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권 - 유승민 당권' 구도면朴대통령 국정 위협… 劉공천 배제친박-비박 '대권·당권' 파워게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유승민 공천 배제 진짜 이유는 총선 후 전당대회 당권 도전

김무성 '옥새투쟁'으로 '유승민 살리기' 성공… 총선후 당 복귀?

총선 후 '김무성 대망론', 유승민 부상 가능성… 친박 사전 차단

'유승민 살리기' 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몽니'가 통했다. 새누리당은 25일 김무성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승민 의원이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대구 동을에 총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 유 의원이 사실상 유일 범여권 후보로 20대 총선에 출마하게 됐다.

이틀전(23일)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 의원 지역구에 '무공천'을 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곧바로 "무공천은 없다"고 들이받으면서 김 대표의 '유승민 구하기'는 물건너가는 것으로 여겨졌다.

새누리당 공천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25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의도 당사 대표실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 대표가 24일 최고위원회 중단을 선언하고 전격적으로 부산행에 올라 소위 '옥새 투쟁'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결국 백기투항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그의 '무공천' 의지는 원유철 원내대표와의 부산 회동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25일 상경한 김 대표는 대구 지역에 출마하는 진박(진짜 친박근혜) 후보 3인의 공천은 추인하면서 유 의원 지역은 무공천 지역으로 관철시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무대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이라는 승부수가 통했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쪽은 김 대표의 행보는 물론, 유 의원 지역구를 무공천하기로 한 당의 결정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 청산이 좌절된 이유도 있지만 총선 후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것인지가 불투명하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라는 전언이다.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압승하거나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낼 경우 김 대표의 대권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이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남아 총선 관문을 통과한 뒤 차기 전대에서 당 대표에 오를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은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청와대와 친박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유일 여권 후보가 되면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 후 유 의원의 당 복귀 문제가 친박-비박 간 '제2의 유숭민 사태'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 지난 24일 대구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유승민 구하기' 승부수 통해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공천위)는 23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20분 동안 회의를 열었지만,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대한 공천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한 기자회견에서 "논의를 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냈다. 내일 아침 9시에 다시 회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천위는 발표만 안 했을 뿐 공천 배제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였다

유승민 의원이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날 자정까지 탈당을 해야 하는 만큼, 공천위가 공천 결정을 24일로 미루는 방법으로 사실상 유 의원의 탈당을 유도한 셈이다.

이에 앞서 김무성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지 않을 것이라면 유 의원의 지역구를 '무공천'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공관위장은 김 대표의 제안에 "무공천 있을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유 의원은 출마 마감시간 1시간을 남겨 둔 오후 11시경 대구 동구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탈당과 20대 총선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공천위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무소속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의 4ㆍ13 총선 후보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단수추천했다. 이 전 청장에 대한 단수추천안은 김무성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인되면 최종 결정되게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 중단을 선언하고 부산 지역구로 내려갔다. 공천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무언의 시위였고 '유승민 구하기'를 선언한 것이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부산으로 내려와 설득했지만 김 대표는 종래 입장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25일 서울로 상경해 최고위원회에 참석했지만 '무공천'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대구 지역에 출마하는 진박 후보 3인의 공천을 추인하고 유 의원 지역구는 무공천 지역구가 됐다. 김 대표의 '유승민 구하기'가 성공한 결과였다.

범친박에 '악수'된 '유승민 쳐내기'

4ㆍ13 총선이 다가오고 출마 후보 공천이 본격화되면서 친박 진영의 '유승민 쳐내기'가 현재까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도(度)를 넘었다"는 것이다. 공천권을 쥔 친박계가 박 대통령을 의식해 '무리수'를 둬왔다는 지적이다.

이는 여론에도 영향을 미쳐 후보 경선에서 친박(진박) 후보들이 비박 후보에게 경선에서 밀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의원이 서울 서초갑에서 진박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꺽었고, 대구 서구 경선에서 유승민계 김상훈 의원이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물리치고 공천됐다.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지낸 재선의 김재원 의원과 친박 3선 정희수 의원, 친박계가 적극 지원한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전광삼 후보 등이 경선에서 무더기로 패했다.

