군회장 선거에는 총회 구성원 약 380명이 참가한다.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회장은 지난 1월 13일 향군 임시총회 의결로 해임됐고 박용옥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조 전 회장의 해임을 주도한 '향군 정상화 모임'은 "금권 타락 선거를 막고 공명선거를 할 수 있도록 새 회장의 선출 기준을 제시하고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 등도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향군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선거를 준비하는 향군회의 움직임은 그리 일사분란하지 못한 느낌이다. 조 전 회장의 해임을 둘러싼 내부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향군 정상화 모임 안팎에서 "손창선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직위자들은 사실상 '조남풍 사조직이므로 개혁을 위해 사퇴해야 할 인물들'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향군회의 한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추진했던 향군 자산매각사업 등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이런 사업들을 전면 중단하고 조직의 기본적인 운영자금을 제외한 모든 자금 집행도 동결해야 한다"며 '조남풍 사조직'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또 후보들 간에 '청와대 낙점설'이 돌고 있어 '낙점인사 논란'이 향군회 개혁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향군회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향군회장 차기 후보로는 합참의장 출신인 이진삼, 서울향군회장인 신상태, 군단장 출신 이선민, 예비역 육군대장인 김진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들과 관련해 정치권 등 일부에서 "특정 후보가 현 정권 핵심 실세와 향군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교감하고 있다"는 소문이 향군회 내부에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

최근에는 "여권의 현역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향군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해당 의원이 청와대 낙점을 받아 향군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향군회장 선거가 점점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향군회장 선거에 한 치의 여권 입김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며 후보자의 행보와 면면을 감시하고 있다.

각 출마예정자 캠프들 사이에서는 누가 낙점인사인지를 놓고 진위를 추적하는 모습까지 포착되고 있어 선거가 자칫 진흙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