'유승민 사태'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조사한 결과(25일 발표) 36%가 긍정 평가했고 52%는 부정 평가했으며 13%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9%).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올해 최저치로, 지난 주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고 부정률은 3%포인트 상승했다. 긍·부정률 격차는 9%포인트에서 16%포인트로 늘었다.

주요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394명)은 70%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206명), 국민의당 지지층(79명), 정의당 지지층(54명)에서는 각각 87%, 78%, 92%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268명)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더 많았다(긍정 20%, 부정 53%).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지지율) 3월 4주차 주중집계(21~23일)에서도 3월 3주차 주간집계(14~18일) 대비 0.7%p 하락한 41.2%(매우 잘함 14.9%, 잘하는 편 26.3%)였다. 반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역시 1.1%p 하락한 51.4%(매우 잘못함 34.5%, 잘못하는 편 16.9%)로 나타났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2.5%p) 밖인 10.2%p로 여전히 상당한 폭으로 벌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8%p 증가한 7.4%였다. (이상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유승민 공천 배제 '진짜 이유'?

4ㆍ13 총선 후보 공천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 공천 배제 이유에 대해 당의 정체성과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공천 배제의 '진짜 이유'를 박 대통령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후보 공천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의심받는 청와대 쪽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더해진다. 즉 '박심'(朴心, 박 대통령 마음)이 유 의원 공천 배제의 실질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히면서 "정치는 국민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다" 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당리당략에 매몰된 국회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를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달라"며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하지 않는 현역의원을 국민이 솎아내야 하고 소신을 가지고 민생을 위하는 참신한 인물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총선 심판론' '총선 물갈이론'을 본격 제기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근거하면 유 의원은 국민과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친박이 박심을 의식하거나 이를 빌미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과도한 '비박 학살'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즉, 박 대통령은 총선 후보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친박계가 '박심'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친박 후보 공천을 노골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한 원로는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관계이며, 국내 정치는 차순위"라며 "최근 공천은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게 소위 친박 인사들이 하는 것으로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을 보면 대통령의 의중이 읽히는 부분이 있지만 과도한 것은 오히려 대통령에 누가 된다"며 "대통령이 말한 국민과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를 해온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비박 대권ㆍ 당권 파워게임 이미 시작

최근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의 유승민 의원 공천배제와 김무성 대표의 '무공천' 관철 이면에 총선 후 당권과 대권을 겨냥한 파워게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있다.

친박이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은 단순히 '박심'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총선 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의 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청와대는 총선 후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주목하고 있다"며 "비박이 차지할 경우 박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총선후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김무성 대표에 힘이 실릴 수 있는데, 차기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미는 인사가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일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나서 당선되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정말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논리에 따르면 총선 후 비박 진영에서 당권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고, 김 대표와 유 의원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유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공천에서 배제해 그러한 위험(?)을 방지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과 청와대 쪽이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 실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친박이 유 의원 공천 배제를 비롯해 '비박 학살'을 무리하게 시도한 것이 총선 후 당권, 대권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당 일부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간에 '당권-대권 묵계설'이 제기됐다. 총선 후 김 대표가 대권 도전에 나서는 한편, 유 의원을 당 대표로 민다는 밀약이 있다는 의혹이다. 물론 김 대표와 유 의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음해"라고 반박한다.

4ㆍ13 총선을 앞둔 현재 공천 결과를 보면 친박 후보가 비박 후보보다 30∼4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으나 친박 후보들이 비박 후보들에 비해 유리한 지역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디. 총선 후 친박이 당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 인사가 당 대표에 오를 구도가 예상된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친박이 차기 당 대표로 최경환 의원을 밀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문제는 친박 진영에 유력한 대권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거론하고 있지만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지 불투명하고, 더욱이 친박 진영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더욱 예측할 수 없다.

다시말해 총선 후 대선 국면에서 상당 기간 김 대표에게 힘이 쏠릴 수 있다. 만일 유 의원이 총선에서 당선되면 김 대표가 유 의원의 당 복귀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옥새 투쟁'으로 '유승민 구하기'에 성공한 김 대표가 얼마든지 유 의원 복귀를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유 의원이 복귀하게 되면 친박 진영에 치명적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친박은 일단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지역구 '무공천'으로 인해 유의원의 총선 당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박은 총선 후 김 대표와 유 의원의 행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4ㆍ13 총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친박-비박 간 당권, 대권 파워게임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n